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7시 서울시 명동 청어람아카데미 소강당에서 ‘생명평화마당,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청어람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행사는 “탈성장주의 시대, 교회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김영철 목사(생명평화마당 집행위원장)가 사회를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교), 이원돈 목사(부천 새롬교회),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의 발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 11일 저녁7시 서울시 명동 청어람아카데미 소강당에서 ‘생명평화마당,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청어람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에큐메니안

<탈성장주의 시대 ‘작은교회’에 대해 말하다>라는 주제로 복지동맹과 신앙의 공공성 문제에 대해 발제를 맡은 김진호 목사는 1960~1990년은 한국 개신교회의 역사에서 “대성장의 시대”인데, 주목할 것은 “대형교회가 그 성장을 주도”했으며 이로 인해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장기간 한 교회의 목회를 전담하는 관행이 정착되었고, 이는 3선 개헌과 유신체제로 이어지는 박정희 정권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최근 일본과 독일 등지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탈성장주의 담론’은 신자유의적 자본 우위의 시스템이 낳은 중산층의 파괴, 노동계층의 빈곤화, 자연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기우재앙의 심각성 등을 비판하면서 인간 친화적인 의료, 복지, 교육, 신에너지 등을 더욱 활성하자는 주장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성공지상주의를 청산한다는 것, 탈성장주의적 신학과 신앙을 추구한다는 것은 교회가 사회적 공공성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을 뜻하며 신앙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인데, 요컨대 신앙은 이웃의 공공성을 확대하려는 실천을 필요조건으로 한다.”고 주장했고, 이 공공성 확대 실천이 “복지동맹과 작은 교회적 신앙의 공공성”이라고 밝히면서 작은 교회는 “내적으로 더 소통적이며 덜 배타적일 가능성에 열려 있고,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에 이웃과의 연대가 절실하다. 더불어 소통적이며 개방적인 종교성을 형성하는 작은 교회는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작은 교회’가 갖는 문제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 교단을 가로지르는 “작은교회간 연합”이 요청된다. 신학연구자, 목회자들, 교인들이 함께 하는 다각도의 소통공간을 바탕으로 개신교 신앙의 위기에 대한 탈 성장주의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발제를 맡은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교), 이원돈목사(부천 새롬교회). ⓒ에큐메니안

두 번째로 발제를 진행한 정재영 교수는 <탈성장주의 시대에 교회 공동체의 의미>라는 주제로 한국교회의 위기, 한국교회의 양극화 현상, 가나안 성도를 통해 본 한국 교회, 교회의 공공성 회복과 ‘작은 교회’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는 “단순히 성장이 정체했기 때문이 아닌 교회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교회는 스스로 공동체임을 표방하지만 그 공동체의 성격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 가느냐 하는 것을 잃어버렸다.”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이유를 설명했으며, 작은 교회는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작은 교회란 “단순히 규모가 작은 교회가 아닌 교회의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작은 교회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의미를 추구하는 교회”임을 분명히 했다.

정 교수는 작은 교회가 갖는 장점에 대해 “교회 공동체성의 구현에서 유리하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역동적인 참여를 할 수 있으며 아래로부터의 리더십을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의 구현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작은 교회의 장점을 살려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날 필요”있음을 강조했다.

▲ 부득이한 사정으로 영상을 통해 발제내용을 전한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 ⓒ에큐메니안

이번 공동심포지엄을 같이 준비했던 양희송 대표는 부득이한 외국 일정으로 인해 영상을 통해 발제를 대신했다. <프로테스탄트들을 위한 교회론>이라는 주제에 대해 본인이 쓴 ‘다시 프로테스탄트(복있는사람, 2012)’라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양 대표는 “개신교가 탈 성장시대에 진입을 했는데 이것은 외부환경의 변화 이전에 개신교의 약화된 내부 환경이 정점에 도달하면서 자초한 성격이 강하다. 탈성장 시대를 위한 탈성장주의 교회론으로 나아가는 대안은 무엇이겠는가? 생각해보면 교회의 존재 양상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교회의 존재를 전형적인 구조와 내용으로 구분해서 본다면 고체, 액체. 기체로 비유해 볼 수 있을 것인데, 바라기는 한국교회에 고체형 대안이 7, 액체형 대안이2, 기체형 대안이 1 정도의 비율로 등장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탈성장주의 시대를 위한 작은 교회 생태계와 생명망 목회>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이원돈 목사는 “오늘 세상의 모든 현상들이 분리되어 독립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상호의존적인 현상들의 연결망으로 연결되어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에 우리는 교회도 생태적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하면서,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생산양식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라이프스타일은 생명 생태의 사회로, 성공한 인간의 유형도 승자 독식 스펙에서 우정 환대 협동으로, 권력은 분산되고 서로 협동하는 사회가 뜨고 있기에 우리는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미래교회는 “교회 중심적이 아니라 마을 중심적, 성장 중심이 아니라 봉사 중심으로 작지만 영향력이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하고 교회와 교인 대상만의 교회가 아닌 지역사회, 마을을 함께 이루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대적 상황은 한국교회의 생명망 목회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생명망 목회는 건강한 생태계를 살리고 개교회를 넘어서서 마을을 목회하고 지역으로 흩어져 수직에서 수평적 제도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발제자들은 모두 성장지상주의를 추구했던 한국교회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으며, 방법은 다르고 과정은 다르지만 탈 성장주의를 통해 “작은 교회”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으며, 향후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 계속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별 기자  ektlgof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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