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신의 설교가 논란의 중심이 되자 두 주에 걸쳐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이찬수 목사의 이야기가 다시 비판 받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최근 분당우리교회 담임 이찬수 목사의 2025년 1월 19일과 26일 주일예배 설교 내용이 세간의 논란거리로 등장하였다. 담임목사의 주일예배 설교가 세간의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의 논의는 차치해 두고 왜 특정 지역 교회의 담임목사인 이찬수 목사가 주일 예배 시 행한 설교의 내용이 이렇게 큰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회가 차지하는 위상과 신뢰는 형편없이 하락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한국 교회가 차지하고 있던 위상과 신뢰는 간데없이 사라졌고 일반 시민의 교회를 향한 존경의 마음도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미 한국 교회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신뢰받지 못한 종교로 자리매김한지도 오래되었다.

신뢰와 존경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그 종교 지도자들의 언어 혹은 발언은 한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외면 받고 배척받고 따라서 어느 누구도 신경을 쓰거나 주위를 기울이지 않는 등 그 어떤 반응도 일으키지 못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 특정 지도자(?)들의 발언은 예상치 못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급격한 비판의 목소리와 반응 앞에 처해 지는 것이 오늘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대중의 가장 강력한 비판을 받는 교회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의 발언들이다.

논란이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현 정권 혹은 기득권 세력에 대하여 동조하거나 돕고 지원하며 이들의 반사회적이고 반역사적인 행태에 대하여 전혀 예언자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서 기인된다. 이 뿐만 아니라 전광훈을 비롯한 일부 목회자들은 노골적으로 현 정권을 지지하고 비호하며 심지어는 폭력을 선동하기까지 하는 비기독교적인 행동과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교적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목사로 평가되고 있던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담임목사의 최근 설교 내용이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 볼만한 현상이다. 이찬수 목사의 설교 시 발언은 단지 이 목사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간단한 현상이 아니다. 이 발언은 비교적 온건하게 평가받던 이 목사까지도 그 내용과 실질적인 의미로서 전체적으로 기독교가 친-기득권 성향이며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있지 않고 따라서 반사회적이며 반역사적 종교라고 하는 인상을 뿌리 깊게 새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강력하게 대중에게 새기게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고 위험한 현상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찬수 목사의 설교 중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시편 23편(다윗의 시)의 마지막 절인 6절을 본문으로 하여 2025년 1월 19일 “흔들림 없는 인생이 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설교의 내용을 구성했다. 그리고 26일에는 같은 본문으로 “좁은 시야를 극복하자”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여기서 나는 그의 설교 내용에 대한 신학적 분석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문제를 삼고자 하는 부분은 그가 사용한 3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한다. “판단유보”, “신앙언어와 정치언어” 그리고  “좌정관천(坐井觀天)”이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이찬수 목사는 1월 19일 “흔들림 없는 인생이 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설교 도중 현 시국에 대해서 언급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사분오열 되어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러한 분열의 원인과 이유에 대하여 나름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님의 ‘헤세드(자비)’에 대하여 언급한다.

그에 의하면 ‘헤세드’(자비, 사랑, 인자)는 하나님의 성품을 설명할 때 쓰는 단어이다. 헤세드는 하나님의 성품인데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를 요구하신다. 우리는 이러한 헤세드의 사랑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님의 헤세드가 필요한 때’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므로 이 목사는 이를 위해서 우리는 (현 상황에 대해) ‘판단은 유보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늘 한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판단은 함부로 할 수 없고 최종적인 판단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있으니 우리는 ‘옳다 혹은 그르다’의 판단을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기도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이며 우리는 한없는 자비와 사랑의 의미를 갖고 있는 하나님의 ‘헤세드’로 오늘의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일의 설교 내용에 대한 세간의 비판에 대하여 그는 1월 26일 같은 본문으로 “좁은 시야를 극복하자”라는 제목의 설교를 한다, 그는 먼저 ‘판단유보’의 표현은 ‘정치적 언어’가 아니라 ‘신앙적 언어’임을 강조하며 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오해하여 판단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좌정관천(坐井觀天)’(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비판한다.

과연 이찬수 목사의 설명은 적합한 것일까?

판단유보가 가능할까

먼저 ‘판단 유보’에 대해서 말해보자. 나는 그가 대형교회, 다시 말하면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배경을 가진 교우들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구조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매우 미묘한 교회적 그리고 목회적 현실 앞에 서 있음을 인정한다. 나도 30여 년 동안 목회현장에서 다양한 배경의 교인들이 있는 교회에서 목회자로서 활동해 온 경험이 있다. 한 목회자의 정치적 혹은 문화, 사회적 발언이 교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따라서 설교 혹은 발언을 할 때 얼마나 신중하고 또한 되도록이면 중립적인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 가를 충분히 실감하며 살아왔다.

많은 경우 ‘판단유보’가 절실하기도 했다. 사람들 사이의 개인적인 차원의 분쟁과 갈등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판단유보’가 반드시 중립을 의미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목회자로서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다.

성소수자(동성애자)에 대한 나의 입장을 묻는 매우 보수적인 장로 혹은 교인들에게 답변해야 할 때는 정말 곤혹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는 이렇게 답변하곤 했다.

