올해로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이하 기환연)가 30주년을 맞는다. 본지는 10월 기환연 30주년 행사를 앞두고 기환연 30년 역사 재조명을 통해 한국교회의 환경선교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환경, 생명선교의 비전을 새로이 전망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기환연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의 기환연의 역사와 환경선교 전망에 대한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1960년대 산업화 초기 처음 환경문제에 눈뜬 건 한국교회

▲ 7월 18일 오전 10시 기환연 사무실에서 양재성 사무총장을 만나 기환연의 개괄적 역사와 환경선교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에큐메니안

우리나라에서 환경문제가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1960년대 후반 중화학공업이 육성되면서부터이다. 공해물질로 인한 대기와 수질, 토지오염이 심각해져 식물과 생명체들이 죽어갔고 결국 사람도 질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공해문제가 심각 하구나!’라고 자각한 집단이 교회조직이었다. 1960년대 말 YMCA, YWCA, 크리스챤아카데미, 기장여신도회 등 이런 조직들이 ‘공해문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하기 시작하면서 환경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많은 교회단체들은 노동선교, 산업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었고 그를 통해 노동운동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러한 단체들로 부터 ‘인간복지와 노동조건도 개선되지 않았는데 무슨 환경문제냐?’라는 비판을 받으며 당시 사회운동에서 환경운동이 주류가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고 행동에 나선 것은 교회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독일교회의 후원으로 세워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1980년대 초 독일 기독교 자선단체인 ‘세계를 위한 빵(Brot für die Welt)’으로부터 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기사협, 현재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로 당시 연간 800만원 정도가 후원됐는데 목적은 환경운동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기사협 총무였던 권호경 목사는 그 펀드로 ‘한국공해문제연구소’(이하 공해연구소)를 설립하게 됐고 이 조직이 기환연의 전신이 된 것이다. 1981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창립을 준비했고 1982년 4월 13일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창립됐다. 창립은 기독교인들의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인적구성은 종교와 사회 모든 영역을 포괄해서 진영을 갖췄다. 이사장은  함세웅 신부가 맡았고, 소장에는 전태국 목사가 취임했다. 그 밖에도 스님들과 해직교수들, 사회저명인사 등 전문성과 공신력 있는 탄탄한 인적 인프라가 구축됐다. 당시 최열, 정문화 같은 실무자들이 연구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한국공해문제연구소는 누가 뭐래도 한국교회의 자산이다. 한국교회가 처음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열씨의 자신이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물론 최열씨가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독일교회의 후원으로 한국기독교를 통해 이 땅에 환경운동의 씨앗을 뿌린 이들은 분명 한국 기독교인들이다.

▲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시절 청년교육강좌를 열고 있다.ⓒ기독교환경운동연대

창립이후 활동

1984년도 최완택 목사가 소장을 맡게 되면서 기독교 정체성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러한 일환으로 환경주일을 제정하게 된다. 1984년 6월 첫째주일을 처음으로 매년 6월 첫째주일을 환경주일로 정해 지키게 된 것이다. 이후 그간의 환경운동에 기독교 신앙이 결합된 환경운동이 시작됐다.

1985년 울주군 원산공단에서 공해병이 발생했다. 이때 처음으로 공해연구소에서 ‘공해병’이란 말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원산공단에는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려움증과  신경통을 호소하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공해문제연구소는 원산공단의 토양시료를 일본으로 보내 역학조사를 진행해서 공단의 폐수가 원인임을 밝혀냈고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공항에서 조사결과를 발표, 일간신문 대서특필되는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냈다. 그결과 3만 5천명이 집단이주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공해문제, 환경문제를 사회화, 대중화시킨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원산공단 사건 이후 많은 시민들이 ‘환경문제가 정말 심각 하구나.’라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다. 유럽최대 재앙이었고 800만 명이 방사능에 오염된 초유의 사태였다. 이것을 계기로 이후 환경운동은 반공해, 반핵운동으로 반핵이라는 슬로건을 함께 걸고 나가기 시작했고 가열찬 반핵운동이 일어났다.

1987년 후반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면서 환경운동단체도 분화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화된 단체들은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환경연합이라는 단체로 재규합 하게 되고 이후 녹색연합이 만들어지면서 환경운동단체들이 튼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게 됐다.
 
1988년 이후 공해연구소에서 남아 있던 타종교(천주교, 불교)들도 분화돼 각자 독립하는 과정을 거쳤고 결국 개신교만 남게 됐다. 그러면서 한국교회환경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게 됐고 이후 1997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로 개편해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걷게 됐다.

90년대 이후 교단별 환경운동 조직을 통한 활동

1990년대 초반부터 각 교단에 환경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감리교. 예장통합, 기장안에서 환경선교를 담당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각 교단과 함께 녹색교회운동과 환경강좌, 환경대학 등 환경교육문제를 중심으로 환경선교를 펼쳐왔고 이후 2000년대에 와서는 생명밥상운동이 새로운 환경선교의 운동으로 자리 잡게 됐다.

▲ 2012년 5월 23일 기독교회관에서 환경주일연합예배를 마치고 녹색교회시상식을 하고 있다.ⓒ에큐메니안

2005년부터 녹색교회를 지정해 명패를 달아 현재 28개 교회가 녹색교회로 지정됐다. 재활용 용품을 판매하는 초록가게운동도 활발하게 진행돼 현재 15호점까지 개점한 상태이다. 2005년 생명밥상운동은 NCCK 9개 교단으로 확대돼 함께 하기로 정해졌는데 이는 구제역 사건이후 대안으로 생명의 먹거리, 생명밥상운동이 새롭게 조명 받았기 때문이다.

