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사람들이 만듭니다!

창조절 열셋째 주일이자 마지막 창조절기입니다. 우리는 창조절 넷째 주일부터 새로운 창조 공동체에 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새 창조의 시작인 가족과 그 확장인 영적 공동체’로 창조 공동체에 관해 생각해 보았으며 이후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이념’을 ‘정의와 경건 그리고 회복’, ‘약자 보호’, ‘사회적․종교적 약자를 살피는 것’, ‘작은 자를 실족하게 하지 않는 것’ 등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후 최근 3주 동안은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지향점’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 지향점은 첫째, ‘말씀과 도덕성’, 둘째, ‘새로운 세상의 모습’으로 과학과 대화하는 신앙을 베이스로 페르시아의 왕비 와스디와 누가복음에 나오는 과부, 그리고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 만들 새로운 세상, 곧 정의롭고, 책임감 있고 헌신하는 이들이 만들어가야 할 세상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창조절 마지막 주인 열셋째주일에는 ‘머리털까지 세신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통한 새 하늘 새 땅 추구’라는 주제로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지향점을 살펴보려고 합니다(이렇게 누가복음 해 ‘정의의 성령님’ 창조절기가 완성됩니다).

먼저 구약 이사야 말씀을 통해서 새로운 창조 공동체는 불의한 세상을 심판하시고 참된 공의를 세우실 메시아의 통치와 또한 성령에 의한 역사로 말미암아 도래할 메시아 왕국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 새 땅으로 연결되죠? 따라서 사도 요한은 자신의 편지 마지막에 이르러 처음의 우주가 없어지고 모든 것이 새롭게 창조된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를 이야기합니다. 새 예루살렘 성에 대한 가슴 벅찬 광경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머리털까지 세신 하나님의 동행 가운데 이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지향점인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통한 새 하늘 새 땅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은 사하심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사람들이 만듭니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씀이 있죠? 그렇다면 새로운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2000년생입니다.

2. 2000년생이 온다!

본격적인 저출생 시대의 첫 번째 세대인 2000년생이 지금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가 임홍택의 책 『2000년생이 온다: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 사회형 AI 인간』(11%, 2023)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온 이들 2000년생을 늘,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살아왔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많은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합리적 결정이 결국은 2000년생들을 ‘탈 회사형 인간’으로 만듭니다. 노동력 부족이라는 예상된 미래와 더불어 이들 2000년생의 탈 사회성으로 인한 뜻밖의 미래를 지금 놀랍게 경험합니다. 이들의 합리적 결정의 첫 출발은 바로 MBTI 유형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임홍택의 말입니다.

▲ 『2000년생이 온다』 표지와 2000년생과 기성세대 가치관 차이

“한국의 젊은 세대가 MBTI 유형을 확인하는 건 상대방과 나의 성격 유형을 비교하여 관계의 지름길을 찾고자 하는 의도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관계의 지름길로 무엇을 택하는지, 어떤 지름길이 효율적인지보다 중요한 건 질적 변화다. 이들은 이제 누군가를 알아갈 때 자의적인 기준으로 보기보다, 정해진 유형으로 상대를 분류하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24년인 지금, 2000년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합니다. 이들은 직장에서도 새로운 사고방식을 드러냅니다. 바로 ‘월정액 직장인’입니다. 가령, “사장님은 저를 잠시 구독하고 계신 거예요.” 마음은 이미 퇴사한 2000년생들의 가치관입니다. 이들은 (대)기업도 공무원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들 2000년생은 평생, 직장 생활을 해도 집 한 채 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고용이 유연화되면서 중장기 계획조차 불투명합니다. 미래를 위한 계획 세우기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데 매달 내는 국민연금은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2000년생은 합리적인 생존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처리하고 이제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교회가 ‘열정페이’, ‘신앙페이’를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저 도태한 ‘올드 커뮤니티’로 취급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임홍택은 이들 2000년생의 세대적 특징을 3가지로 정리합니다. 책의 부제에 나와 있는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입니다. 먼저 ‘초합리’에 관한 부분을 살펴볼까요? 임홍택은 이렇게 소개합니다.

