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기독교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린 포럼에서 보수, 진보 학자들이 'WCC 총회'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에큐메니안

10월 30일, WCC 제10차 부산총회까지 180일이 남았다. 그러나 여전히 총회에 대한 반대, 비판, 찬성 등 여러 가지 입장과 목소리가 존재한다.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다양한 입장을 서로 이해하기 위한 자리로 기독교학술원에서는 지난 3일 오후2시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WCC영성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WCC 운동을 객관적으로 연구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최된 포럼이다.

그러나 소위 ‘복음주의(보수주의)’로 표방되는 신학자들에게는 WCC 총회는 ‘우려스러운 행사’, ‘성경적이지 못한 신학’을 주장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었고, 이들의 걱정과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매우 부족해 보였다.

토론은 세 가지 영역으로 진행되었다. ‘종교대화의 영성’, ‘개종의 영성’, ‘에큐메니칼 영성’의 주제를 각각 이형기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이동주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 은퇴교수), 박종화 박사(경동교회)가 발표했으며, 장훈태 박사(백석대 선교학 교수), 채수일 박사(한신대 총장), 최덕성 박사(기독교사상연구원 원장) 등이 각각의 주제 발표에 논평했다.

▲ '종교간 대화'에 대한 토론을 벌인 이형기 박사(왼쪽 첫번 째)와 김홍만 박사(왼쪽 두번 째), '개종금지'에 대한 토론을 벌인 이동주 박사(오른쪽 두번 째)와 채수일 박사(맨 오른쪽). ⓒ에큐메니안

종교의 보편성과 특수성 인정 VS 결국 종교 다원주의

먼저 이형기 박사는 ‘종교간 대화’와 관련된 WCC 공식문서를 기초로 WCC의 ‘종교간 대화’의 역사를 정리했다. 이 박사는 “WCC의 종교간 대화의 신학은 각 종교가 각각 자신의 고유하고 독특한 ‘이야기’(종교)를 지니면서 타종교들의 고유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의 다원성과 다양성과 다름과 차이와 타자의 타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러한 종교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기독교(종교)의 성경 이야기에 근거한 신학적인 확신들의 정체성과 고유성과 특수성과 다름을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박사는 종교간 대화의 목적을 “오늘날 우리 인류와 창조세계는 공동체를 목말라 하지만 우리 한국은 그리스도교회들 간에도 그렇고 이웃종교들과도 아직 ‘공동의 선’을 향한 그 어떤 목적 지향적인 대화와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구해 오지 않고 있다.”며 “(목적 지향적인 대화와 연대) ‘공동체 안의 대화’란 인류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가 정의와 평화와 창조세계 회복이 완성되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이형기 박사의 발표에 대한 논평에서 백석대 장훈태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영적으로 죽은 자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는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선교에 대한 소극적 입장, ‘이교 종교’의 예수 증언에 대한 의구심, 타 종교인과 불신자들에게도 구원의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홍만 박사도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들의 다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종교 다원주의라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서술이다. 왜냐하면 기독교를 세상의 모든 종교 가운데 하나 일뿐이라는 주장은 종교 다원주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라며 “‘기독교를 포함하는 모든 살아있는 종교들의 특수성과 보편성과 다원성’이라고 서술하고 있는 부분은 종교 다원주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하나님께로 회심이 개종 VS ‘개종’과 ‘회심’ 혼동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선교신학연구소장 이동주 박사는 WCC의 ‘개종전도 금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WCC와 CWME(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의 ‘반개종주의’는 복음을 듣지 못한 수십업의 잃은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개종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개종’은 회심선교라고 보아야 하며, 회심은 오직 하나님께로 하는 것이고 이웃은 다만 사랑과 전도와 도움의 대상이지 개종의 방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동주 박사는 WCC는 복음적인 개종선교를 크게 오해하고 있으며, 개종은 종파나 교회집단에로 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로 하는 것임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오류임을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WCC가 ‘종교 다원주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기독교의 칭의신앙과 ‘우상숭배’라는 개념을 분실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덧붙여 결론에서 이 박사는 “WCC의 반 개종주의는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독교 운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평자로 나선 한신대 총장 채수일 박사는 “WCC가 개종강요 선교를 반대한다고 해서 ‘WCC가 비기독교인들에게 예수를 구주로 믿고 영접해야 구원을 받는다는 믿음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다.”며 WCC의 입장을 설명하지만 평가함에 있어 설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의적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보았다.

▲ 마지막 토론 주제인 '에큐메니칼 영성'에서 발표를 맡은 박종화 박사는 '애정어린 비판'을 호소했다. 왼쪽부터 김종혁 박사(전 한일장신대 대학원장), 박종화 박사,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최덕성 박사. ⓒ에큐메니안

열린 토론 하자! VS WCC 변화 못해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WCC의 모든 회원교단이 교파나 전통상 서로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교파의 교리를 절대화할 수 없어 매우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WCC 부산총회는 다양한 세계교회에 한국교회의 영성을 선보이고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독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교 다원주의, 반개종주의, 동성애 등에 대한 복음주의, 보수 진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전국 순회를 통해 21개 신학 테마를 열린 토론으로 만들어 갈 것을 제안 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토론 공간이니 WCC에 와서 토론하고 확인하라는 것이다.

논문 발표 대신 WCC 제10차 총회에 대해 알린 박종화 박사의 말에 보수적 논평자 최덕성 박사(기독교사상연구원장)는 “기독교 진리를 상대화하는 종교 상대주의, 사회구원 지상주의, Missio Dei(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결정적으로 복음을 와해시키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며 “부산총회가 이러한 신학을 폐기하고 공식문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표명했다.

모든 토론을 마친 후 종합토론에서 경신고등학교 전 교목이라고 밝힌 김종희 목사는 “다른 사람의 강의는 ‘성경적이지 않다’거나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은 잘못된 토론인 것 같다.”며 패널들의 토론 자세에 대해 지적했다.

이후에도 보수적 패널들은 WCC를 ‘종교 다원주의’로 지적했으며, ‘WCC가 복음주의적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패널들의 팽팽한 양극의 입장이 이날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려 토론은 계획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마칠 수 있었다.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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