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막 건설을 위해 자신이 가진 제물을 내어놓는 시내 광야의 이스라엘 사람들 ⓒChatGPT로 이미지 생성 후 Photoshop으로 배경 채우기 작업한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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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에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하나님을 몇 번 만나나요? 네, 맞습니다. 두번 만납니다. 처음에 하나님을 만나고 십계명을 받아 내려왔는데, 산 아래에서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세가 십계명 돌판을 던져 깨뜨려 버립니다. 그 뒤에 다시 시내산에 올라가서 두 번째 돌판을 받아서 내려옵니다.

그런데 금송아지 사건 이후에 두 번째 올라간 것 말고, 첫 번째로 시내산에 올라가는 이야기가 19장과 24장에 두 번 등장합니다. 24장의 말씀을 읽어보면, 19장에 시내산에 올라가는 이야기를 전혀 모른다는 듯이 태연하게 시내산에 처음 올라가는 것처럼 쓰여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서술은 성경에 자주 나오는 일입니다. 제일 유명한 것이 천지창조 이야기입니다. 창세기 1장과 2장에 천지창조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하나님의 창조가 두번인 것처럼 보입니다. 창세기 1장을 읽어보면 하나님께서 질서 있게 계획대로 세상을 만드십니다.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세상을 만드신 다음에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며, 다음날로 넘어갑니다. 완벽하게 차근차근 하나님의 창조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2장으로 넘어가 보면 갑자기 다시 인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땅의 흙으로 사람을 조물조물 지어 만드십니다. 동물도 다시 만들고 식물도 만드십니다. 에덴동산도 만드십니다. 이상합니다. 1장에서 창조가 이미 하나님의 계획대로 다 이루어졌는데 2장에서 왜 다시 창조하시는 것일까요?

하나님의 창조라고 하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인간의 서로 다른 고백, 서로 다른 시선을 성경은 억지로 통합시키지 않습니다. 두 가지의 고백을 그대로 성경이 품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위 과학적인 눈으로 볼 때에는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실은 두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한가지 이야기를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고백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늘 시내산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얼마나 위대하고 중요한 순간입니까? 이 중요한 순간의 의미를 뭐라고 고백해야 할까요? ‘모세가 시내 산에 올라가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 그 만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계명을 주셨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백하는 전통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전통에서는 다른 고백을 합니다. ‘모세가 시내 산에서 하나님을 만났는데,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해 주시기로 했고, 그 하나님을 우리 안에 모실 수 있도록 성소를 만들라고 하셨다.’ 이렇게 서로 다른 고백을 두고서, 성경은 ‘이게 맞다 저게 틀리다’ 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고백을 억지로 섞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두 가지 고백을 고스란히 동등하게 성경 안에 담아 놓습니다.

19장부터 23장까지를 읽어보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계명을 주시고 율법을 주시고 말씀을 주시는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24장부터 31장까지는, 하나님이 백성들 안에 함께 거하신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백성들 안에 거하시기 위해, 하나님을 모시는 성소를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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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의 요지는 이것입니다. 모세가 시내 산에 올라가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는 것이, ‘내가 너희들 가운데 머무르겠다. 너희는 내가 너희 안에 머물 수 있는 곳을 만들어라. 성소를 지어라’ 하고 명령하신다는 것입니다. ‘너희들은 가만히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너희들 안에 같이 있어 줄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 안에 함께 거할 터이니, 너희도 나를 모실 만한 일을 해야 된다’ 하시는 것입니다.

성소는 어떻게 짓습니까? 무얼 가지고 짓습니까? 사실 광야 생활 중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성소를 짓는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집트에서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이 자기 재물을 몽땅 싸 짊어지고 온 것이 아닙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도망치듯이 밤중에 나왔습니다. 전차부대에 쫓겨 홍해바다를 겨우 건넜습니다.

그런 백성들이 금과 은과 동과 청색 실, 자주색 실, 홍색 실, 가는 모시실, 염소털, 돌고래가죽, 아카시아 나무, 등잔용 기름, 홍옥수를 비롯한 각종 보석들, 황옥, 취옥, 녹주석, 청옥, 백수정, 마노, 자수정, 벽옥… 도대체 이런 것들을 어디에서 구해온다는 것입니까? 하나님은 너무 야속하지 않습니까?

사실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해보면, 하나님은 항상 이런 식입니다. 우리와 생각의 순서 자체가 다릅니다. 우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지금 당장 어려운 일부터 해결하고, 내 삶의 고민 해결하고, 그 뒤에 사랑이니 평화니 정의를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죽게 생겼는데 사랑이니 정의니 평화니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죠. 그리고 나서 하나님 잘 섬기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좀 다릅니다. 꼭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힘들 때, 어려울 때, 고민이 있을 때, 딱 그때! 찾아오셔서 ‘그래, 너 힘든 거 알아. 그런데 그 힘든 것 제쳐 두고, 지금 나부터 섬겨라’ 하신다는 것입니다.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주시리라.” 우리 생각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 그것들을 다 주셔야 우리의 삶이 안정되고, 그래야 우리 마음의 고민도 사라지고 그래야 걱정 근심 없어지고 그래야 평안해지고, 그런 뒤에야 하나님 생각도 좀 하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다른 사람들 생각도 좀 하고…

그렇게 살면 순서가 딱 맞을 것 같은데, 하나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먼저!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해라. 내 할 것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하나님의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야속할 뿐입니다.