“2000년대생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디지털 세상은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바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주장보다는 팩트를 따지고, 전통이나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실리를 택하며, 손해를 보는 일은 피하려는 태도가 익숙해졌다. 합리적인 인간에게 호인이 되지 못할지언정 호구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볼까요? 수도권 소재 IT스타트업에서 인사 부문 팀장으로 일하는 92년생 김영현(가명) 씨는 회식 다음 날, 2000년생 신입사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식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제 몫만큼 회의비를 나눠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팀장을 맡고 나서 ‘젊은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하며 퇴근 후 자기 계발하느라 회식에 빠지겠다는 신입사원도 쿨하게 보내주었는데, 신입사원은 “인원에 비례해서 팀 회의비가 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서 제 몫으로 배정된 금액까지 팀원들이 쓰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자기 몫의 회식비를 요구한 것입니다. 이 말이 이해가 안 되면 꼰대가 됩니다. ^^;; 두 번째 ‘초개인’에 관해서 임홍택은 이렇게 소개합니다(물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를 잘 알아야 이해가 됩니다).

“전통적인 대한민국의 기업문화가 개인의 이익이나 목표보다는 집단의 이익이나 목표를 우선시하는 관점인 ‘집단주의’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기업에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세대들은 집단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니 기성세대 관점에서는 더욱 이들이 개인주의인지 이기주의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고 기성세대가 집단주의적이라는 통념은 지금까지 더 강화되고만 있다.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관행들, 이를테면 상사가 먼저 자리를 뜨기 전에는 퇴근하지 못한다거나 회식 자리에서 막내 사원이 고기를 굽는 문화에 젊은 직원들은 하나둘 반기를 들고 있다. 이에 젊은 세대는 조직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로 치부되고 갈등이 증폭되게 된 것이다.”

▲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자기 재능만 믿고 오만한 조재중에게 안한수 감독이 한 말

그러나 생각해 봅시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사고방식은 본래 1970년대생인 X세대의 주요 특징이 아닌가요? 1980년대의 86세대로 대표되는 수많은 민주화 운동, 반전 운동 역시 개인주의를 토대로 자라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개인주의는 집단의 이익 때문에 개인이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전체주의 사상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근대의 발명품입니다. 결국 임홍택의 말대로 “근대 이후를 사는 모든 이는 개인주의자”인 것입니다. 따라서 2000년대생은 만화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의 명대사처럼 “널 위해 팀이 있는 게 아니야. 팀을 위해 네가 있는 거다.”라는 수긍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제대로 구분하고 지금의 시대와 세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초자율’입니다. 초자율이란 말은 자율성이 넘친다는 뜻으로, 2000년대생들이 이 전 세대에 비해서 조금 더 ‘완전한 자율성’을 선호하고, 조직과 사회에도 이러한 자신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20세기의 중고등학생들은 찍소리 한 번 하지 못하고 사랑의 매를 비롯한 다소 비합리적인 교육 방식을 그대로 받아 넘어갔다면, 21세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은 발전된 카메라폰과 녹음 기술을 통해 폭력적인 (일부) 교육 현장을 개선했고, 평가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사 근무 형태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유연근무제를 시행했던 회사들이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접어들면서 이전 형태로 근무 형태를 복원하며 기성 조직과 신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자율성이 있는 ‘배달원(라이더)’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배달업 자체의 특성이 초자율성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만들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지향점을 오늘 본문 말씀을 통해 살펴볼까요?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성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구약 본문 말씀을 읽어 볼까요?

3. 정의가 광야에 거하며 공의가 아름다운 밭에 거하리니!

