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새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을 대표하게 된 손현보(사진 좌)와 전광훈(사진 우)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 일부 세력의 극우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4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36%가 무종교를 표방하며, 개신교 신뢰도는 2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3.4%의 개신교인은 전광훈 의 정치적 발언에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도 등장했다.

이처럼 낮은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개신교 극우 세력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출발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정의해야 할 단어가 있다.

먼저 ‘극우’ 혹은 ‘극우화’란, 단순한 종교적 보수성이나 근본주의를 넘어, 권위주의적 정치 질서를 옹호하고, 강한 민족주의적 색채를 띠며, 소수자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현상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종교적 신념을 국가 이데올로기화하여 사회 전체에 강요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신앙생활에 국한된 종교적 근본주의와는 달리,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극우 개신교의 출발은 역사적 맥락에서 1938년 신사참배 결정은 한국 교회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는 첫 번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유산은 해방 후 반공주의와 결합하며 1987년 민주화 운동 시기까지 교회의 정치적 침묵으로 이어졌다. 특히, 해방 이후, 기독교는 반공주의와 결합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였으며, 이는 교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일부 개신교 세력은 정치적 이념과 결합하여 극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교회의 본연의 역할인 신앙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정치인이나 이념을 지지하는 집회에 교회가 조직적으로 참여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악마화하는 사례는 교회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는 신도들의 신앙 생활에 혼란을 초래하고, 교회 내 분열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교회의 신뢰도 하락과 젊은 세대의 이탈로 이어지며, 결국 교회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개신교의 극우화는 단순히 일부 목회자나 교회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기복신앙과 번영신학의 정치화

많은 한국 교회들은 현세의 복을 강조하는 기복신앙을 기반으로 신앙의 목적을 물질적 축복과 성공으로 규정해왔다. 특히 번영신학은 신앙을 개인의 경제적 성공과 직결된 것으로 해석하며, 이러한 성공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정당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학이 정치적 맥락과 결합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일부 개신교 세력은 특정 정치 세력의 집권을 ‘하나님의 뜻’으로 간주하며, 정권 유지가 곧 신앙적 사명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설교와 집회로 이어졌으며, 교인들에게 특정 정당을 지지하도록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악마화하며 하나님과 교회의 적으로까지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일부 극우 개신교 지도자들은 빈곤을 개인의 신앙 부족으로 해석하고 회개를 촉구하기까지 한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좌파적’ 혹은 ‘반기독교적’ 행위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기독교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나, 기득권을 보호하는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공주의와 종교적 보수성의 결합: ‘신앙적 애국주의’

한국전쟁 이후, 반공주의는 한국 개신교의 핵심적인 이념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단순한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신앙적 요소와 결합하면서 더욱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개신교 극우 세력은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택한 나라’라는 민족주의적 신학과 반공주의를 결합하여, 기독교 신앙을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전광훈과 더불어 극우 개신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상한 손현보는 한국을 아시아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는 망상 섞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종종 ‘반공’을 ‘반기독교’와 동일시하며, 자신들만이 진정한 애국 세력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신앙적 애국주의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넘어, 진보적 사회 운동과 개혁 세력에 대한 공격으로 확장되었다. 민주주의와 인권, 노동 운동, 성평등 운동과 같은 사회적 변화들은 ‘좌파적 이념’으로 매도되었으며, 이들을 반대하는 것이 곧 기독교 신앙을 지키는 일이라는 논리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극우 개신교는 정권과의 협력을 통해 종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으며, 보수 정치권 역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교회가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연설을 조직하거나,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인 동원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악마화하는 발언은 일반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그 도를 넘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 전광훈이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교회의 성장주의와 정치권과의 공생 관계

한국 개신교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가 신앙적 순수성을 유지하기보다, 교세 확장과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면서 정치권과 유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교회의 영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보수 정치 세력과의 협력은 교세 확장과 자본 축적에 유리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특히 전광훈은 자신의 교회 조직을 동원해 이번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보수 정치인들을 초청하여 교회 행사에서 연설하게 하거나, 설교 중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 이에 보수 정치인들은 교회의 조직력과 신도들의 결집력을 활용해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공생 관계는 정치와 종교가 유착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교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은 개신교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신앙을 특정 정치 이념의 도구로 변질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이는 개신교 내부에서도 갈등을 심화시키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도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는 특정 정치 이념이나 세력과의 결탁을 지양하고, 신앙의 순수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나 침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의와 불평등에 맞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포함한다. 교회의 '정치적 중립성'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넘어,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공공선을 추구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사랑과 섬김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며,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다.

최근 한국 개신교 극우 세력의 흐름

최근의 연구와 분석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요인 외에도 몇 가지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전광훈은 과거 '원 오브 뎀(one of them)'에 불과했으나, 문재인 정부 시기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면서 보수 진영의 주요 스피커로 부상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정치인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였으며, 특히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협력은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전광훈은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 다양한 사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보험, 여행사, 휴대폰 판매 등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익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경제적 활동은 극우적 이념을 확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광훈은 '자유마을' 운동을 주도하며, 전국적으로 우파 세력을 조직화하고 있다. 이 운동은 지역 사회 단위에서 극우 이념을 공유하는 이들을 결집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대다수가 자유마을에 가입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구 서구 평리3동의 경우, 전체 인구 중 90% 이상이 자유마을에 가입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전광훈과 어느 사이엔가 대립각을 세우며 극우 개신교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오른 손현보 역시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전광훈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 특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광훈과 동일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여의도파를 형성하며 정치세력화하고 있다.

침묵하는 보수는 동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개신교는 강남권 대형 교회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새로운 보수주의가 등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적 좌절을 경험한 하층계급 노년층이 전광훈을 중심으로 한 극우 개신교 세력에 흡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좌절감을 극우 이념과 종교를 통해 해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최근 동향들은 한국 개신교 극우화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며, 종교와 정치, 경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은 전광훈의 극단적 발언과 행보에 반감을 표하면서도,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 문제 등에서 그의 목소리를 필요로 하여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교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부족하며, 전략적 침묵이 극우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음을 나타내며 침묵은 동조와 다른 이름이 아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