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phael, 「The Miraculous Draft of Fishes」 ⓒWikipedia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모든 성도님들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우리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크신 은혜와 평화 가득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저는 앞으로 7주간 ‘왜 그리스도인인가?’라는 주제로 말씀을 증언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깊은 데로 가서’, 이런 제목으로 말씀의 은혜 나누겠습니다.

우리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까? 오랫 동안 숙고해 본 끝에 보니, 가장 믿을 만한 신념이 기독교의 신념이라서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작성하셨나요? 이런 지적 회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 신앙생활이 도움이 된다는 누군가의 말에, 이 종교 저 종교 살피다 기독교가 나와 잘 맞겠다 싶어 선택한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왔기에 기독교가 내 삶의 일부가 된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친구나 잘 아는 지인을 따라 또는 신뢰하는 사람의 권유를 따라 교회에 나왔다가,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에 취해 어쩌다 그리스도인이 된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너무 다급해서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기도하러 왔다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우연히, 어쩌다 보니’라고 대답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왜 그리스도인이 되셨습니까? 그 첫 이유나 계기야 누구나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적인 반응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런 고백 말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기까지 지적 동의도 있었고, 결단도 있었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친화적 상황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도 썩 만족스러운 이유로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한 두 가지 이유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그리스도인인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사건이자 우리 삶에 너무나 큰 영향, 그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별로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아직 그리스도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거나 실감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큰 일입니다. 자기 스케줄 비워가면서, 또 휴일 잠 줄여가면서, 오가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주 시간 맞춰 꼬박꼬박 예배를 드러러 나온다는 것이 보통 일입니까? 어디 그뿐입니까? 어떤 때는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못 알아 먹겠는데도 불구하고, 영 공감도 안 되고 납득도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이 선포하는 설교를 매주 꼬박꼬박 억지로라도 귀 기울여 듣고 있습니다. 이게 어디 보통 일입니까?

이뿐이 아닙니다. 누가 100원짜리 하나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때로는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는데, 꼬박꼬박 교회봉사도 합니다. 이것 사실 엄청난 일 아닙니까? 우리가 왜 이러고 있는지 우리도 잘 모를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모두, 우리를 이 자리로 이끄는, 형용할 수 없는 강력한 끌림,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점들 모두를 고려해 보았을 때, 사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기보다 그리스도인으로 부름받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작정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사랑하기로 작정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작정하기 훨씬 전부터, 하나님은 이미 우리를 사랑하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요한일서 4장 10절은 말합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우리가 그렇게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까? 우리 아니면 하나님의 하나님되심이 축소되거나 훼손되기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나님이 아니면 안 되는 존재입니다. 바울은 로마서 5장 8절에서 확언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이뿐입니까? 우리는 듣고 나서야 그리스도를 알았고, 초대를 받고 나서야 하나님 나라를 알았지만, 하나님은 우리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우리를 미리 보셨고 우리를 아셨습니다. 시편 139편 16절입니다.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아셨기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보셨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하나님께로 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먼 발치로 떨어져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우리를 부르신 게 아닙니다. 우리를 끈질기게 추적하시고, 우리 곁에 딱 붙으셔서, 우리를 흔드시고, 때로는 일깨우시고, 때로는 괴롭히시면서,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찾은 것 같지만, 실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발견하셨고, 우리를 추적하시며 부르신 것입니다. 

바울의 고백을 들어 보십시오. 그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사건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사도행전 26장 14절입니다. “우리가 다 땅에 엎드러지매 내가 소리를 들으니 히브리 말로 이르되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

주님이 바울에게 하신 말씀을 곱씹어 보십시오. 바울이 한창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다 가두며 핍박하고 있을 때, 주님은 가만히 손 놓고 계셨던 것이 아니라, 마치 긴 막대기로 고집 센 소를 몰아대는 농부처럼 바울 가까이에서 계속 그를 채근하고 채찍질하고 계셨던 것이란 말씀입니다. 다만 바울이 그것을 못 알아채고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었을 뿐이란 말씀입니다.

존 스토트는 “나는 왜 그리스도인인가”에서 예수님께서 그간 바울을 어떻게 채찍질해 오셨는지 4가지 차원으로 분류해 설명했습니다. 첫째, 주님은 바울의 생각을 채찍질하고 계셨습니다. 바울은 예수님이 유대교를 파괴하는 위험분자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왜들 그렇게 예수님께 매료되는 것일까 의아해 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예수님과 관련해 떠도는 이야기들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집해서 살펴보았을 것입니다.

