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현절, 동방 박사가 예수님을 찾은 때?,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에게 세례를 준 때?

오늘은 주현절 첫째 주일입니다. 주현(主顯, Epiphany)은 말 그대로, ‘주님의 나타나심’을 의미하는데, 주현일은 전통적으로 1월 6일입니다. 따라서 주현절 첫째주일은 1월 2일부터 8일 사이의 주일(일요일)로 지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 개신교에서는 ‘주현절(성공회는 공현절)’이라고 부르며, 동방 정교회에서는 ‘신현 대축일’, ‘주님 세례 대축일’ 또는 ‘성삼위일체대축일’이라고 부릅니다.

‘주현’ 또는 ‘공현’, ‘신현’이라는 말은 예수님의 신성(神性)이 최초로 공식적으로 나타난 것을 뜻합니다. 서방 기독교에서는 동방 박사가 예수님을 찾은 때로 보고, 동방 기독교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에게 세례를 준 때로 봅니다. 특별히 마니교를 비롯한 고대의 몇몇 영지주의 분파들도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때를 주현일로 지킵니다. 왜냐하면 이때 예수님께서 메시아로서 자신을 자각하고 나타나셨기 때문입니다.

동방 박사가 예수님을 찾은 때이든,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에게 세례를 준 때이든, 결국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성탄)을 넘어, 그 구체적인 사명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주현절의 의미입니다. 따라서 오늘 세본문 말씀은 예수님의 사명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의 사명에 관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먼저, 복음서 말씀은 예수님의 사명을 예비하는 세례 요한을 먼저 소개합니다. 요한은 광야에서 “주의 길을 준비하라!”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오시는 주님의 사명을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게 만들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죠? 혁명입니다.

이후 구약 말씀 예레미야는 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으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의 구원 사건은 복음서 말씀에 의하면, 모든 육체가 볼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어지는 로마서 말씀에서 사도 바울 역시 이러한 새로운 세상을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렇게 주현절을 맞아 주님의 사명을 살펴보고 주님의 제자로서 우리의 사명을 다시금 확인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먼저 복음서 말씀부터 볼까요?

2.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 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의 총독으로, 헤롯이 갈릴리의 분봉 왕으로, 그 동생 빌립이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으로, 루사니아가 아빌레네의 분봉 왕으로,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빈 들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임한지라.”(눅 3:1-2)

▲ 대(大) 피터르 브뤼헐 <세례자 요한의 설교>(1566), 목판에 유화(헝가리 부다페스트 미술관 소장)

여기 디베료 황제(Tiberius Caesar Augustus, A.D.14~42년)는 일반 역사에서 티베리우스라 불리는 황제로, 아구스도(초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의 뒤를 이은 로마의 두 번째 황제입니다. 그가 15년 동안이나 통치하던 때에, 유대 땅에는 본디오 빌라도가 총독으로 있었고, 헤롯이 갈릴리의 분봉 왕으로, 그 동생들이 여러 분봉 왕으로 있었던 때입니다. 누가는 이렇게 당시 정치적인 상황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상황 역시 보여줍니다. 한 명만 있어야 하는 대제사장이 둘이나 있죠? 안나스와 가야바입니다. 이것은 종교으로 혼란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정치, 종교적인 혼란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임합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정치, 종교 지도자가 아닌, 빈 들에 있는 요한에게 임합니다.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물론, 성경, 열왕기서나 역대기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왕 중심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의 역사는 통치자들을 중심으로 기록되지만,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세례자 요한입니다. 계속 말씀을 볼까요?

“요한이 요단강 부근 각처에 와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선지자 이사야의 책에 쓴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함과 같으니라.”(눅 3:3-6)

