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교회 예루살렘 성전 본당. 예배 시작 5분 전 빈자리가 군데 군데 보인다. ⓒ홍인식

2025년 1월 12일(일요일) 오전 11:20 3부 예배

나는 2017년 11월 28일 명성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담임목사직 세습을 반대하고 이에 대한 항의 의사 표시로서 목회자와 신학생 1,062명이 서명한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문과 성명서를 김삼환 목사(현 명성교회 원로목사)와 그의 아들 김하나 목사(현 명성교회 담임목사)에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나는 모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부(富)’와 권력을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순히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준 게 문제가 아니다. 맘몬에 굴복한 게 문제다. 그 아들이 가난의 십자가를 지고 간다면, 아무도 안 가는 교회에 간다고 하면 나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우리가 문제 삼는 건 부와 권력 세습이다. 이런 차원에서 명성교회 세습은 우리의 신앙 양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부와 권력의 세습을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명과 서명문을 전달하기 위해 예배당에 도착하자, 명성교회 사무장 권효기 장로가 입구에 나와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규합한 성명서 15개와 서명 1,062명개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 (김삼환-김하나 목사를) 직접 만나 뵙고, 정중하게 전달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장로는 “힘들다. 지금 (교회에) 안 계신다. 성명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내부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세습에 대한) 역사적·사회적 인식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했다. 권 장로는 “교인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당시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반대하는 성명과 서명은 전달했지만, 김삼환-김하나 목사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명성교회 한 관계자는 “(김삼환-김하나 목사에게) 공문을 전달했고, 내용도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바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장로교회는 교인이 우선이다. (김하나 목사 청빙은) 74% 넘게 찬성했다. 우리 자체적으로 택했으니, 서로 존중해 줘야 한다. 우리 교인들은 바보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나는 김하나 목사를 향해 (물론 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의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만두고 잠깐의 실수였다고 하면 끝이다. 간단하게 결정하면 될 일이다”고 말하면서 항의 방문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명성교회를 항의 방문한지 8년만에 교회를 다시 방문하였다. 이번 방문은 항의 방문도 아니고 새길교회를 그만둔 이후 자유인으로 그리고 한 예배자로서 홀가분한 기분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방문은 세습 이후 8년의 시간이 흐른 명성교회의 분위기도 직접 살펴보고 경험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한 예배자로서 주일 예배에 참여해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난 예배시간보다 20분 정도 이른 시각에 교회에 도착하여 본당인 에루살렘 성전으로 들어섰다. 예배는 본당인 예루살렘 성전을 비롯하여 베들레헴 성전 등 몇 군데 부속건물에서도 동시에 드려진다. 비록 예배 시작 20분 전이기는 하지만 본당은 가득 차 있지 않았다. 드문드문 빈자리가 있었고 나는 비교적 여유롭게 전체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뒷자리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1980년 대 후반 서울 영락교회에서 전임전도사로 사역했을 때의 일이 기억났다. 전임전도사로서 사역 중의 하나가 본당 예배실 출입을 잘 통제하는 일이었다. 오전 11시 3부 예배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이미 본당이 가득차기에 문을 닫아놓고 들어오려는 교인들을 부속 건물로 안내하는 것이 안내를 맡은 전임전도사들과 안내 위원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기능이었다.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많은 교인들의 지속적인 요청을 거절하고 이들을 부속 건물로 안내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나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명성교회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고 조금 일찍 교회에 도착했다. 그런데 의외로 과거의 그러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단지 명성교회가 세습 사건 이후 교인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설명되어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세습사건으로 인해 교인수가 줄었다고 하는 말들이 정확한 것인가는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30년전 본당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을 벌였던 당시와 오늘의 상황을 단순히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인다. 어쨌든 나는 여유있게 본당으로 입장하였고 차분한 마음으로 예배에 참여하였고 관찰할 수 있었다.

예배 시작 전에 한 쪽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 등 현악기로 이루어진 악단이 조용하게 찬송가를 연주하고 있었다. 입장하는 교인들은 별 다른 소음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안내위원들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예배 시작 전 본당의 분위기는 대체로 조용했고 앉아서 예배시작을 기다리며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교인들의 대다수는 50대 이상의 장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30-40대 부부들의 모습도 제법 눈에 띄었다.

예배 시작 시간 10분 전이 되자 성가대가 입장하기 시작한다. 본당을 바라보면서 왼쪽에 자리 잡은 성가대석은 아래층과 위층에 걸쳐 위치하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약 450명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렌지색의 스톨과 함께 하얀 색의 성가복을 입은 성가대의 모습은 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2025년 셋째 주일,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교회는 5주 동안 특별집회(러빙축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별 강사를 초청하여 간증설교를 중심으로 예배를 구성하였다. 새로운 신자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특별집회(러빙축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날은 특별히 권오중 배우를 강사로 하여 예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전 주일에는 신애라 배우가 간증 설교 강사로 초청되었던 바 있다. 제도적이고 전통적인 교회로 운영되는 명성교회에서 주일예배가 담임목사의 설교 없이 평신도 강사의 증언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더욱이 전통 예배에서 말씀 증거(설교) 전 성서 본문 독서순서도 없었다. 아니 성서 읽기 자체가 없었다.