지금 모세가 산 위에 40일 동안이나 올라가 있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 아닙니까? 이집트의 전차부대를 가까스로 피해서 도망쳐 왔는데, 광야 한복판에 있는데, 누가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아말렉이 모압이 암몬이 언제 우리를 침공할지 모르는데, 지금 지도자가 백성들을 40일이나 버려놓고 떠나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하나님을 만나고 내려와서는 또 어떻습니까? 하나님의 말씀대로 성소를 짓느라 1년 가까이 시내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합니다. 하나님 항상 이런 식입니다.

성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기도하고 배우고 깨닫고, 고민도 하고 결단도 하면서 결국에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갑니다. 하나님께 아예 반역하고 등 돌리는 사람들은 제쳐놓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결국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엔 사랑하고 결국에는 베풉니다. 결국엔 평화롭게 살고, 결국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룹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우리의 운명입니다.

하나님이 진짜로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거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말씀대로 사는데, 너희 삶의 맨 앞에, 모든 생각의 맨 앞에 말씀을 놓고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 요구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신앙생활은 항상 제자리걸음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언제가 되었던지 결국에는 사랑하며 살기만 하면 돼’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사랑할 수 있겠어?’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내 마음에 화가 올라오고 지금 당장 내 마음에 분노가 치미는데 그 화와 분노를 다 풀어내고 다 쏟아내고 아낌없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한 다음에, ‘그래, 이제 사랑해야지’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닙니다.

내 안에 화가 있고 분노가 있고 어찌할 줄 모르는 답답함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맨 앞에 사랑의 마음을 놓으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아니요!. 하나님, 중요한 일 먼저 하고요. 어려운 일 먼저 하고요. 내 삶부터 일단 단도리 하고요. 그 다음에 한숨 쉬고 나서 하나님의 일 할게요.’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만 하나님의 생각은 단호하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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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속에서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예물을 바쳐라. 그런데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바쳐라. 둘째, 그렇게 바친 예물로 다른 데 쓰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안에 머무시는 성소를 짓는데 써라. 셋째, 성소를 만드는데 너희들 생각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일러주시는 대로 만들어라.

아마 모세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반신반의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예물들이 백성들에게 있기나 할까? 가지고 있은들 그것을 지금 하나님께 바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나? 바친다고 한들 말씀대로 성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나?’ 그런데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36장의 말씀을 읽어보세요. 백성들이 자원하여 예물을 가져오기 시작하는데, 쓰고도 남을 만큼 넘치도록 계속 바칩니다.

이제 그만 가져오라고 백성들을 말릴 지경에 이르기까지 자원하여 감사하는 마음과 순종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예물을 드립니다. ‘자원이 있다고 한들 어떻게 성소를 지을까?’ 했더니요. 브살렐, 오홀리압 같은 수많은 재주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하나님의 성소를 아름답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신 그대로 한치도 어긋남 없이 만듭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고, 명령하시는 일은 언뜻 들어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처럼 들립니다. ‘어떻게 우리가 그럴 수 있습니까? 하나님도 너무나 야속하시지, 지금 우리 형편 하나님이 모르시는 것 아니잖아요?’ 그런데 순종하고 보면, 말씀대로 행하고 보면, 더 놀라운 일이 더 은혜로운 일이 우리에게 벌어지는 것을 보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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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나눈 말씀은, 제가 주일 설교를 준비하면서 ‘오늘 이 말씀을 나눠야겠다’ 하고 고른 말씀이 아닙니다. 출애굽기를 2024년의 말씀으로 삼고 새해 첫 주부터 한 장씩 읽어가는 중에 오늘의 말씀이 순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 교회가 공사를 위해 특별헌금을 하기로 작정했는데 오늘 이 본문을 마주하니, 설교를 준비하면서 한편으로는 난감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 특별헌금합시다’ 하고 광고하고서는 바로 다음 주에 백성들이 예물 바치는 이야기를 가지고 설교하려니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말씀을 나누도록 인도해 주신 것도 하나님의 은혜인 줄 압니다.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해라.’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의 삶에 우선순위에 무엇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그 고민의 시간을 주신 것이라 고백합니다.

생명교회를 위해서 우리가 수많은 기도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 중에 우리가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으고 정성을 모아서 우리 교회의 구체적인 일들을 계획해 봤는가? 아니면 그저 막연하게 우리 교회 지켜주십사 우리 교회와 함께해 주십사 막연하고 모호한 기도만 했는가? 이제 우리가 구체적인 마음을 모아서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 교회를 섬기고 교회를 살려가는 일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하나님께서 딱 적절한 시기에 우리에게 이 말씀 주신 것이 아닌가? 오늘 말씀을 준비하며 그런 고백을 했습니다.

브살렐과 오홀리압 같은 사람들을 우리 안에 주님께서 이미 준비해 주셨으리라고 믿습니다. 하나님 앞에 아낌없이 바칠 수 있는 신실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도 하나님이 이미 허락해 주셨다고 믿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오늘 말씀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기도하고 순종하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광야 중에 있는 백성들이 성소를 짓는다고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처럼 보였으나, 하나님 앞에 기쁨으로 순종하고 기도로서 아름답게 섬긴 결과, 하나님을 모시는 그 아름다운 성소를 온전히 만들어낼 수 있었음을 우리는 고백합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놀라운 역사가 임할 줄 믿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깊은 행복이 임하리라고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하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신앙의 고백 신앙의 행동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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