요한이 요단강 부근에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합니다. 그런데 누가는 요한의 등장을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는 자의 모습으로 기록합니다. 그리고 메시아의 등장은 새로운 세상을 열 것입니다. “골짜기가 메워지고 산이 낮아지는 것”은 권력 구조의 변화를 말합니다. 당시 로마 제국은 유대 땅을 지배하며 강력한 정치적·경제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부유한 소수 엘리트와 권력자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가난한 다수는 억압받는 불평등한 체제였습니다. 따라서 골짜기가 메워지고 산이 낮아진다는 표현은 권력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억눌린 자들이 회복되며 정의가 세워지는 변혁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등장과 사명은 이러한 구조적 부조리를 뒤집고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평화를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해지는 것”은 사회 정의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당시 유대 사회 내에서는 종교 지도자들이 율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통제하고, 심지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부패한 체제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굽은 것이 곧아진다는 것은 도덕적·사회적 왜곡과 부패가 바로잡히고, 참된 의와 진리가 드러나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왜곡된 관행을 비판하며, 온전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사랑과 정의를 강조하시죠?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지난 2025년 1월 4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제5차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단상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진 20·30대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대통령이 되고, 성소수자가 총리가 되고,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청장이 되고, 알바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이 되고, 사고 피해 유족이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고,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복지부 장관이 되고, 전농이 농림부 장관이 되고,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싸워왔던 이들이 평화부 장관이 되는 게 민주주의고, 진짜 대의 정치 아니냐?”

그리고 “파업 한번 했다고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동지들”을 호명하면서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파업 한 번에 470억 손해배상이라뇨? 그렇다면 지금 윤석열과 그를 두둔하는 국민의힘에는 손해배상 470조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 2024년 12월 4일 진행된 ‘제 5차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서 발언하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좌)과 참가자들이 ‘윤석열 체포 구속 파면’을 외치며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우)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을 보리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포용을 통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입니다. 사실, 로마 제국은 유대인과 이방인 간의 분열을 조장하였습니다. 게다가 유대 사회 내에서도 계층 간 갈등이 심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을 보리라는 선언은, 유대인뿐 아니라 이방인까지 포함한 전 인류가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에 참여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기존의 정치적·사회적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공동체와 새로운 질서가 도래할 것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나옵니다. 그런데 요한은 그들에게 심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요한이 세례받으러 나아오는 무리에게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일러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리라. 무리가 물어 이르되,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 대답하여 이르되,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 하고”(눅 3:7-11)

무리에게 오만하지 말고, 나눔의 삶을 실천하라고 하죠? 그러자 세리들도, 군인들도 나와 요한에게 묻습니다. 말씀을 볼까요?

“세리들도 세례를 받고자 하여 와서 이르되, 선생이여!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이르되,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 하고, 군인들도 물어 이르되,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이르되,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 하니라.”(눅 3:10-14)

세리나 군인이나 모두 돈과 무기로 사람을 억누르는 이들이죠? 따라서 세리에게는 정직을, 군인에게는 힘으로 사람들을 위협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것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시작입니다. 수직 폭력이 없는 세상입니다.

3. <오징어 게임 2> 수평 폭력에서 역(易) 수직 폭력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나왔습니다. 시즌 1도 완주하지 않았지만, 시즌 2는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황동혁 감독의 이 말은 들어 볼 만합니다.

▲ <오징어 게임 2> 포스터와 장면

“사는 게 힘들어지고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면 우리는 서로를 탓하잖아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이라 해도요. 분노가 옆으로, 또는 아래로만 흐르는 것 같았어요. 시즌 2에서 기훈은 게임을 끝내려고 하면서 ‘우리가 싸워야 할 사람들은 저 사람들(게임의 주최자들)’이라고 말해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바보스럽게 들릴지라도요.”

감독의 말은, 먹고 살기 어려워질수록 서로를 탓하는 사회상을 영화에 투영하고, 옆이나 아래가 아닌 위를 향해 분노하는 방법을 이 시즌 2를 통해 모색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발상입니다. 시즌 1이 수평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시즌 2는 수평 폭력을 만드는 수직 푹력에 대항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일찍이 독일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에 감금됐지만 살아남은 유대계 이탈리아인이자 『이것이 인간인가』(돌베게, 2007)를 통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이야기를 쓴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는 이렇게 말한바 있습니다. “내가 수용소에서 처음 받은 위협과 모욕, 첫 구타는 나치 친위 대원들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유대계 수용자들, 즉 동료들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레비는 650명의 수용자와 함께 12칸의 화물차에 실려 아우슈비츠로 끌려갔습니다. 화물칸에는 모두 45명이 있었는데, 이 중 목숨을 건진 이는 고작 4명이었습니다.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지낸 기간은 11개월이었는데 당시 아우슈비츠 수감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고작 3개월이었습니다. 이 끔찍한 일을 경험한 레비가 인류 사회에 던진 궁금증이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같은 처지에 놓인 수감자들은 서로 연대하고 협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레비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치로부터 억압받는 유대계 수감자들은 감옥 안에서 서열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약자를 괴롭혔습니다. 같은 동족끼리,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기막힌 상황입니다. 왜 그럴까요?

