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n Luyken, 「Moses on Mt. Sinai」 (1703) ⓒRijksmuseum.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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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모세가 신의 산 위에 올라가서 40일 동안 하나님과 만나고 교제하는 일을 깊이 묵상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하나님을 만나는 일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미디안 광야에서 모세가 하나님을 만날 때, ‘내가 저 산에 올라가면 불타는 가시떨기가 있을 것이고. 그 떨기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하고 모세가 산을 오르나요? 아닙니다. 평소처럼 똑같이 그저 양 치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하나님을 만납니다.

장막 앞에서 천사를 영접했던 아브라함 이야기도 기억나시죠? 아브라함이 ‘몇 월 며칠 하나님께서 천사와 함께 지나가실 테니까. 내가 마음을 준비하고 몸을 준비하고 주님을 기다려야지, 주님을 영접해야지’ 그랬나요?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장막 앞에 앉아있다가 하나님인 줄도 모르고 천사인 줄도 모르고,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를 영접하다가 주님을 만납니다.

하나님을 만난다고 하는 일은, 이렇게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꼼꼼하게 준비해 오신 일입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를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모태에서 짓기도 전에 너를 선택했고 너를 거룩하게 구별했다(렘1:5).” 예레미아에게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말이지만,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오신 일인 것입니다.

하나님만 준비하실까요? 우리가 갑자기 준비 없이 하나님을 만난다고 그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계속 준비시켜 놓고 계십니다. 모세는 갑작스럽게 하나님을 만난 것 같지만, 모세의 일생을 살펴볼 때 모세는 결코 하나님을 갑작스럽게 만난 것이 아닙니다. 80년이라고 하는 긴 세월 동안 하나님이 차곡차곡 차근차근 준비시켜 놓은 다음에, 모세가 준비되었을 그때 하나님께서 만나주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 모세가 시내 산 위에 올라갑니다. 시내산 위에서 하나님과 40일간의 완전한 강렬한 만남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 만남을 위해서도 하나님은 모세를 준비시키십니다. 모세가 산에 올라가자마자 바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구름이 산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산 위에 머무릅니다. 그렇게 엿새 동안 빽빽한 구름 속에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신 후에 이레가 되는 날 모세를 불러 만나주십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있기 전에 80년이나 준비시켜 주신 하나님께서, 시내산 위에서 또 일주일 동안 모세를 준비시키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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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만나는 일, 하나님과 내가 대면하는 일, 하나님께 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하나님의 모습을 내가 보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그래서 그 만남을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시켜 주시고 계획해 주시지만, 이 만남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도 준비해야 합니다.

어떻게 준비합니까? 무엇을 준비합니까? 그 준비하는 것을 우리가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통해서 배웁니다. 기도하고, 찬양하고 예배하는 것이 다 준비입니다. 성경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는 것 이해하는 것 그게 다 준비입니다. 하나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우리의 삶을 살아보는 것, 살아내는 것이 다 준비입니다.

신앙생활을 우리가 오해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워서 배운 대로 살아가는 것을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의 더 깊은 뜻은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기 위해 하나님을 더 온전히 만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하는 삶입니다. 하나님을 올바로 만나기 위해 우리의 삶을 온전히 준비해 놓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그 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너만 올라와라’ 하십니다. 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요? 여러 가지 수많은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오늘 이 말씀을 이렇게 해석해 봤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한인격이라고 한사람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이스라엘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 인간 존재의 여러 가지 부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 생각의 수많은 영역들, 내 감정의 수많은 생각들, 내 이성의 신념의 세계관의 가치관의 수많은 부분들입니다.

그중에 모세라는 사람은 어떤 부분을 의미할까요? 우리 인격의, 내 영, 내 존재의 가장 거룩하고 가장 고귀한 부분 아닐까요? 하나님을 소망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모하는 내 영의 부분이 모세 아닐까요?

