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rard Hoet, 「Erection of the Tabernacle」 (1728)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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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 위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와 이스라엘에게 명령하신 일들 일들은 사실 어렵고 벅찬 일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제 막 도망쳐 나와 광야 생활을 하는 백성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성소니 성막이니 하는 것들을, 그것도 금은보석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대충 그럴듯하게만 만들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양과 정확한 치수까지 정해주십니다. 미션임파서블입니다.

그런데 그 일들을 이스라엘이 다 해냅니다. 누가 도와줬습니까? 아닙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냅니다. 그 중심에 브살렐과 오홀리압이라는 뛰어난 기술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영웅일까요 천재들일까요?

브살렐과 오홀리압은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를 받아 가진 그릇입니다. 우리는 바울 사도가 말씀하신 그릇 이야기를 떠올립니다(고후4). “우리는 질그릇과 같습니다. 여기저기 깨지고 더러워진 그릇입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그릇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그릇을 사용하여서, 그 안에 거룩한 주님의 것을 담아주셨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치있다 말하는 그 어떤 그릇보다도 더욱 가치 있는 그릇이 되었습니다. 그릇 자체에 훌륭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릇에 무엇이 담겨있느냐가 그릇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나라고 하는 그릇 자체를 가꾸려고 합니다. 물론 나를 가꾸는 것도 한편으로는 중요하지요. 그러나 그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금 그릇인지, 은 그릇인지 그런 것 자랑하려 하지 말고, 내 그릇에 담긴 것으로 자랑해야 합니다. 제아무리 대단한 다이아몬드로 만든 그릇일지라도 그 안에 배설물만 가득하다면 그 그릇은 요강에 불과합니다. 브살렐과 오홀리압은 어떤 사람입니까? 겉보기에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금으로 된 사람이 아닙니다 영웅 히어로가 아닙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영, 하나님의 지혜를 담은 사람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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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브살렙과 오홀리압은 인간적으로도 뛰어난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경은 인간 자체의 능력을 강조하지도 않고 칭찬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능력일 뿐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것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하나님이 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감히 ‘내 것도 이만큼 있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 스스로의 지분을 대단한 것인 양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오히려 내 능력으로 거의 다 했다고, 내 힘으로 다 이루었다고, 하나님의 도움이 없었어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사야 55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너희의 길은 나의 길과 다르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하늘이 땅보다 높듯이, 나의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다.’”(사55:8-9)

그런데 우리는 교만하고 오만해서, 착각하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나님 모시는 성소, 그 성막 봤지? 내가 만들었어. 내가 다 만들었어. 아무도 그렇게 못 만들 걸? 말씀대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 그걸 내가 했어!’ 물론 브살렙과 오홀리압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우리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베풀어 주셨는데,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 전부 다인데, 내 스스로 한 것인 양 으스대며 우쭐댑니다.

우리는 ‘내 모든 능력은 하나님께서 주셨다’라고 겸손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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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능력 주셨다고 했는데. 그것은 하나님이 사랑하는 일부 사람들 이야기인 것 같구요. 아쉽게도 하나님께서 저한테는 아무것도 안 주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브살렐 같은 사람도 아니고. 오홀리압 같은 사람도 아닙니다. 뛰어난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 별 볼 일 없이 살아갈 뿐입니다.’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럴듯해 보이는 주인공만 세워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아름다운 조연도 세워주십니다. 브살렐이 주연이라면 오홀리압은 조연입니다. 6절 말씀에 오홀리압이 브살렐과 함께 일하도록 하십니다. 더불어 기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아름다운 조연이 되어 함께 합니다.

그뿐입니까?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이 조연입니다. 조력자입니다. 그들이 은과 금을 가져왔습니다. 나무와 돌덩이를 가져왔습니다. 온갖 가죽과 실을 조달했습니다. 가져올 것 없는 사람들은 물 한 바가지라도 떠왔을 것입니다. 김밥 한 줄이라도 싸왔을 것입니다. 안마라도 해줬을 것입니다. 따뜻한 말로 격려하고 위로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 마음으로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일 앞에, 모든 이들을 하나님의 귀한 그릇으로 만드셨습니다.