“장로님, 저에게 있어서 성소수자 주제는 찬반을 논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저는 단지 ‘나는 이성애자입니다’라는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은 각자를 각자의 상황에서 사랑하십니다. 그 것 뿐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그들은 대부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가 성소수자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 가를 분명하게 알아차리곤 했다. 물론 그들이 나의 의견에 동감하거나 설득당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을 나는 ‘판단유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현실적이고 목회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최종적인 판단을 하나님께로 돌리고 나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것이 ‘하나님이 최종적인 판단을 하신다.’라는 선언의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실 우리에게 ‘판단유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이찬수 목사의 ’판단유보와 하나님께 기도하자’라는 선언 또한 자신의 판단과 입장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침묵은 동조’라는 말처럼 ‘판단유보’는 강자 혹은 악한 자의 입장에 서는 판단 표명이 아니겠는가? 이찬수 목사는 ‘판단유보’라는 표현을 통하여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경제적 혼란이 ‘윤석열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명확한 사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을 생각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판단을 유보’하고 더욱이 명확한 불의 앞에 침묵하는 것이 역사의 ‘최종 판단자’이신 정의, 평화, 평등과 사람의 하나님을 믿고 그를 따르는 기독교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를 묻고 싶다.

인간역사에서 발생하는 일들 가운데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에서는 주관적인 시각이 있기에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차원의 삶에서도 판단을 유보할 만한 사건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더욱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사건, 특히 인간의 생명과 권리에 관한 사건에서 판단을 유보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느 누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에서 판단을 유보하자고 할 것인가. 어느 누가 518 광주민주항쟁과 4.3 제주학살 그리고 여순항쟁 등에 대해서 판단을 유보하고 하나님의 판단을 기다리면서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가 생방송 중계를 통하여 헌법과 국회가 침탈되고 유린되는 순간과 국민들의 삶이 계엄군에 의해서 일시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순간들을 명확하게 목격하지 않았는가. 그 후 우리 사회는 계엄을 지지하는 극우보수파들에 의해 야기된 사회적 혼란에 당면하였다. 한편 시민들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들의 삶과 생명을 위험에 빠트린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이를 시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면서 광장에서 평화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들의 움직임과 극우 태극기 모임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고 단순하게 우리 사회가 사분오열 되는 혼란상태에 빠졌다고 평하면서 이 혼란의 원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최종적인 하나님의 판단을 기다리며 상대방에 대한 한이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 ‘헤세드’를 가지고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할 수 있는가? 이러한 행위 ‘판단유보’는 결국 ‘침묵은 동조’라는 것을 따르는 행위가 아닌가.

이것이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교회의 목사가 하나님의 자비에 대하여 설교하면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인가? 이 목사는 어찌 불의 앞에서 아니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판단유보’를 요청할 수 있는가? 이 목사는 자신의 ‘판단유보’ 요청, 다시 말하면 침묵 요청이 결국 헌법유린 세력과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극우 태극기 세력에 동조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매우 편파적인 행위, 더욱이 늘 정의의 편에 서시는 의미로서 ‘편파적 하나님’을 배반하는 행위라는 것을 모르는가? 그것이 과연 정의의 하나님, 가난한 자, 억울하고 억눌린 사람, 인권을 유린당하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약한 자들의 편에 서 있는 ‘편파적’ 정의의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인가?

물론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의 교인들 중에서 현 정부를 지지하고 또한 계엄의 정당성을 인정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연하고 명확하게 잘못된 일에 대해서 종교지도자가 그것을 지적하고 교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단순히 하나님의 헤세드를 언급하면서 판단유보를 권하며 자비의 하나님께 기도하자는 것은 종교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물론 이찬수 목사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교인들을 위로하고 돌보는 차원을 넘어서서 진리의 길, 올바른 길, 다시 말하면 ‘예수가 걸었던 그 길을 위험을 무릅쓰고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다.

구약의 예언자는 물론 신약의 예수는 불의 앞에서 결코 ‘판단유보’를 하지 않았다.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판단유보’가 아닌 선택을 요구한다. 예수는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시저 것은 시저에게로 돌리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판단유보’를 넘어서 ‘판단선택’을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신다.

▲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비상 계엄 선포 후 국회에 진입한 특수대원들이 국회를 마비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신앙적 언어와 정치적 언어가 분리될 수 있을까

이 목사는 ‘판단유보’라는 말에 대하여 세간의 비판이 거세지자 1월 26일 설교를 통하여 이 표현은 ‘정치적 언어’가 아니라 ‘신앙적 언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입장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신앙적 언어라는 것에 대해서 그는 “최종적인 판단은 하나님에게 있으므로 인간의 판단을 한계가 분명하고 상대적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것으로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자 그는 2월 1일 홈페이지를 통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교회의 목회적 현실이 교우들 간에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로 인한 격렬한 논쟁이 발생하여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됨으로서 정상적인 예배 진행 혹은 목회활동이 불가능해지는 과격한 상황에 도달하는 현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는 판단을 유보하고 기도하자”는 부탁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였다.