“마침내 위에서부터 영을 우리에게 부어 주시리니, 광야가 아름다운 밭이 되며 아름다운 밭을 숲으로 여기게 되리라. 그 때에 정의가 광야에 거하며 공의가 아름다운 밭에 거하리니, 공의의 열매는 화평이요, 공의의 결과는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라. 내 백성이 화평한 집과 안전한 거처와 조용히 쉬는 곳에 있으려니와 그 숲은 우박에 상하고 성읍은 파괴되리라. 모든 물가에 씨를 뿌리고 소와 나귀를 그리로 모는 너희는 복이 있느니라.”(사 32:15-20)

▲ 이스라엘과 아람을 막고자 아하스 왕은 앗수르(아시리아)를 불러들이고 우상을 숭배한다

이 말씀은 유다의 회복과 하나님의 축복을 약속하는 말씀입니다. 말씀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당시 유다의 12대 왕인 아하스 왕(B.C. 735-715년 재위) 시대는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위기의 시대였습니다. 먼저 정치적 위기는 외교 문제입니다. 형제의 나라인 북 이스라엘과 아람(다메섹) 연합군이 유다를 압박하면서 유다는 심각한 외교적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이사야 7장 참조). 이러한 위기 속에서 아하스 왕은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 강대국인 앗수르에 의존하는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그는 앗수르에게 조공을 바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유다를 앗수르에 정치적으로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2000년생과 달리 ‘초자율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사야는 이런 상황 속에서 외교적 의존이나 인간적 계략이 아닌 하나님께서 직접 역사하실 것을 강조합니다. “영을 우리에게 부어주신다”라는 약속이 바로 하나님의 통치와 임재를 뜻합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회복되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경제적 위기도 심각합니다. 가령, 앗수르에 조공을 바치기 위해 백성들에게는 무거운 세금이 부과되었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많은 농경지가 황폐해졌기에,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하였습니다. 따라서 “광야가 아름다운 밭이 되며, 아름다운 밭을 숲으로 여기게 된다”라는 말씀은 경제적 회복을 약속하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부흥은 단순히 종교적 변화뿐만 아니라, 경제적 번영과 안정도 포함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종교적 위기는 극심합니다. 아하스 왕은 앗수르의 영향 아래 들어가면서 우상숭배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에 앗수르식 제단을 설치하고(왕하 16:10-18), 이방 신들을 섬기는 종교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것은 유다 백성들의 신앙을 크게 훼손시켰고,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무너뜨렸습니다. 결국 이사야는 이러한 타락한 종교적 상황에서 하나님의 영이 부어질 때, 정의와 공의가 회복될 것을 선포합니다. 공의는 화평을 가져오고, 하나님의 통치는 백성들에게 “영원한 평안과 안전(32:17)”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축복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신앙적, 도덕적 회복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회복은 32장 1절에 나오는 ‘한 왕’을 통해 시작될 것입니다. 물론, 이 왕은 일차적으로는 유다의 종교개혁을 통해 여호와 신앙을 부흥시킨 제13대 왕 히스기야(B.C. 715-687)를 뜻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구세주 되시며 참된 의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이사야는 이 불의한 세상을 심판하시고 참된 공의를 세우실 메시아의 통치와 또한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도래할 메시아 왕국을 예언하였습니다. 이것은 세상의 왕국과 다릅니다. 세상은 힘과 권력, 재물과 탐욕으로 가치관을 삼지만, 메시아 왕국은 화평과 영원한 평안과 안전입니다. 이것을 요한 사도는 새 하늘 새 땅으로 묘사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4.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1-4)

요한 사도는 새 하늘과 새 땅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실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롭게 회복된 세상을 약속합니다. 그 새로운 세상의 창조 공동체는 먼저 ‘하나님의 임재와 함께하는 공동체’입니다. 하나님이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 거하시는 ‘하나님의 장막’이 중심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온전히 실현된 공동체에서 하나님과 사람들 간의 완전한 관계 회복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 새로운 세상은 ‘고통과 죽음의 종말’을 이야기합니다. 가령, 새 하늘과 새 땅에서는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며”, 사망, 애통, 곡하는 것, 아픔이 모두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공의가 불의와 고난을 종식하고, 모든 고통이 없는 완전한 평화와 안식의 시대를 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전한 새 창조’가 이뤄집니다.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다”라는 말씀은 이전의 불의와 타락의 세계가 지나가고,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로 충만한 새 질서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새 예루살렘’입니다. 회복된 세상의 중심으로,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상징이 됩니다.

