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n Luyken, 「Israelites Cross the Jordan」 (1698) ⓒRijks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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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출애굽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드라마 같은 이집트의 열 가지 재앙과,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도 중요하지만, 출애굽 구원의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는 바로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백성들이 서로 언약을 맺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시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겁니다.

그 중심에 시내산 정상에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만나주시고, 직접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주시는 사건이 있고, 그 앞뒤로 덧붙어있는 사건들이 또 있는데, 그 사건들을 통해서 하나님과 인간의 본 모습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 되어주시는데도, 우리는 인간들은 이모양 이꼴이다 하는 것이구요. 우리는 이모양 이꼴인데도,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 되어주신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과 백성이 언약을 맺고, 하나님이 내 하나님 되시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었다. 하고 마냥 거룩하기만 하고, 아름답기만 한 장면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는 일 속에는, 인간의 철저하게 부족하고 못난 모습이 숨어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백성으로 삼아주신 언약을 취소하거나, 무효화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신실하게 지켜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홍해바다 갈라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출애굽 구원사건의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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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이 보여주는 이모양 이꼴은 뭘까요? 금송아지 사건입니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40일간 하나님을 만나고 있을 때, 백성들이 산 아래에서 뭘 하나요? 처음에는 잘 기다립니다. “우리 하나님이 우리 지도자 모세를 만나고 계셔. 모세가 지금 하나님을 만나러 갔는데, 하나님이 직접 하나님의 말씀을 알려주신다고 했어. 우리 지도자 모세가 하나님의 율법과 계명을 가지고 올 거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모세가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했다가, 짜증도 났다가… 결국에는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예배하고 잔치를 벌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라는 사람들이 이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참아내시는 하나님, 그런데도 용서하시는 하나님, 그런 백성들을 ‘내 백성’이라고 인정하시고 품어 안아주시는 하나님, 그런 백성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곳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그게 출애굽이 보여주는 진짜 하나님의 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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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며, 하나님 앞에서 진짜로 기도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하나님, 나 이런 소원 있습니다. 하나님, 나 이거 들어주세요. 하나님, 이렇게 해 주세요.’ 물론 이런 청원의 기도들도 훌륭하고 좋은 기도들입니다. 간절하게 나의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은 매우 훌륭한 신앙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도보다 더 먼저 해야 할 기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고자 하는 구원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하나님 나에게 주시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내가 하나님께 뭘 받아야 합니까? 내가 하나님께 이미 받은 것이 뭡니까? 하나님 나에게 주신 구원의 정체가 뭡니까?’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 하나님이 주실 것, 내가 받은 것, 내가 받아야만 하는 것. 우리는 먼저 그것을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내가 원하는 소원도 아뢰게 되고, 나의 바람, 나의 사정, 나의 소망도 기도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하나님 앞에 간절하게 기도드리고 나서, 잠잠히, 잠잠히 또 기도해 보세요. 하나님, 나는 하나님께 받고 싶은 것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나에게 주고 싶은 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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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나님께서는 시내산 언약의 한 복판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일러주고 계십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주고 싶으신 것, 하나님이 백성들에게 주고자 하시는 것, 그것을 일러주십니다. 3500년 전, 혹은 3200년 전, 홍해바다를 건너던 바로 그때 그 백성들에게만 일러주시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하나님의 구원의 내용을 일러주고 계신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가, 그 성격이 어떤 것인지, 그 본질이 무엇인지 그 은혜를 받아 누리는 우리는 어떠해야 하는 지를 배워야 합니다.

1) 첫째로 하나님의 은혜는 조금씩 주시는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한 방에 터지는 로또가 아닙니다. 30절의 말씀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가 번성하여 그 땅을 너희의 소유로 차지할 때까지, 그들을 너희 앞에서 조금씩 쫓아내겠다.”

가나안 땅을 이스라엘에게 주시는데, 한 번에 주시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그 땅이 비어있지도 않습니다.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한테 ‘너 살 집 마련해 놨으니까 서울 가서 잘 살아 봐라’ 해서, 서울에 갔더니 그 집에 딴 사람이 살고 있어요.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아버지, 이상합니다. 이 집에 딴 사람들이 살고 있네요. 이 집 맞습니까?’ 했더니. 뭐라고 하십니까? ‘그 집 네 거 맞다. 그 사람들도 곧 나갈거야. 한 명씩 한 명씩 천천히 나갈거야. 짐도 조금씩 조금씩 뺄거야. 너도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들어가 살아.’ 하십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이 아들이라면 아버지한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세상 상식이 있습니다. 집은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 사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이사 들어가서 사는 겁니다. 하나님의 은혜도 그렇습니까? 하나님의 은혜도, 조금씩 조금씩 주시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제대로 온전히 주셔야지요. 맞습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 멋대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계획대로 우리에게 주십니다. 내 생각대로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상식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대하다 보니까 이상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입니다.

“너희가 번성하여 그 땅을 너희의 소유로 차지할 때까지!” ‘너희가 번성하여’ 라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 성장하고 자라나서’라는 뜻입니다. ‘너희의 소유로 차지할 때’라는 것은, ‘진짜로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누릴 수 있을 때’를 말합니다.

조금씩 찔끔찔끔 주신다고 투정하지 맙시다. 하나님은 오히려 우리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돌보고 계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그렇게 우리의 무분별한 상식을 넘어서서 세밀하고 세심합니다.