머리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그냥 둬선 안 된다 말하고 있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는 ‘내가 틀렸나?’ 싶은 생각으로 심장이 쿵쾅 거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부정하고 감추고 싶어, 바울은 더 그렇게 열성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을 괴롭혔었던 것은 아닐까요?

주님은 때로 이렇게 우리 생각의 틈을 노리십니다. 우리 의식의 균열을 노리십니다. ‘나는 이제까지 내 부모가, 내 형편이, 내 학벌이, 내 체력이, 내 외모가, 내 자질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만 제대로 갖추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아닌가?’ ‘나는 이제까지 나름 최선을 다해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주님은 때로 우리의 이런 생각의 틈을 파고 들어 우리를 부르십니다.

존 스토트에 의하면, 둘째, 주님은 바울의 기억을 채찍질하고 계셨습니다. 바울은 초대교회의 최초 일곱 집사 중 한 사람이었던 스데반의 순교 현장에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7장 59-60절에 의하면, 성난 유대인들의 돌팔매질에 죽어가면서도 스데반은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외쳤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합니다. 바울은 ‘죽어도 싸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스데반의 이 기이하고도 경이로운 반응을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자신의 상식과 경험으로는 도저히 해명되지 않는 이 장면이 예수 믿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내내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애써 감추려 해도 잘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잊어버릴만 하면 떠올라 그의 마음을 계속 심란하게 했을 것입니다.

주님은 때로 이렇게 우리의 기억의 파편을 들어 우리 가슴을 둥둥 치십니다. ‘지독하게 가난했어도 꿋꿋하고 성실하게 자식들을 키워내신 어머니의 그 애절한 기도와 찬송 소리, 죽을 뻔 했던 아찔한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찾아온 왠지 모를 감사함, 압도적인 자연 경관이 불러일으킨 경이감, 절실한 순간에 생판 모르는 남에게 받았던 친절과 배려’ 이런 기억들을 우리 가슴에 띄워 주님은 때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존 스토트에 의하면, 셋째, 주님은 바울의 양심을 채찍질해 오셨습니다. 바울은 유대교의 네 분파 중에서도 율법을 가장 잘 지키기로 정평이 난 바리새파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율법을 문자적으로 지키는 것으로 그가 죄로부터, 내면의 불안과 갈등과 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까? 아닙니다. 그의 고백을 직접 들어 보십시오. 로마서 7장 22-23절입니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그가 그렇게 집착한 율법은 도리어 자신의 죄를 더 두드러지게 했고, 스스로는 도저히 이 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고백입니다. 주님은 때로 이렇게 우리의 양심을 채찍질 하십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모순, 이율배반,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와 충동, 거짓과 기만, 낯부끄러운 탐욕이, 우리가 뒤집어 쓴 가면과 우리가 걸쳐 입은 이미지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지 않습니까? 주님은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시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존 스토트에 의하면, 넷째, 주님은 바울의 영혼을 채찍질하고 계셨습니다. 바울은 하나님에 대한 정보를 알았지, 하나님을 알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유대교의 율법과 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살았지만, 그 율법을 주신 하나님의 품을 경험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때로 우리가 의지해왔던 관습의 틀로부터 우리를 빼내 오십니다.

‘남들 사는대로만 잘 따라 살면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 세상 유행 잘 좇아가면 성공하는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 잘 벌고, 잘 쓰고, 잘 소유하면 만족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 바쁘게 살고 인정받고 살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 나나 잘 챙기면 나라도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 주님은 때로 이런 낭패와 회의감으로 우리의 영혼을 채찍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주님은 왜 우리를 부르십니까? 우리를 사랑하시니까 부르십니다. 인생의 무거운 짐을 안고 홀로 고군분투하는 우리, 지치고 쓰러진 우리, 주저 앉아 못 일어서는 우리, 이런 우리가 안쓰럽고 애처럽고 아파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마태복음 11장 28절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불안, 절망, 고독, 소외, 공포의 짐, 실패와 좌절의 짐, 고립과 단절의 짐, 죄의 짐을 짊어진 채 고통스럽고 허무하게, 부자유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서 그 짐을 벗겨 주시려고 부르십니다.