▲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와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표지

이것이 바로 평생을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에 맞서 싸웠던 탈식민지 이론가 프란츠 파농(Frantz Fanon, 1925~1961)의 연구입니다. 그는 이렇게 질문합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군중들이 왜 동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가?” 프랑스 국적의 정신과 의사로 알제리에 정착한 파농이 맨 처음 주목했던 일은 알제리에서 일어났던 숱한 폭력 사태였습니다. 그 시절 알제리에서는 크고 작은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중들끼리 서로 죽이고 죽였습니다.

가령, 하루 14시간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천막에 돌아온 알제리 민중은, 옆 천막에서 아기가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그 천막으로 돌진해 아기를 흉기로 찔러 죽였습니다. 또한 더 이상 외상을 주기를 거부하는 상점 주인을 야밤에 찾아가 찔러 죽인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당시 알제리의 지배자였던 프랑스는 알제리 국민의 이런 폭력성을 몹시도 증오했습니다. “알제리 국민은 선천적으로 저열하고 폭력적이며, 이유 없이 살인하고 범죄 성향이 강하다. 깜둥이들은 원래 폭력적이야.”

그러나 파농은 1954년부터 1959년까지 자신이 직접 치료한 정신병 환자들의 치료기록을 바탕으로 이러한 수평적 폭력의 원인을 이렇게 규명합니다. “알제리 국민이 폭력적인 이유는 바로 프랑스인들이 가하는 수직 폭력 탓이다.” 이것이 현대 정신의학계에 큰 충격을 안긴 파농의 ‘폭력론’입니다. 프랑스의 알제리 국민을 향한 수직 폭력으로 인한 알제리 국민 간의 수평 폭력이죠?

수직 폭력은 지배계급이 피지배 계급에게 가하는 폭력입니다. 수평 폭력은 같은 위치에 있는 피지배계급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입니다. 파농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은 수직 폭력으로부터 피해를 크게 입을수록, 수평 폭력의 유혹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곤궁한 처지로 몰아넣은 것은 지배계급이지만, 정작 그 일을 당한 민중들은 자기보다 못하거나 약한 사람을 죽이고 두들겨 패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한과 고통을 푸는 것입니다. 기막힌 세상입니다. 파농의 절규입니다.

“굶주림, 집값을 못 내 집 주인에게 내쫓김, 어머니의 말라붙은 젖가슴, 해골이 앙상한 아이들, 폐쇄된 작업장, 심장 곁을 까마귀 떼처럼 따라다니는 실업자들, 이 속에서 원주민은 매일 살인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몇 파운드의 밀가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가?”

따라서 파농은 유럽의 백인들을 향해 ‘폭력 항쟁’의 기치를 높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수평 폭력의 원인인 제국주의의 수직 폭력을 제거해야 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평 폭력을 없애기 위해 수직 폭력을 폭력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파농의 주장은 현실화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배계급은 민중들의 수평 폭력 본능을 악용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 2>는 게임과 드라마에서 수직 폭력과 맞섰습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요? 따라서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파농의 미완의 책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그린비, 2010) 서문에서 이렇게 호소합니다. “유럽이 우리 대륙에 손을 댔으니 그 손을 후려쳐서 떠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어 투쟁을 시작하자! 마땅한 무기가 없다고? 식칼이라도 들어라. 그것이면 충분하다!”

평생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사셨던 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6․15선언’ 9주년 행사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라고 했는데, 사르트르는 부엌에 있는 식칼이라도 들라고 합니다. 아무튼 친위 쿠데타 전범인 윤석열이 체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윤석열과 그를 비호하는 권력 카르텔이라는 수직 폭력을 행사하는 대상을 내버려두고 민중들끼리의 수평적 폭력을 반대합니다. 식칼이 아닌, 법치로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을 심판하고 재판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이 기막힌 세상이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따라 사명받은 자로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구약 말씀 예레미야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말씀을 볼까요?