주연이냐 조연이냐, 얼마나 그럴듯하냐 그렇지 못하냐를 따질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빚어주신 그릇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인도자로 세워주신다면, 올바른 인도자가 수 있는 능력을 내 그릇 안에 채워야 합니다. 나를 조력자로 세우신다면, 섬세하게 성심성의껏 조력할 수 있도록 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으면, 찬성해주고 지지해주고 살펴 헤아려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어떤 그릇인가? 나에게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우리는 그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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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그릇에 담길 것을 하나님은 그냥 주시지 않습니다. 3절 말씀에 브살렐에게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온갖 기술을 갖추게 하셨다고 하시는데, 사실 그 앞에 더 중요한 말씀이 있습니다. 그에게 ‘하나님의 영’ 채워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가만히 있는 브살렐에게 ‘브살렐아, 너에게 지혜를 주겠다. 너를 총명하게 하겠다. 너에게 지식과 기술을 주겠다’ 하신 것이 아닙니다.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기술을 마치 완성품처럼 턱하니 주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영으로 채워주십니다. 그리고 그 영으로 지혜롭게 되도록 하십니다. 그 영으로 지식을 쌓게 하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해질 때, 하나님이 나에게 채워주시고자 하는 것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종종 오해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십니까? 능력을 주십니까? 재물을 주십니까? 여러 가지 나의 기도하는 것들을 다 들어주십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런 것 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영을 채워주시는 분입니다. 우리에게 지혜가 필요하면 하나님의 영을 주셔서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우리로 하여금 지혜로운 사람 될 수 있도록 하십니다. 우리에게 지식이 필요하면 하나님의 영으로 가득 채워주셔서 하나님의 영으로 감동된 우리가 지식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하십니다. 우리에게 능력이 필요하면 그 능력을 대뜸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케 되어서 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도하십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기도가 바뀌어야 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도합니까? 어떻게 기도합니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 그 모습대로 이루어 주세요.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나에게 주세요.’ 우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아닙니다. 이제 그런 기도는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에게 하나님의 영을 채워 주세요. 하나님의 영을 채워주셔서 내가 원하는 것 있으면 그 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가 바뀌면 우리의 삶의 모습이 바뀝니다. 내가 원하는 것만 달라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주시냐 주시지 않느냐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참으로 올바른 것인지 하나님께서도 그것을 바라고 계신지는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 내 삶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과의 진정한 친교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하나님이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하나님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을 바라며 기도하게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었는데, 하나님의 영이 나를 가득 채우시고 그 영으로 내가 감동되었더니, 내가 원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었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이 생긴다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의 소망과는 다른 하나님의 소망을 깨닫게 되었다면 나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이 말하는 장래희망 1순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연예인, 가수, 유튜버랍니다. 대통령, 과학자, 판사, 변호사를 이야기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매우 사랑하는 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하나님께서 너무나 사랑하셔서 그 아이에게 주고 싶은 모든 것 주신다 합시다. ‘너 원하는 게 뭐냐? 가수가 되고 싶다고? 그래 가수 되게 해줄게.’ 하나님께서 이러실까요? 아닙니다. ‘너 원하는 게 뭐냐?’ ‘대통령 되고 싶습니다.’ ‘알았다. 너 대통령 되게 해줄게.’ 하나님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렇게 일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해 주십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대통령 만들어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영을 주십니다. 그 영으로 감동되어 나의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십니다. 내가 대통령이 될 그릇이 될까?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할까? 내가 대통령이 돼서 이 나라를 잘 다스려 갈 수 있을까? 나라를 다스릴 참된 비전과 식견과 능력이 잇는가? 그 비전과 식견과 능력을 어떻게 갖추어야 할까? 대통령이 된다는 게 나의 적성과 나의 품성과 나의 능력에 맞는가? 나의 헛된 욕망의 꿈은 아닌가? 나와 나라를 다스려 갈 훌륭한 조력자들은 누군가? ... 더 깊은 기도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런 고민과 기도 없이 덜컥 대통령이 되어버렸다면, 그 아이는 주님께 복받은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헛된 욕망에 대한 진노의 심판에 빠진 것에 불과합니다.

‘하나님, 나에게 하나님의 영을 채워주십시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간구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 될 것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 영 가지고 고민하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참된 깨달음을 얻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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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과연 하나님의 영으로 우리를 가득가득 채워주시면, 이제 또 다른 문제가 닥쳐옵니다. 그 채워주신 영 가지고 무엇을 할 것입니까? 하나님이 채워주신 영을 가지고 내 욕심을 채워갈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브살렐과 오홀리압이 무슨 일을 하나요? 하나님의 영으로 지혜를 갖추고 총명해지고, 지식을 갖추고 온갖 기술을 습득하게 된 이후에 자기들 만들고 싶은 것 마음대로 만들었나요? 아닙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바로 그것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 신앙의 딜레마가 있어요. 하나님 우리에게 능력 주십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영으로 채워주십니다. 그 영으로 우리가 능력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나에게는 내 마음속에서는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마침내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냐? 내 소원대로 사는 사람이 될 것이냐? 우리는 그 결단의 순간에 놓여있습니다.

세상은 금송아지 만드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줍니다. 금송아지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한순간 신나고 즐겁게 사는 것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명하신 성소를 만드는 일은 힘겹고 어렵고 재미도 없고 막막하기만 한 지난한 일입니다. 망치를 대패를 들고 묵묵히 일해야 합니다. 세상은 이해해 주지 않으며 때론 오해하고 때로 모욕하고 때론 비난합니다. 그러나 결국엔 그 삶에 향기가 있고 그 삶에 거룩함이 있고 그 삶에 기쁨이 있는 것을 우리는 고백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기도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성경이 오늘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권면합니다. 하나님의 영을 받기 위해 기도합시다. 하나님의 영을 받아서 하나님이 주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기도합시다. 하나님의 영으로 그 깨달음에 합당한 지혜와 지식을 채워가기를 기도합시다. 그렇게 마침내 아름다운 하나님의 삶을 한순간만이라도 살아 봅시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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