교인들의 예배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은 여느 교회와 다를 바 없었다. 조용히 기도와 묵상을 통하여 예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자 교인들은 에배순서에 따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시무장로가 담당하는 예배 기도는 전통적인 구조 속에서 드려졌다. 감사 – 죄고백 - 죄용서 선언 - 사회회복을 위한 기도 - 교회를 위한 기도 - 담임목사를 위한 기도 - 일반 교인들의 삶의 행복과 건강을 위한 기도가 계속되어졌다. 사회회복을 위한 기도는 추상적인 용어의 사용으로 현실감이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논쟁거리가 될 만한 기도를 드리지는 않았다.

오늘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사회·문화적 혼란과 위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단지 하나님에게 한국을 도와 달라는 기도를 드릴 뿐이었다. 교우들은 장로의 기도에 대하여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아멘’으로 응답하면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김삼환 목사 시절처럼 열광적이지는 않았다.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기도 후 성가대 찬양이 있었다. 450명 이상의 대규모 성가대가 드리는 찬양은 웅장하고 장엄하였다. 본당 전체를 아우르고 참석 교우들을 압도하는 찬양이었다. 명성교회 예배에서 성가대가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대단한 것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성가대는 숫자 면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명성교회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서임을 볼 수 있었다.

▲ 휴대폰 조명을 켜고 권오중 배우와 그의 아들의 찬양에 응답하는 교인들 ⓒ홍인식

설교는 권오중 배우의 간증으로 대치되었다. 권 배우는 자신의 간증의 기반이 되는 성서를 읽지는 않았다. 그는 말씀증거를 “은혜나눔”이라고 칭하면서 말씀증거를 이어갔다. 그는 고린도전서 3장 16절(여러분은, 여러분이 하나님의 성전이요 하나님의 성령이 여러분 가운데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을 읽고 말씀증거를 시작하였다.

그는 이 구절을 바탕으로 술 마시는 것과 담배 피우는 일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기독교인들은 술과 담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특히 음주는 가정의 위기를 초래하고 신앙과 영혼을 흔들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성전인 몸을 가장 더럽히는 것은 술이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권 배우는 설교 도중에 자신의 장애인 아들을 강단으로 불러 세웠고 이 아들을 통하여 하나님이 자신에게 교훈을 주셨으며 신앙에 있어서 철저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게끔 해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말씀증거 중에 장애인 아들과 함께 복음성가를 불렀다. 음정과 박자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장애인 아들과 권 배우가 부르는 노래에 교인들은 감동적으로 응답하였다. 특히 성가대원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흔들면서 이들을 응원하였다. 때마침 본당의 조명을 줄임으로서 성가대 외에도 예배에 참여한 교우들은 일제히 휴대폰 조명을 켜서 함께 흔들면서 응원하였다.

예배가 하나의 커다란 드라마처럼 운영되고 있었지만 교우들의 반응은 기획된 이미지 보다는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반응으로 보였다. 예배는 순간 감동의 도가니로 변하면서 곳곳에서 아멘 소리가 들려졌으며 은혜(?)가 충만한 분위기로 변화되었다. 권 배우는 간증 설교를 마치면서 다시 한 번 술과 담배를 하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예수님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라면 하지 맙시다.”라는 말로 설교를 마쳤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교회, 수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던 교회, 곧 망할 것이라는 비판과 예언의 소리를 들었던 교회, 이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내부에서는 전혀 동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교회처럼 보였다. 예배는 시작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예배 참여 교우들은 예배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 교회로 보였다.

설교와 헌금 순서 이후 담임 김하나 목사가 교회 소식을 전했다. 그는 시종일관 얼굴 건체에 미소를 띠며 교인들에게 교회소식을 간단하게 전했다. 그는 권오중 배우의 말씀나눔의 내용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간단한 농담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는 “오늘 권 배우의 말씀 나눔 이후 다음 주에 성가대원이 절반으로 줄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자.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음주와 흡연) 문제를 정리하면 된다.”라고 가벼운 농담을 통하여 교우들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예배는 원로 김삼환 목사의 축도로 끝마쳤다.

예배 후 본당을 나서자 교회 마당은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교우들로 가득차 있었다. 젊은 세대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들은 대다수가 베들레헴 성전 등 부속 건물에서 어린 자녀들과 예배를 드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아무래도 예배 도중 예배당 출입이 본당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속건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배에 참여하면서 주목했던 것 중의 하나는 수 년전 본당 강단 한 쪽에 설치되어 있던 김삼환 목사의 어린 시절 시골교회의 교회종탑 모형이 사라지고 없었다는 사실이다. 종탑 모형은 김삼환 목사의 우상화와 관련하여 비판을 받아왔던 설치물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이의 폐기는 이러한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세습이 이루어진 8년이 넘은 이 시기에 명성교회는 세습 문제를 내부적으로는 극복해 낸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명성교회, 특히 담임 김하나 목사가 세습이라는 원죄에 대하여 어떤 신학적 해석 혹은 설명과 이해를 하고 있을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관심거리의 하나가 될 것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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