그는 이 글을 통하여 먼저 “옳고 그름은 대한민국이 가진 민주적 절차와 사법 시스템을 통해 판가름 날 것이고 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자신이 말한 ‘판단유보’는 “각자의 생각과 정치적·법적 판단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며 따라서  어떤 판단도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계속해서 “현실적으로 교회 안에서 성도들끼리 극심한 대립으로 갈등과 상처가 양산되는 현실이기에, 서로 간에 분노와 혐오를 쏟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자는 호소를 드린 것이다.”라고 덧붙이면서 신앙적 언어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이 목사의 이 같은 설명은 다양한 교우들로 이루어진 목회현장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될 만한 설명이다. 그러하기에 정치적 언어보다는 신앙적 언어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교우들간의 갈등 발생을 방지하고 교회를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한 조치와 언어표현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과연 신앙언어와 정치언어의 구별이 가능한가? 신앙이 완벽하게 정치 혹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현장과 구별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표현이나 혹은 사용 단어에 있어서 어느 정도 구별을 하고 다르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본적인 의미에서 신앙과 정치가 구별될 수 있다는 것에는 깊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신앙이 구체적인 정치로 표현될 때 신앙은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며 또한 정치는 신앙으로부터 출발해야만 각자가 믿는 신의 섭리를 따르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신앙과 정치는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신앙이 정치로부터 분리될 때 그것은 망상 혹은 환상이 될 것이며 정치가 신앙으로부터 분리될 때 그것은 폭력적이며 이기적이 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오늘 한국 사회와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혼란한 현실이 결국 정치는 신앙을 외면하고 신앙은 정치를 외면하는 정치와 신앙의 분리로부터 비롯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김상봉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성없는 진보’)

이찬수 목사의 목회적 현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 지도자라고 한다면, 더욱이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지도자라고 한다면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 조금 더 선도적이며 통합적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했다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더불어 나는 이것이 이찬수 목사를 비롯한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목회자들의 신학-철학-인문학적 더 나아가서는 역사적 안목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좌정관천(坐井觀天)과 불출호지천하(不出戶知天下)

이찬수 목사는 1월 26일 설교에서 ‘좌정관천(坐井觀天)’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좌정관천’은 ‘우물 속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라는 의미로 장자가 한 말이라고 소개하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물 속에서 하늘을 본다면 그 하늘은 구멍만큼 좁게 보인다.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이 그렇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에 의하면 오늘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한계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의 상황에서 다시 말하면 각자 삶의 상황이라는 한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우리의 가치나 혹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나 평가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함으로 나의 절대화를 넘어 상대방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신앙인이 가져야 할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존재론적 한계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신앙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장자의 말과 더불어 노자의 말을 되새겨 보자 도덕경 47장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를 아는 사람에 대하여 설명한다. 不出戶知天下(불출호지천하, 방문을 나서지 않고 천하를 알며) 不闚牖見天道(불규유견천도, 들창을 열어 내다보지 않고 하늘의 도를 본다.)

노자는 도를 깨달은 사람은 ‘꼭 집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아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노자는 도를 깨달은 사람은 ‘굳이 창문에 기대어 기웃거리면서 밖을 바라보지 않아도 하늘의 섭리를 스스로 깨달아 알고 있다’고 강조한다. 노자가 말하는 ‘도를 깨달은 사람’을 우리 기독교인들은 ‘신앙인’이라는 말로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예수가 제자들을 향하여 말한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도마가 예수께 묻는다 “주님, 우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 예수가 곧 바로 대답한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요한복음 14장)

예수는 분명하게 말한다. 예수를 아는 사람, 다시 말하면 ‘예수를 거쳐 가는 사람’은 생명과 진리의 길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우리가 우물 안에 사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신앙인은 예수를 거쳐 가는 사람이기에 우물 안에 갇혀 사는 한계를 안고 있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분명 우물 밖의 하늘도 보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신앙은 우리로 우물의 세계 너머에 있는 넓은 하늘을 보게 한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하나님 나라를 향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정의, 평화, 평등과 사랑의 하나님 나라를 향하는 사람들은 신앙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찬수 목사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1월 26일 설교에서 주장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넓은 시야를 가지기 원하신다. 우리가 할 일은 (젊은이들에게) 더 큰 그림을 그려주면서 푸른 초장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게 하고 영안을 열어 하나님이 일하심을, 너를 어디까지 인도 하실 지에 대한 꿈을 심어줘야 한다.”

결국 예수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비록 우물 안에서 살고 있지만 우물 너머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향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신앙인들이 우물 너머의 세계를 꿈꾸고 이의 실현을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신앙인들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좌정관천은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오늘의 상황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는 적합한 말이 아니다. 따라서 이찬수 목사의 좌정관천은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으로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발생한 혼란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할 말은 아니다.

이찬수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자신을 예수의 길을 따라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면 진리와 생명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를 따라서 ‘판단유보’가 아닌 ‘판단선택’을 해야 할 것을, ‘신앙과 정치의 언어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좌정관천’을 넘어 ‘불출호지천하’의 길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찬수 목사와 같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독교 지도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는 분들이 보다 더 용감하게 더 성경적이고 예수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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