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워드 힉스, <평화로운 왕국> (1834, 캔버스에 유채, 74.5×90.1cm, 내셔널갤러리, 워싱턴 DC)

에드워드 힉스(1780~1849)는 목사이자 화가이다. 그의 아버지 아이작 힉스는 영국 성공회 신자로서 왕당파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미국 독립전쟁(1775~1783)에서 영국이 패하므로 삶이 파탄나고 말았다. 힉스는 펜실베니아 복스 카운티에서 출생 후 18개월 만에 어머니가 죽자 이웃의 퀘이커 교인에 의해 양육되었다. 힉스는 퀘이커 교도인 사라 워스톨(1781~1855)과 결혼하여 다섯 자녀를 두었다.

1812년에는 퀘이커 교회의 목사가 되어 필라델피아 순례 설교자가 되었다. 선교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고 때로 허드렛일을 했다. 그의 그림은 잘 팔렸지만, 퀘이커 전통에 예술을 돈으로 치환하고 사치품과 고가의 예술품 소지하는 일을 부정하다고 여겼기에 계속할 수 없었다. 농사에 몰두하였지만 많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에 늘 가난했다. 그러던 중 1820년부터 목사로서의 사역보다 퀘이커의 가치를 캔버스에 구현하는 일에 전념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작품 <평화로운 왕국>은 무려 62점이나 되는 연작이다. 맹수인 사자와 초식동물인 소가 등장하여 아이들과 어울리는 평화의 장면이다. 힉스는 자신의 작품을 구원받은 영혼에 대한 탐구이자 이사야서의 구현이며 퀘이커의 이상을 묘사하였다고 확신하였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와 필라델피아 주를 설립하는 과정에 아메리카 원주민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던 윌리엄 펜(1644~1718)을 작품에 등장시켜 자유와 신앙의 포용성을 묘사하였다.

탐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자세, 나아가 다른 세계를 포용하는 힉스의 캔버스야말로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가 아닐까? 내가 살려면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세상에서 공생과 공존에 이르는 세상의 가능성을 그의 작품에서 읽는다. 오늘의 국제 분쟁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미국 지도자들이 힉스의 그림 앞에 섰으면 좋겠다.

“그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눕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이사야 11:6~8)

최광열(기독교미술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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