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카페목회의 현실과 전망

등불교회 김헌래목사

1. 들어가는 말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교회는 세계선교 역사상 유례없는 부흥을 맛보았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한국교회는 침체기에 들어섰고,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교회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교회 침체기를 넘어서려는 노력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은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1980년대 건물에 십자가만 세워놓고 예배를 드려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때가 있었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정치는 군부독재의 암울한 시기를 거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었다. 이 시대를 거치면서 물질주의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을 바탕으로 한 교회들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교회가 이 시대에 탄생하였다. 90년대 들어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 사람들은 교회가 전하는 기복적이고 물질주의적인 메시지에 식상하게 되고 교회에 좀 더 고차원적인 요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교회는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침체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회를 개척하면 수년 안에 자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교회에 오려고 않는다. 기존의 중대형교회에서도 일부를 제외하면 교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교회가 정체내지 쇠퇴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 개척하는 교회는 100개를 개척하면 그중 한 두 개만 자립할 수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교회개척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교회의 자립과 부흥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교회 내에 위기를 극복하려는 여러 가지 움직임들이 일어났는데, 그 중 카페목회는 대세라고 할 만큼 많은 젊은 목회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또한 기존의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되었다.

본 글은 한국교회 카페목회의 현실을 다 담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카페목회의 나아갈 바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고자 한다.

2. 교회카페의 대략적인 발전과정

한국교회에 한참 교회를 신축 혹은 증축하는 때가 있었다. 교회를 더 크게 지으면 사람들이 몰려드는 때가 있었다. 100명이 모이는 교회는 500명이 모일 수 있는 교회를 건축했다. 1000명이 모이는 교회는 5000명이 모일 수 있는 교회를 했다. 5000명이 모이는 교회는 10000명이 모이는 교회를 건축했다. 교회를 자꾸 큰 규모로 건축하다 보니 유휴공간이 생겼다. 이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의지가 교회 안에 카페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반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는 카페가 생겼다.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원두커피가 일반화되자 커피메이커로 분쇄된 원두로 커피를 내려마셨다.

커피에 대한 교인의 욕구가 커지자 커피머신을 들여놓고 교인 중에서 바리스타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다양한 커피음료와 그 밖의 음료를 제조하여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교회 로비나 아니면 교회의 유휴공간에 설치되던 카페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인들도 접근하기 쉽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 쪽으로 입구를 만들어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이면서도 외부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니면 아예 교회 밖에 건물을 임대하거나 사서 카페로 리모델링을 하고 접근성을 높인 카페도 있다.

신학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목회현장에 뛰어드는 목회초년생의 경우 기존의 목회방식으로는 목회는커녕 생활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예 교회건물을 임대해서 카페로 인테리어를 하는 교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커피를 판매하는 영업장이 되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사용된다. 어떤 경우에는 교회로 사용할 건물을 임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주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 카페에서 주일에만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예배를 드리거나 하는 목회적 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목회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교회를 건축할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된 교회들이 건축계획에 아예 카페를 염두에 두는 실정이다.

3. 한국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의 현실

1) 친교형 카페

친교형 카페는 교인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카페라고 할 수 있다. 자체건물을 가지고 있는 교회들은 자체 건물 안에 카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스턴트커피로 운영되는 교회들도 있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는 등 나름대로 체계적인 카페를 운영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인테리어를 잘하고 비싼 기계를 들여놓고 운영을 하지만 평일에는 카페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토요일에나 주일에만 겨우 운영을 하는 경우가 대분이다. 필자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인천에 있는 어느 교회의 경우에는 교회식당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판매하여 그 이익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경우도 있다. 

 2) 전도와 만남을 목적으로 한 카페

전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교회가 교회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몇몇 대형교회 목사들의 비리와 스캔들이 일반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전도하기가 쉽지 않다. 평신도들이 전도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목회자들이 믿지 않는 일반인들을 만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을 교회로 초청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교회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덜 부담스러운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방도로 카페를 만든다. 이럴 경우에는 카페가 교회 밖으로 나와야 한다. 아니면 입구를 교회가 아닌 밖에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회에 이런 공간이 없을 경우에는 교회에서 좀 떨어진 곳에 건물을 임대하거나 구입해서 카페를 만든다. 필자에게서 바리스타교육을 받은 어느 목사님의 경우 교회에서 좀 덜어진 곳에다가 건물을 임대하여 카페를 만들었다.

3) 사회적기업형 카페

교회의 목회자가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 교회 자체 내에 카페를 운영할만한 역량이 없지만 보다 질 좋은 커피로 카페를 하려고 하는 경우에 기존의 사회적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교회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 있는 한 중대형교회의 경우 커피밀이라는 사회적기업과 협약을 맺어 교회 안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조건에 맞는 카페운영을 하고 있다.

