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2024년 성탄절을 맞아 “꺾임 없는 빛: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주제로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성탄 메시지는 꺾임 없이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빛의 성격과 희망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최근 사회적·정치적 격동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소명을 되새겼다.

특히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타난 빛과 어둠의 갈등을 조명하며,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작은 불빛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성탄 메시지는 “작은 빛들이 모여 거대한 밝음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어둠 속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그리스도교적 희망은 단순히 정권 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민주주의와 조각난 평화를 복원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특히 루가복음 3장의 본문을 인용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억압과 가난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임을 상기시켰다. 복음의 시공 속에서, 예수의 강생은 인간의 시간과 하느님의 시간이 맞닿는 자리였으며, 이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구원도 현실과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악인들의 장막 안에 살기보다 하느님 집 문간에 있기를”이라는 시편의 구절을 언급하며,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세워야 할 시점임을 역설했다. 반헌법적 계엄과 폭력적 사태의 근본 원인이 그릇된 세계관과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며, 개인 안의 의(義)를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성탄의 빛을 처음 알아본 양치기 목동들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적 단색이 아닌 다양성과 다채로움의 빛이 세상을 밝히는 힘이 됨을 강조했다. 협의회는 “일치의 빛”이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같은 주님을 고백하는 것에서 비롯되며, 이 땅의 평화가 우리의 평화임을 고백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성탄절 메시지는 한국천주교회 이용훈 의장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예수교장로회 김영걸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박상규 총회장, 한국구세군군국 김병윤 사령관, 대한성공회 박동신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윤창섭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우시홍 총회장 등의 명의로 발표되었다.

특히 성탄절이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