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롭게 구성된 에큐메니안 편집운영위원회가 24일 오후 대전 빈들공동체감리교회에서 워크샵을 개최하고 한국 극우 개신교의 근원을 탐색하고 그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이정훈

“전광훈 현상은 전광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수구보수적인 한국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 극우 개신교는 단순한 정치 세력이 아니라, 신학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체제 옹호 집단이다. … 체제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보수 개신교는 신앙과 국가주의를 결합하고 있다.”

남재영 에큐메니안 편집운영위원장이 쏟아낸 한국 극우 개신교에 대한 분석이었다. 24일(월) 오후 3시부터 대전 빈들공동체감리교회에서 진행된 에큐메니안 편집운영위 워크샵에서 발제를 맡은 남 위원장은 한국 극우 개신교에 대한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낸 것이다. 남 위원장은 전광훈과 손현보를 대표되는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이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뿌리 깊은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극우 개신교의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특정 신학적 논리가 어떻게 정치적 극우주의와 결합했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체제전쟁’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보수 개신교 내에서 신학적으로 정당화되고,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분석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남 위원장은 “한경직DNA”라는 용어를 사용해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군사독재권력의 비호 아래 자라난 극우 개신교

먼저 남 위원장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기 개신교가 권력과 결탁하며 부흥과 성장을 이룬 배경을 짚는다. 당시 개신교는 반공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신앙과 결합하여 정치적 특권을 누려왔음을 주목했다. 특히 한국 개신교의 역사적 인물로 평가 받는 한경직 목사와 김준곤 목사의 행보를 분석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개신교의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의 특권이 해체되고, 개신교 내부의 기득권 구조가 도전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2005년)과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보수 개신교의 반발을 불러왔고, 이후 개신교 내 극우적 흐름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 남 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의 출현이 개신교 극우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그가 활용한 ‘체제전쟁’ 프레임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전광훈은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 ‘공산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개신교 신도들에게 국가 정체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종교적 사명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반공주의와 종말론, 그리고 반동성애 담론이 결합되었고, 단순히 이념적 선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을 조직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광훈은 광화문 집회를 통해 정치와 종교를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개신교 극우주의를 실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정부 방역이 공산주의적 통제’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교회 탄압론을 확산시켰으며, 이후 대형교회들과 장로회 조직이 이에 적극 동참했다. 초기에는 일부 대형교회들이 전광훈과 거리를 두는 듯했으나, 특히, 2020년 4.15 총선과 2022년 대선 국면에서 보수 개신교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개입을 시도했으며, 이는 윤석열 정권 출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 위원장은 최근 보수 개신교의 조직적 움직임을 강조하며, 한기총, 대한민국장로연합회, 애국장로회 등의 조직이 어떻게 극우 개신교의 정치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지적했다. 특히, ‘거룩한 방파제 국민대회’, ‘10.27 연합예배’와 같은 집회가 단순한 종교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치 동원 행사로 기능하고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단순한 종교 공동체를 넘어 정치세력화 되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 남재영 에큐메니안 편집운영위원장은 전광훈과 손현보로 압축되는 한국 극우 개신교의 뿌리를 해부하고 에큐메니안의 과제를 제안했다. ⓒ이정훈

에큐메니칼 진영의 과제: 개신교 극우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남 위원장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개신교가 극우적 흐름을 반성하고, 신학적·사회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광훈이라는 개인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 극우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전광훈을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으며, 개신교 내부의 극우적 신학과 정치 논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수 개신교 전체를 극우 개신교로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극우적 흐름과 보수 신학의 차이를 구분하는 신학적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보수 신학과 극우 신학이 동일시되지 않도록 ‘건강한 보수 신학’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에큐메니칼 진영이 극우 개신교의 신학적 오류를 지적하고, 대안적인 개신교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회적 공공성을 강조하는 신학적 흐름을 강화하고, 한국 교회 내에서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신학을 확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개신교 극우화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결정할 문제

편집운영위원들은 남 위원장의 발제에 이어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한경직 DNA”로 명명한 한국 보수 개신교의 태생이 어떻게 극우 개신교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집중적인 토론이 진행되었다. 더불어 진보 개신교 언론을 대표하는 ‘에큐메니안’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 개진이 활발이 이루어졌다.

먼저, 전광훈과 손현보를 대표되는 극우 개신교나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대형교회와는 달리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목회자와 교회를 집중 발굴해 소개하자고 했다. 또한 거대 신학적 담론을 펼쳐 극우 개신교 세력의 신학적 담론을 무력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극우 개신교를 지원하고 있는 10개의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에큐메니안 이사회 구성과 이와 함께 조직된 편집운영위는 선언문을 작성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발표해 극우 개신교의 해악을 알리고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고민하기로 결의하며 워크샵은 마무리되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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