4) 프렌차이저 임대형 카페

여러 형태의 교회 카페 중 가장 비난 받을 만한 교회카페의 형태이다. 한 대형교회의 경우 교회의 부속건물에서 카페운영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세계적인 커피 프렌차이저인 스타벅스마저도 제치고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프렌차이저 업체에 건물을 임대해 주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그곳에 가본 순간 교회가 악덕기업의 후원자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한국사회에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프렌차이저 기업들은 서민경제를 죽이는 주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 일자리 제공형 카페

이러한 종류의 카페의 경우 사회적 소외 계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카페이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까페 외할머니의 경우 70세 이상 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만든 카페이다.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2년 동안 60여명의 바리스타를 배출하고 카페를 통해 목회를 세우기를 원하는 목회자들과 일반인들에게 미래를 밝혀주고 있다. 서울의 한 교회의 경우 교회 안에 카페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어느 교회에서는 교회 내의 경력단절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 

6) 일체형 카페(생계형 카페)

이런 경우에는 교회건물을 따로 얻지 않고 카페 그 자체를 교회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평일에는 카페로 영업을 하다가 주일에는 그곳에서 예배를 드린다. 물론 목회자가 바리스타로서 일을 하므로 목회자의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사회에서는 목회자가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목회적 상황이 목회적 사역만 진행해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카페목회로 활발하게 목회하는 교회가 여럿 있다.

7) 목회적 기능 수행형 카페

이런 경우에는 일반 예배를 하고 심방과 상담을 하는 등의 일반적인 목회를 하지는 않지만 목회적인 마인드로 목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카페 트립티의 경우 한국에서 일하다가 산재로 장애를 입어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머물며 생활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활동과 공정무역운동을 하고 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안에 있는 행복 카페의 경우 그 대표가 목회적인 마인드로 사람들을 대하므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4. 교회카페의 필요충분조건

1) 접근성

교회카페는 교회에서 혹은 목회자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편안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 카페라고 할지라도 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다. 카페로 들어가는 문이 교회로 들어가는 문과 같다고 하면 일반인들이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교회 건물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교회로비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닌 다른 입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의 로비를 거쳐 가는 카페가 아닌 길에서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접근성을 높이려면 교회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을 짓든지 혹은 임대하여 사용한다면 사람들이 부담 없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카페교회의 경우에는 교회의 이미지를 되도록 없애야 한다. 교회의 이미지가 강할 경우 교회에 다니는 사람일 경우에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일반인의 경우에는 불편함을 느끼고 재차 방문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2) 전문성

대부분의 교회카페의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커피음료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러니 단가를 줄여야 한다. 단가를 줄이다 보니 싸고 맛없는 원두를 들여다가 커피를 내려 판매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커피를 내리는 분들이 커피음료를 제조하는 방법만 알았지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커피의 맛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커피를 싸게 판매하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커피의 맛과 향이 떨어질 경우 고객을 붙잡기가 힘들다. 카페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같은 돈을 들이고도 전문성이 떨어지면 카페를 만들었던 원래의 목적을 이루지도 못하고 카페가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5. 교단적인 움직임

한국교회는 목회 수급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미 공급과잉 상태이다. 모든 교단이 한 해에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현장에 나오는 이들에게 목회지를 모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는 정체내지 쇠퇴하고 있는데 비해 해마다 많은 수의 목회 후보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목회자로서의 사명감을 안고 신학을 공부하며 목회를 준비하지만 정작 목회를 하는 경우는 30%도 되지 않는다.   

또한 목회자가 은퇴를 하는 경우 일부교단을 제외하고는 은퇴 후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각 교단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가 카페교회의 활성화 정책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 개신교회 중 가장 큰 교단 중의 하나인 예장통합에서는 카페목회를 문화사역의 일환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감리교회 내에는 카페를 목회의 한 수단으로 삼기 위하여 한국교회커피협회를 설립하여 카페목회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6. 나가는 말(앞으로의 전망)

한국에서의 교회카페는 일반화된 것 같지만 카페를 목회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직 실험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반 프렌차이저 커피전문점들이 한집 건너 하나씩 생기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커피의 참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커피는 쓴 맛을 가지고 있는 음료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커피에서도 신맛과 단맛이 쓴맛과 더불어 난다고 하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

커피를 너무 강하게 볶아 신맛과 단맛을 제거한 프렌차이저의 단조로운 커피 맛을 식상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커피 맛을 찾아갈 것이다.

교회는 목회를 해야 한다. 단순히 사람 수 늘리는 목회가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카페는 이러한 교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커피의 맛은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신앙인들에게는 신앙의 맛을 보여주는 것이 커피이다. 교회에서 혹은 목회자가 운영하는 카페의 형태가 어떻든 상관없이 커피에 대한 지식이나 혹은 커피 맛에 대한 지식에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카페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접근성이 쉽게 카페의 위치를 세상을 향해 개방함으로서 카페목회가 앞으로 목회를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수단이 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