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대원 목요강좌가 여해 강원용 목사를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강사로 한신대를 방문해 "여해 강원용 목사와 한국사회변혁"이라는 주제로 여해의 정치이념과 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5,6공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문민정부 때는 환경부장관으로 2000년 이후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선거 전략가로 활동해 오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를 지지 하면서 합리적 보수의 대표적 인물로 주목을 받기도 한 윤 전 장관은 평소 강원용 목사를 존경해 온 것은 사실이나 잘 알지는 못했다며 강의 전 강 목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왔다고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 4월 25일(목) 오후 1시 수유리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컨벤션홀에서 여해 강원용 목사 목요강좌가 개최됐다. 이번이 여섯번째 강좌로 "여해 강원용 목사와 한국사회변혁"이라는 주제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강의를 맞았다.ⓒ에큐메니안

윤 전 장관은 “강 목사님은 전 생애를 통해 한국사회의 변혁을 추구해 오신 분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혁명가이다. 그러나 변혁을 추구하는 방식은 비혁명적이었다. 나는 그 점에 이분의 위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해를 점진적 개혁주의자라고 평했다.

그리고 라인홀드 니버의 사회개혁의 핵심(현실을 잘 연구해서 가급적 그 현실이 규범에 가깝게 가도록 하는 것)에 영향을 받은 여해는 평생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고 남북 간의 분단 상황에서는 도덕적으로 옳은 것일 지라도 과격한 저항의 방식(민중주의적 방식이나 급진주의적 방식)은 한국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철저한 현실에 입각한 변화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은 환상도 절망도 갖지 않고 가능한 개혁을 부단히 추구하며 사는 것이다.”라는 여해의 어록과 『여해 강원용 목사의 삶과 사상』이라는 책을 쓴 고범석 박사의 “강목사님은 흑백논리를 지양하는 크리스천 지성이요 리얼리스트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여기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러한 맥락에서 여해의 정치적 이념을 설명했는데 해방이후 미군정 상황에서 좌우익의 극한 대립 속에서 이승만, 김구, 여운형, 김규식 등 한국의 정치지도자들과 만나면서도 공산주의도 아니고 자본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라고 말했다. “찬탁과 반탁 운동이 격렬히 일어나던 시기에도 여해는 극좌와 극우 모두를 비판했고 그로인해 회색분자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며 윤 전 장관은 “지금이야 쉬운 얘기지만 당시는 목숨 내놓고 하는 일이었다.”며 당시 여해의 식견과 용기에 초인적인 면이 있다고 높이 평가 했다.

또한 흑인신학, 해방신학 등 제3세계신학이 WCC를 비롯한 유럽에서 활발히 연구될 때에도 여해는 미국과 소련을 동시에 비판하며 그러한 신학사조를 거부해 WCC로부터 비판을 받기도하고 보수반동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스스로의 길을 걸어갔다고 말했다.

▲ ⓒ에큐메니안

윤 전 장관은 여해의 민주주의와 경제에 대한 시각도 높이 평가했다. 해방이후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북은 소련에 남은 미국에 의해 각각의 체제와 제도가 외삽(外揷) 되었다며 토착화 되지 않은 채로 이식된 낮선 체제와 제도 때문에 지금의 정치문제가 발생된 것이라는 여해의 진단에 동의했다.

또한 “정치적 중간과 경제적 중산이 겹쳐져 다수를 만든다면 상당히 큰 대의정치와 민주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여해의 1987년 당시의 발언이 지금에도 유효하다고 말했고 1986년 당시 재벌구조에 대한 비판적 발언도 선각자적인 행동이었다고 평했다.

윤 전 장관은 이러한 여해의 생각은 크리스찬아카데미와 사회교육운동, 이 두 가지 축으로 운동을 진행해 왔다며 기자 시절 취재를 통해 접했던 대화프로그램의 독특함과 이후 그 모임에 참여했던 이들의 한국사회에서의 역할을 회고하기도 했다. 사회교육운동에서는 종교, 농민, 노동, 학생, 여성계의 중간집단 교육을 통해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했던 여해의 일관된 실천의 노정을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강 목사님의 활동영역은 물리적 규모로 보면 작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강 목사님은 한국사회와 사람들이 근대적 가치에 눈을 뜨게 한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라며 앞으로 여해가 뿌린 씨앗이 점점 더 진가를 나타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소개한 윤 전장관은 기장교단에 대해 '다른세력이나 타종교와 대화가 가능하다.'며 호의를 보이기도 했고 70년대 기자 시절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하게 된 부인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에큐메니안

마지막으로 윤여준 전 장관은 요즘의 한국사회상황은 ‘혼돈기적 혁명상황’이라고 정의했다. 유동성이 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가 다시금 한국사회를 지배해서 그 논리로 무장한 세력들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세력이 아닌 순전한 민중의 에너지로 진행되는 혁명의 흐름이 있으나 그것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불안하다.”고 진단했고 “요즘처럼 강원용 목사가 그리울 때가 없다.”며 강원용 목사 같은 중도적 리더십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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