4. 예레미야의 사명,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라!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노라 하시기로, 내가 이르되, 슬프도소이다. 주 여호와여! 보소서, 나는 아이라 말할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하니,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아이라 말하지 말고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며 내가 네게 무엇을 명령하든지 너는 말할지니라. 너는 그들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하여 너를 구원하리라. 나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시고”(렘 1:4-8)

예레미야는 남 왕국 유다 제16대 요시야왕(B.C.640~609) 통치 제 13년(B.C.627)에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특별히 하나님은 예레미야의 사명을 확증하기 위해 살구나무 가지와 끓는 가마 환상을 보여줍니다(렘 1:11-19). 물론, 그 이전에 사명을 주시죠? 오늘 본문 말씀 가운데 예레미야의 사명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는 사명입니다. 몇 가지 단어가 나열되죠? 단어를 중심으로 말씀을 읽어볼까요?

“여호와께서 그의 손을 내밀어 내 입에 대시며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 보라! 내가 오늘 너를 여러 나라와 여러 왕국 위에 세워 네가 그것들을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였느니라 하시니라.”(렘 1:9-10)

예레미야의 사명 가운데, 먼저 ‘뽑다(נָתַשׁ)’라는 단어는 땅에서 식물이나 구조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뿌리째 뽑아낸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개인이나 공동체를 기반부터 제거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것은 당시 이스라엘이 정치적·종교적으로 부패했던 구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함을 나타냅니다. 정치적으로 쿠데타를 옹호한 국민의힘 당과 종교적으로 타락한 전광훈 개신교를 뿌리째 뽑아내야 합니다.

‘파괴한다(נָתַץ)’는 물리적 구조를 부수거나 헐어버리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권력의 물리적인 구조뿐 아니라, 중심부를 와해시키는 의미를 가집니다. 예레미야 시대, 유다 왕국은 부패한 지도자와 이방 신앙의 침투로 인해 무너져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쿠데타 세력인 윤석열의 한남동 관저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나아가 탄핵 인용 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세상인 제7공화국은 현재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하고 와해시켜야 합니다.

‘파멸한다(אָבַד)’는 “소멸시키다, 없앤다”라는 뜻으로, 완전한 제거를 암시합니다. 결국 유다 왕국이 바벨론의 침략으로 인해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과 연결됩니다. 더 이상 국민의힘 당과 조선일보, 정치 검찰이 등장하지 않도록 파멸시켜야 할 것입니다.

‘넘어뜨린다(הָרַס)’는 “부수다”라는 뜻으로, 기존의 잘못된 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잘못된 예배와 부패한 지도층의 몰락을 예고하는 말씀이죠? 국민의힘 당과 조선일보, 정치 검찰, 극우 유튜버와 잘못된 무속 등의 완전한 몰락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바탕 위에 ‘건설하다(בָּנָה)’와 ‘심다(נָטַע)’가 등장합니다. 파괴 후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예레미야가 예언한 바벨론 포로 생활 이후 이스라엘의 회복과 새 언약의 시대를 암시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제7공화국의 여명은 이렇게 밝아 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은 주의 이름을 부르는 그 누구도 가능합니다. 로마서 말씀을 볼까요?

5. 차별 없는 구원,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받으리라!”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롬 10:11-13)

로마서 10장은 바울의 구원론을 소개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구원받는 복음을 거부하고 율법의 행위를 통한 자기 의를 세우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바울은 유대인들을 구원하고자 율법으로 말미암은 의와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를 대조시키며 기독교의 구원론을 설명합니다. 특별히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믿고 따르라고 합니다. 이것을 우리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습니다. 이렇게 바울은 차별 없는 구원의 보편성을 우리에게 소개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말씀을 통해 세례 요한과 예레미야의 사명, 나아가 예수님의 사명은 불의와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기존 체제를 해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모든 권력 구조와 공동체가 하나님의 기준에 따라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새롭게 변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명의 길에 힘써 달려 나가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최병학 목사(종교인문학연구소 소장)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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