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는 신이 되었다. 그것도 투표. ⓒGetty Images

신은 보이지 않는다. 만일 사람이 신을 본다면 그는 죽는다. 이러한 신이해는 히브리 문화에서도 그리스 문화에서도 공유된다. 모세가 소명을 받을 때에 떨기나무 불꽃을 보았을 뿐, 하나님을 보지 못했으며, 시나이산에 계명을 받으러 올라갈 때 백성들이 신을 보려고 하다가 죽을 것을 염려하여 산에 오르지 못하게 한다.

그리스에서도 제우스신을 보자 타죽는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디오니소스의 어머니 세멜레를 제우스가 사귈 때 헤라가 와서 밤마다 찾아오는 남자에게 얼굴 좀 보여달라고 해보라고 한다. 이에 궁금증이 심해진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얼굴을 보여달라고 애원하다가 정작 보게 되자마자 죽어 버린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마리아의 아들로 태어나 야고보, 요한, 유다와 시몬의 형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웃인 평범한 예수는 어떻게 신이라 불리웠을까?

그는 어느 날부터 병든 자를 고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귀신을 축출하며 하나님 나라가 왔다고 소리치며 그 나라에 관해 가르친다. 예수와 함께 하던 사람들은 그의 말과 행동에 묘한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말은 당시 유대 지도자들의 가르침과는 확연히 달랐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꾼이었다. 그가 입을 열어 말을 하면 정말 흡입력이 있었다. 청중은 딴 생각을 할 수 없이 그의 말에 끌려 들어가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쉬웠고 재밌었으나 어느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힘 있고도 부드러우며 아주 특별했다.

사람들은 그를 선생(랍비)이라고 불렀고, 마지막 때의 예언자일까, 대망하던 메시아일까 기대해 보았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처구니없게도 십자가에 달려 목숨을 잃었다. 무슨 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오직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에 관해 가르쳤을 뿐인데…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은 죄가 없다고 말하지 못했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도 다 도망가 버린다. 그와 연류되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자, 그가 부활했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부활한 그가 하늘로 올라갔다고도 말했다. 부활과 승천이란 다른 문화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표상이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신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히브리문화에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거나 하늘로 올라갔다는 말은 없고, 모두 땅이 묻힌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도 사람이 죽으면 하데스(지하세계)로 간다고 한다. 하데스는 죽은 자들의 세계이고, 그곳은 산 자들의 세계와 완전히 구별된 세계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보면,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 파트로클로스가 그의 친구 아킬레우스에게 나타난 것은 부활의 몸이 아니라, 장례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하데스에 도착하지 못해서 떠도는 영혼이었다. 죽은 자가 있어야 할 곳과 산 자가 있어야 할 장소는 구별되어 있고, 죽어서 하데스에 도착하면 다시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부활 이후 예수는 신이 된 것일까? 예수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아주 오래된 전승에서는 예수님이 부활 이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되었다”고 하지, 하나님이 되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가 죽은 지 300년 쯤 지난 325년 5월 20일 니케아에서 사람들은 투표로 결정했다.

예수가 신인가, 예수가 사람인가.

투표 결과, 아리우스파 5표를 제외한 313명 찬성으로 예수는 신이라는 것을 확정하였다.

김판임 교수(한신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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