2) 그래서 둘째로 하나님의 은혜는 명확한 경계가 있습니다.

소화도 못시킬 만큼 끝도 없이 무한히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다다익선이라고 은혜도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상태에 따라서, 영적인 상태에 따라서, 육적인 상태에 따라서 세밀하게 주십니다. 지적인 능력에 따라서, 감성의 풍요로움에 따라서, 세심하게 주십니다. 사모함의 간절함에 따라서, 순종의 충실함에 따라서, 비전의 방향과 목적에 따라서, 하나님은 그 은혜를 세밀하게 조정하십니다.

31절의 말씀에 땅의 경계를 설정하십니다. “홍해에서 블레셋 바다까지, 광야에서 유프라테스 강까지”로 정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힘과 능력과, 소망과 열망과, 비전과 순종의 모든 깜냥에 그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걸로 충분하고 그걸로 만족하고 그걸로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하나님의 은혜의 경계가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를 주시되, 끝도 없이 베풀어 주지 않으십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들 농담처럼 말합니다만, 물질이 내 한계를 넘어서면, 내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면 그건 재앙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만족한다는 것은, ‘이걸로 됐다’ 하고 마냥 참아내라는 게 아닙니다. 포기하고 체념하라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이만큼만 주셨으니까 어쩔 수 없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나의 존재의 크기를 키워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게 비전입니다.

수로보니게 여인을 기억해 보세요. ‘당신은 이방인이고, 여인이고, 딸이 귀신들린 것도 어쩔 수 없다 생각 해야지, 왜 욕심부립니까?’ 했더니 여인이 어떻게 합니까? ‘예, 그렇지요. 어쩔 수 없지요’ 합니까? 아닙니다. 자기 믿음을 키워가지고 왔습니다. 하나님 앞에 은혜를 더욱 받을 수 있도록, 믿음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성장해서 옵니다. 예수님 웃으시면서, 기뻐하시면서, 즐거워하시면서, 그 분량에 맞는 큰 은혜를 베푸십니다.

3) 그래서 세 번째로 하시는 말씀이 ‘너희가 그들을 쫓아내라’ 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그래서 주시는 대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쟁취해 내는 것입니다. 은혜가 아닌 것들과 싸워 이겨내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완성품을 주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에게 우리는 철저하게 구원의 대상이지만, 구원의 동역자로 삼아주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구원의 특별한 성격입니다. 구원에 우리의 몫은 없습니다. 철저하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공로가 그 안에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우리가 잘나서 구원받는 거 아니고,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만 받는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요. 오직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참 이상하게도, 그 구원의 과정에 우리를 꼭 참여시키십니다. ‘해 봐~ 할 수 있어. 그렇지, 잘했어.’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 앞에 뿌듯함을 얻고, 당당한 존재가 되고, 떳떳한 존재가 됩니다.

4)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잠시라도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우쭐해지면 안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우리 곁에 놓인 유혹이 시험이 덫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가나안의 몰아내야 할 민족들을 다 몰아내지 못하고, 그들과 섞여 살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그들의 종교를 보고 듣고, 그들과 하나 되어 버리면, 그것이 너희를 잡는 덫이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백성들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하나님 백성 되었으니 당장에 완전한 사람들 되었습니까? 아닙니다. 곧바로 넘어지고 타락하고 범죄합니다. 금송아지를 섬깁니다. 왜 그랬습니까? 오늘 말씀 맨처음에 우리 인간의 모습이 어떻다고 했나요?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 되어주시는데도, 우리는 인간들은 이모양 이꼴이라는 것을 성서가 증거 한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 증거입니다.

‘아모리 사람, 헷 사람, 브리스 사람, 가나안 사람, 히위, 여부스, 이 사람들을 다 몰아내지 못하면 그들이 덫이 된다. 다 몰아내라! 몰아내지 못하면 큰일 난다. 절대로 죄지으면 안 된다. 절대로 타락하면 안 된다. 절대로 시험에 빠지면 안 된다. 절대로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 절대로 덫에 걸리면 안 된다...’ 주님의 말씀은 이런 심판의 경고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진짜 하시는 말씀은 이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몰아내야 할 것이 있어요. 그런데 당신들은 그것들을 다 몰아내지 못해요. 어쩔 수 없어요. 당신들이 타락해서도 아니고, 범죄해서도 아니고, 악독해서도 아니에요. 당신들 인간이 나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래요. 그게 덫입니다.’

무슨 말씀인가요? ‘그 덫에 걸리면 죽는다. 덫에 걸리기만 해봐라. 혼난다!’ 그런 말씀인가요? 아닙니다. ‘제발 덫에 걸리지 마라. 덫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라. 그 덫이 있다는 걸 기억해라!’ 위로의 말씀이고 보호의 말씀입니다. 바로 이것이 마지막 네 번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완전하다고 착각하지 마라. 온전해졌다고 착각하지 마라. 하나님 앞에 은혜 좀 받았다고 우쭐해지면 안 된다. 기도 응답 좀 받았다고 뭐라도 된 줄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오늘 이 말씀을 은혜의 말씀으로 붙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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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는 어떤 은혜입니까? 나에게 주신 은혜를 깊이 묵상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 은혜에 감사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 은혜로 행복하게 사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그 은혜를 통해 항상 깨어있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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