▲ 2007년 4월 14일 석교감리교회에서 기환연 창립 25주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기독교환경운동연대

2008년 가을부터는 몽골사막화방지를 위한 나무심기사업을 올해로 5년째 진행 중이다. 한해에 7천 만원에서 1억 정도의 펀드를 받아 몽골에 양묘장과 조림지를 만들어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환경선교의 현안 사업도 시기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산업화 이후 80년대까지 관통한 환경문제는 공해문제였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건으로 핵문제가 대두되면서 반공해와 반핵문제로 귀결됐고 90년대 초반에는 동강댐, 지리산댐을 중심으로 댐문제가 환경운동의 화두가 됐다. 90년대 후반에는 골프장문제와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2000년대에는 4대강반대, 핵발전소 반대, 구제역(동물성바이러스)대안운동, 조력댐 건설운동. 태안원유유출사고로 인한 대응활동이 계속 됐다.

한국교회 환경선교의 상징적인 사건은 2008년 부활절연합예배에서의 ‘한국교회환경선언’이었다. 당시 한기총을 포함한 한국교회가 한 목소리로 환경선언을 한 것에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선언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는 것이다. 

환경선교, 하나님의 정언명령

지금까지 기환연을 통한 한국교회의 환경선교를 평가하자면 한국교회가 환경문제를 처음으로 제기 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할수 있다. 기환연을 비롯한 한국교회는 ‘환경문제는 신앙과 신학, 성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이시대의 소명.’이라는 것을 알려내는 역할을 했고 현재 환경선교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기존의 전통방식의 선교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기환연은 차세대 선교인 환경선교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껏 한국교회는 신학적으로 배속신학을 근거로 한 구원신앙에 묶여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교회는 이 땅의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하나님나라운동에 복무해야 하는데 그 하나님 나라 운동의 핵심은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맡기신 최초의 사명을 지키는 일, 환경선교에 참여하는 일이야말로 하나님의 창조적 정언명령이다.

환경선교의 관점으로 바라본 한국교회사

한국교회 초기 선교시기에는 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조선왕조 말부터 사회적 혼란기 속에서 기독교가 들어왔다. 19세기 말 당시에는 동학사상이 민중들의 희망이 된 상황에서 기독교 또한 민중들 편에서 민중들을 대변하기 시작하는 활동들을 벌여왔다. 당시 기독교는 민중의 안내자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기독교는 평등사상을 중심으로 민중과 여성들에게 큰 어필을 했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이 실패하면서 기독교가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독교가 우리나라를 구원할 수 있는 방편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당시 기독교에는 지식인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처음으로 한 선교 사업이 학교, 병원, YMCA, 독립신문, 신민회, 신간회, 물산장려운동 등을 중심으로 교육과 시민운동, 계몽운동, 농촌운동을 벌여나갔다. 3.1독립운동의 한 축을 개신교가 담당할 정도로 당시 개신교의 역량이 작지 않았고 당시 기독교는 교회보다는 사회선교운동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제말기 한국교회의 신사참배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분열된 이후 선교의 중심이 사회선교에서 교회선교중심으로 변화하게 됐고 이후 5,60년대 노동, 산업선교로 흘러가는 민주화 세력들과 교회중심의 성장주의를 따라 가는 보수 기독교 세력으로 양분 되게 된다. 노동, 산업선교에 복무했던 세력들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쳐 90년대 정치구조로 녹아 들어간 양상을 보이게 되는 한편 보수 기독교는 90년대 이른바 부흥사들은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교회정치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한국교회의 보수화가 본격화 됐다. 보수적인 신학으로 교회와 선교를 해 나가다보니 갈등구조가 형성됐다. 물량주의와 성장주의로 결국 교회는 어마어마하게 상장해왔고 교회의 구조가 기업형으로 개편됐다. 교회의 사회선교역량은 위축되고 개 교회 내부역량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교회의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고 교회는 사회로부터 걱정의 대상이 돼버렸고 사회변혁의 걸림돌 취급을 받게 됐다. 결국 교회개혁 없이는 사회변혁도 어려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개혁대상 1순위가 교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회가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표류하고 있는 상황을 맞게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예수의 정체성, 영성을 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예수 없는 교회로 전락된 것이다. 두 번째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작은 자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관심과 사랑을 가졌던 예수는 한국교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교회의 위기가운데 환경선교의 비전

▲ ⓒ에큐메니안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의 위기가 있고 그 대안으로 환경선교가 존재한다. 나는 환경선교의 비전을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환경선교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마 25:40)라는 것을 인간을 넘어 피조세계까지 적용한 것이다. 자기를 해방시켜주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환경운동은 새로운 선교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현장으로부터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새로운 것을 찾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미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을 환경선교가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 나라,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면 생명과 평화. 그 한복판에 환경선교라는 과제가 있다. 생명을 구체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환경선교이고, 평화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도 환경선교다.

환경선교는 이 시대 하나님의 절박한 요청이다. 예수의 영성과 기독교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운동이다. 환경선교는 깊은 창조영성에 천착하고 그 가치를 다시 끌어내서 인식하고 내 삶에 받아들였을 때 황홀함과 은총을 느끼게 한다. 기독교인으로 사는 환희를 느낄 수 있다. 기독교영성을 담보하는 것이 환경선교이고 예수의 영성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고 예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환경선교이다. 기독교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예수 영성회복, 하나님 나라 실현,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실현 할 수 있는 길을 환경선교가 갖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환경선교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의 길로 나서기를 기원한다.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