이렇게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인 모습으로, 정의와 공의가 충만한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임재 안에서 고통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소망이 됩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미래의 약속일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의 공동체가 지금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정의, 공의, 평화를 지향하며 살아가도록 초대하는 메시지가 됩니다(요한계시록을 신비적인 문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공의를 소망하는 ‘초합리’적인 말씀으로 보아야 합니다). 비록 이 길이 힘들고 어렵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개입으로 가능합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우리의 머리털까지 세신 하나님의 관심(한 사람 한 사람, 머리털 한 올 한 올까지 살피시는 ‘초 개인’적 하나님의 사랑)과 동행, 그리고 역사로 설명해 주십니다. 복음서 말씀을 볼까요?

5. 머리털까지 세신 하나님

“참새 다섯 마리가 두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하나님 앞에는 그 하나도 잊어버리시는 바 되지 아니하는도다. 너희에게는 심지어 머리털까지도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니라.”(눅 12:6-7)

앞서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새로운 창조 공동체는 불의한 세상을 심판하시고 참된 공의를 세우시는 메시아의 통치와 도래할 메시아 왕국의 비전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 새 땅을 사모하는 공동체죠? 처음 것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새롭게 창조된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입니다. 새 예루살렘 성에 대한 소망입니다. 머리털까지 세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심으로 이뤄지는 세상입니다. 물론 성령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지향점인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통한 새 하늘 새 땅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을 성령을 모독하는 자로 봅니다. 복음서 말씀 뒷부분이 바로 그런 이들에 대한 말씀입니다. 말씀을 볼까요?

“내가 또한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인자도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는 자는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부인을 당하리라. 누구든지 말로 인자를 거역하면 사하심을 받으려니와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사하심을 받지 못하리라.”(눅 12:8-10)

물론, 이 말씀의 핵심은 믿음의 고백과 성령의 거룩함에 대한 경고입니다. 예수님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의 인정으로 이어지지만, 부인하면 하나님 앞에서도 부인됨을 의미합니다. 또한, 성령을 모독하는 것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끝까지 거부하는 죄로 용서받을 수 없음을 강조하며, 믿음의 고백과 성령의 사역을 존중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인자를 거역하는 것과 성령을 모독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말로 인자를 거역한다”라는 말씀은 예수님에 대해 오해하거나 믿지 못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따라서 회개를 통해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것은 성령의 사역과 진리를 고의적이고 지속해서 거부하거나 불경스럽게 대하는 행위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끝까지 거부하는 죄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회개하지 않기에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창조 공동체의 지향점인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통한 새 하늘 새 땅을 성령의 역사로 받아들이고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참 멤버로 2000년생들을 초청해야 합니다. 미래 세대, 다음 세대를 청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책에서 작가 임홍택은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적인 2000년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일하는 곳에 2000년대생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들과 얼마나 함께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회사가 가장 효율적으로 실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좋겠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니기도 하지만, 혼자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다닌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회사가 누군가를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면 좋겠다. 그러면 그들은 뛰어난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2000년생에게 복음 전파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교회가 가장 비효율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교회는 헌금을 내기 위해서 다니기도 하지만 함께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절대자 앞에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곳임을, 그리고 착취당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활동하는 곳이라는 믿음을 주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의 머리털까지 세신 하나님께서 정의와 공의를 통해 새로운 창조 공동체를 세우시는 새 하늘 새 땅을 전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2000년생들은 뛰어난 성도,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새로운 창조 공동체에 이들을 초청하시고 함께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최병학 목사(종교인문학연구소 소장)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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