물론 아직도 그 짐들, 얼마든지 홀로 짊어질 수 있다고 자만하는 사람들에게 이 부르심이 들릴 리 없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이 모든 짐 한꺼번에 다 벗어던질 수 있는, 부와 힘이 내 손에 들어온다고 헛된 꿈과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이 부르심이 들릴 리도 없습니다. 오직 자기 한계와 불완전함과 무능함과 불의함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이런 자기를 끈질지게 추적하고 따라붙는, 형용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이 자기를  에워싸고 있다고 감지한 사람들만 이 부르심을 천둥소리처럼 듣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무거운 짐을 진 우리들을 부르시면서 약속하십니다. 다시 마태복음 11장 28절입니다.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주님은 우리에게 쉼을 약속하십니다. 자유와 해방을 약속하십니다. 치유와 회복을 약속하십니다. 누가복음 4장 18-21절을 보십시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이 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 이것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가까이 오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또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부르기만 하시는 게 아닙니다. 우리를 더 깊은 삶으로 이끄십니다. 마태복음 11장 29절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우리의 짐은 내려놓고 주님의 짐을 지고 사는 삶으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추동하십니다. 우리가 우리의 짐을 내려놓을 때 잠시 누리는 편안함, 해방감, 위로와 만족, 감격과 즐거움, 이게 주님이 우리를 부르신 이유의 전부가 아닙니다.

주님은 주님의 멍에를 메게 하시려고, 주님의 짐을 지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신 것입니다. 물론 이 멍에와 짐은 이전에 우리가 짊어지던 짐과는 그 질과 성격이 다릅니다. 마태복음 11장 30절입니다.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우리를 속박하시려 씌운 멍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온전케 하시려고 씌운 멍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홀로 지는 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동행하시려 지우신 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짓누르시려고, 괴롭게하시려고 지우신 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초월케 하시고 성장케 하시려고 지우신 짐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주님은, 우리가 주님이 성취하신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주님의 제자로 부르신 것입니다. 본문은 이 부르심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이 부르심 앞에 선 베드로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누가복음 5장 5절입니다.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보십시오. 주님의 이 부르심 이전에, 베드로는 자기 지식과 경험에 의지하여, 다른 어부들에게 전수 받은 기술과 전통에 의지하여, 배에 올랐고 그물을 내렸습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돈도 많이 벌고, 남들 앞에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욕망을 이끌려, 배에 올랐고 그물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떠했습니다. 밤이 새도록 수고는 하였지만 아무 것도 손에 들어온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애쓰지 않아서, 게을러서, 인생의 짐이 무겁습니까? 우리가 대충 대충 살아서, 인생의 짐이 무겁습니까? 아닙니다. 손에 쥔 게 전혀 없어서, 인생의 짐이 괴롭습니까? 모든 욕망이 좌절되어, 아무런 만족이 없어서 인생의 짐이 괴롭습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입니까? 우리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래, 그저 세속적 욕망에 이끌려 자기 노력과 수고로만 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우리 그렇게만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래, 주님을 향한 갈망에 붙들려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붙잡혀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우리 그것을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래, 그저 세상의 필요를 손에 쥐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만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래, 주님의 말씀에 순복하며 주님 손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그것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래, 도박하듯 여기 저기 그물을 쳐야 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만 살았기 때문입니다. 곧 세속의 유행과 논리에 따라 강박적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 아닌데, 그것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래, 주님의 말씀이 지시하는 대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야 하는 사람인데, 그것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곧 주님의 말씀이 지시하는 더 깊은 삶을 지향해야 하는 사람인데, 그 사실 잊었기 때문입니다. 이 원초적 소명을 몰랐기에 베드로는 밤이 새도록 수고는 했지만 잡은 것이 없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베드로는 이제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되었습니까?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질 정도였습니다. 말씀에 붙들리고, 은혜에 붙들리자 진정한 만족이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고기잡이의 삶을 초월하는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베드로는 누가복음 5장 8절에서 자신의 죄인됨을 고백합니다.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자각했다는 의미입니다. 베드로는, 누가복음 5장 11절에 의하면, 배를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삶의 목적과 의미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삶의 전부를 다해 구현해야 할 가치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세속적 욕구가 전부인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삶을 넘어서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향해 삶의 깊이가 깊어졌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은 무거운 짐 홀로 지고 괴로워하는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참된 안식과 기쁨의 삶, 하나님 나라의 더 깊은 삶으로 이끄십니다. 주님의 멍에와 짐을 지고 깊은 데로 갑시다. 부르심에 응답해도 인생은 여전히 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그 고됨에 매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깊어질 것이고, 고됨을 포함하면서도 초월한 참 기쁨과 만족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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