하나님과 대면하는 데 쓸데없는 수만 가지 생각들을 다 짊어지고 하나님께 올라오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을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 하나님과 만나고자 하는 마음,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하는 마음,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내고 보고자 하는 마음, 오직 그 마음만 가지고 하나님을 만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욕심 가지고 하나님 만나지 말자는 겁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그 소중하고 고귀한 그 시간에 세상적인 욕심 개인적인 욕망 그런 것 들고 나와서 그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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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내산에 오른 모세는 40일을 하나님과 함께 합니다. 40이라고 하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영적인 의미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완전한 시간, 완벽한 시간, 충만한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 말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40일만 만나면 충만해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충만하고 완전해지도록 만나라는 말씀입니다. 40일 동안 하나님을 만났더니 완전해졌다거나 변화되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완전히 변화될 수 있도록 충만한 시간을 노력하고 도전하고 준비하며 그렇게 하나님과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세의 40일이 우리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영적 여정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고자 하는 우리의 끈질긴 열망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완전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야 합니다. 39일에서 포기하고 내려와 버리는 것이 아니라, 50일 100일이 지나더라도 완성을 위해서 끝까지 주님과의 만남을 붙드는 그 열심과 열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영적 시험입니다.

산 아래의 백성들은 그 40일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왜 충만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합니까? 왜 완전해질 때까지 인내하지 못하죠? 왜 내가 완전한 하나님의 사람이 될 때까지 순종하지 못합니까? 내가 완전히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하나님의 뜻을 붙들지 못하나요? 왜 포기하고 말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끝까지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정말 열심히 전하셨습니다. 기적도 이적도 행하시고, 설교도 하시고, 수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예수님이 ‘나, 이만큼 했으면 됐죠. 그 누구보다 엄청난 일을 많이 했는데, 이제 그만 할래요’ 그러셨더라면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이 완성되었을까요?

예수님이 온전히 그리스도 되신 것은, 그 모든 구원의 길을 끝까지 완성해 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신앙의 길을 지금까지 걸어왔습니다. 훌륭하고 아름다운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진짜 아름다움으로 완성되려면 우리는 앞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완성해야 합니다. 사십일을 채워야 합니다.

시내산 아래에 있던 백성들이 하나님을 붙들고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하나님께 온전히 영광 돌렸어요. 38일까지, 39일까지 열심히 했어요. 그러나 마지막에 ‘이만큼 했으면 됐지’ 하고 무너진 그 순간, 그들은 하나님 앞에 충성했던 자들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반역한 자들로 영원히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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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내산의 40일은, 인내의 상징이기도 하고 헌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다고 하는 일은 끝없는 인내와 끝없는 헌신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모세와 같은 마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같은 수만 가지의 마음들이 있습니다. 그 마음들이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뛰쳐나옵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이 어렵고 힘듭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이미지를 대비해서 보여줍니다. ‘산 위’와 ‘산 아래.’ 산 아래에 살던 우리가 산 위로 올라가 하나님을 만나기를 바라십니다. 또한 산 위에서 변화된 우리가 산 아래로 내려가 그 변화된 모습으로 아름답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또한 구름과 불을 대비해서 보여주십니다. 구름은 모호함이고 어두움입니다. 우리의 어리석음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에 대해서 완전히 알 수 없는 우리의 존재적인 한계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 아래에서 산 위를 쳐다보면 타오르는 불처럼 보입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진리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구름을 뚫고 지나서 산 위로 올라가 온전한 불꽃인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는 시내산 같은 장소와 시간을 예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내산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온전히 40일 간을 충만하게 내 존재가 완전히 변화할 때까지, 하나님께서 우리를 완전히 변화시켜 주시고 새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주실 때까지, ‘이제 너는 새 사람이 되었다. 내 안에서 온전한 새 사람이다’ 하고 선언해 주실 때까지, 시내산에 머물러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시내산에서 변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준비해 주신 그 만남을 통해서 우리 새로운 사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만남을 소망하고 사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도 이런 40일 같은 영적인 여정을 허락해 주신 줄 믿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의 신앙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줄을 믿습니다. 그 뜻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뜻대로 살아낼 수 있기를 믿습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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