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교리가 신앙현실을 부정하는 기독교를 만들었다. ⓒGetty Images

기독교의 교리는 ‘모든 인간은 아담의 원죄를 지닌 채 태어난다.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서는 구원을 이루지 못하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 곧 예수의 대속적 죽음으로서만 원죄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예수는 젖을 먹는 어린아이를 비유하여 태어날 때부터 죄를 가지게 된다고 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론을 부정하였다(막 10:14). 우리는 안과 바깥, 위와 아래, 남자와 여자의 이원성을 초월하는 본래의 참나(神性, 佛性)를 자각할 때 천국을 체험할 수 있다(本來是佛, 요 14:20). 

천국은 거룩과 세속, 영원과 시간, 삶과 죽음, 천사와 악마 등 모든 대립을 초월하는 이원성 너머에 있으므로 분별심(허상)을 극복한 진리(실상)가 드러나는 원(圓)의 경지이다(事事無碍). 음과 양은 도(道)의 경지에서 끊임없이 분화와 융합의 과정을 거치며, 이러한 양극의 조화는 태극(太極), 태허(太虛), 불교의 만(卍) 등과 같이 종교의 가장 중요한 비이원적 개념이다. 빌립은 “세상 만물에 주어진 이름은 참으로 기만적이다”(빌립복음 10)고 하여 이원적인 개념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였다.

어린아이(無爲)와 같이 모든 것을 하나로 보는 순간에 분별심(有爲)에 의한 신과 인간, 현세와 내세, 남자와 여자 등의 이원적 구별은 사라진다(一眞法界,갈 3:28). 성자(聖者)의 밝은 눈으로 볼 때 만물은 움직여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가상(假相)에 불과한 것이다(萬法流轉). 그 본바탕은 모두가 다 순수한 에너지이며, 생명(神性)이다. 과정신학은 신이란 주객으로 나누어지는 창조주가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과정 속의 비인격적인 창조성이라고 한다.  우주에 충만한 둘이 아닌 신(如來)의 개념은 신과 자연, 성(聖)과 속(俗), 그리고 육체와 영혼의 이원성을 극복하게 한다(十方如來法界身). 

성경은 ‘만물이 주(신성)에게서 나왔다’(롬 11:36)고, 불경(佛經)은 ‘만물이 불성에서 인연따라 나왔다’고 만물의 근원(참나)을 설명하고 있다(萬物之宗, 도덕경 4장).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주체와 객체는 하나일 뿐이며, 그 장벽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현대 과학자들은 “만물이 말씀(파동)으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다”(요 1:3)고 하는 구절처럼 모든 것이 상념(마음)의 파동에서 나왔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생명의 파동이 마음의 작용에 따라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나온 것이다. 생각과 말의 파동이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물이 리듬 즉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천국은 조용한 명상으로 지금 여기서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ego)을 죽이고, 본래의 바다(참나)를 회복하는 ‘하나의 경지’이다.

기독교는 “자기 목숨(거짓 나)을 잃으면 생명(참나)을 얻게 된다”(막 8:35)고, 불교는 “크게 죽어야 다시 새로운 생명(참나)을 얻는다”고, 장자(莊子)는 “삶(ego)을 죽이는 자는 죽지 않고, 삶(ego)을 살려는 자는 살지 못한다”고, 헛된 ego(거짓 나)와 영생불멸하는 영원한 생명(참나)을 비교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중국의 의학서인 『황제내경』에서도 “수명이 하늘․ 땅과 같아서 결코 죽는 법이 없는 것은 진리(道)와 하나 되어 살기 때문이다”라고 영원한 생명(참나)를 설명하고 있다. 도(道)와 하나 되는 삶을 노자(老子)는 “암컷(雌)와 수컷(雄), 흑(黑)과 백(白), 영(榮)과 욕(辱) 등을 나누지 않고 하나(不二)로 보는 안목이다”(도덕경 28장)고, 공자는 “군자는 모양이 고정된 그릇과 같지 않다”(君子不器)고 하였다. 모두 나누어질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인 영원한 생명(참나), 즉 천국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진리는 오직 하나이다(All is One, 요 17:21). 어린아이처럼 이원성인 육(肉)의 ‘나’(거짓 나)를 소멸하고 영(靈)의 ‘나’(참나)를 찾을 때, 즉 하나가 될 때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막 8:35). 천국(진리)을 성취하려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 24:2)의 구절처럼 종교(성전)의 돌(리도스)인 ‘이원적 예식과 교리’들을 무너뜨리고, 둘이 아닌 그리스도(참나)를 자각하여야 한다. 예배나 기도를 할 때는 만물의 근원인 예수 그리스도(不二)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며(信心不二 , 신심명), 아버지께서는 자기(참나)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는 것이다(요 4:23).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기 때문에 내면의 그리스도(참나)를 자각한 청정한 마음에는 어떠한 병도 있을 수 없으며(心身一體), 행복된 삶을 위하여 항상 마음속에 좋은 생각만 일어나게 하여야 한다(唯心所現).

구자만 박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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