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고발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처우에 달려 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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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 이야기를 한마디로 하면 구원입니다.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허덕이던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하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난한 땅으로 인도해 가신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역사를 증거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하나님께서 그렇게 구원하실 것이라는 소망과 확증입니다. 

그런데 이 구원이 어떻게 시작되는지가 오늘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구원은 부르짖음에서 시작합니다. 백성들이 고난과 압제 아래에서 힘겨워하다가 하나님께 부르짖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하나님께서 보시고서 ‘너희들 너무나 힘들겠구나. 너무나 안타깝다’ 하시고 알아서 구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부르짖는 백성의 소리를 들으시고 이스라엘과 맺으신 약속을 생각하셨다고 성경은 적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오해하면 안 됩니다. 백성들이 부르짖기 전에는 약속을 다 잊어먹고 계시다가, 백성들이 부르짖으니까 그제서야 약속을 기억하셨다는 말이 아닙니다. 구원에 대한 아무런 열망이 없고 소망도 없는 사람들한테 구원을 베풀어 주면, 그 구원이 어떻게 될까요? 감사한 마음으로 구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내가 누려도 되는 것처럼 소홀히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간절히 부르짖을 때 다가가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르짖어야 됩니다. ‘하나님 나를 구원해 주십시오. 나를 살려주십시오.’ 그렇게 부르짖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부르짖고 있습니까? 무엇을 기도합니까? 내 사정을 아룁니다. 나의 사정을, 나의 어려움을, 내 아쉬움을, 내 고통을, 내 고난을, 내 슬픔을 그리고 내 바람을… 이스라엘 백성도 그랬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부르짖음이 대단한 부르짖음이 아니었습니다. 진리를 소망하고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열망하는 그런 부르짖음 아니었습니다. 단순한 외침이었습니다. ‘하나님 구해주세요. 건져주세요!’ 자기 눈앞에 닥친 어려움만 해결해 달라고 그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사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 부르짖음은 어리석은 부르짖음입니다. 단순히 내 욕망을 위해서, 나만을 위해서 부르짖는 그런 부르짖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부르짖음을 들어주실까요? 내 욕심만 하나님께 늘어놓고, 하나님께 내가 우너하는 대로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런 기도를 들어주실까요? 안 들으실 것 같지요? 오히려 혼내실 것 같지요? ‘왜 이런 기도를 하느냐? 제대로 좀 기도해라’ 하실 것 같죠? 아닙니다.

하나님은 들어주십니다. 어리석은 기도, 어리석은 부르짖음, 자기 욕심만 챙기는 기도, 하나님은 그런 기도도 들어주십니다. 바로 그것이 하나님의 구원의 신비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자비이고, 하나님의 선함입니다. 어리석은 기도마저도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께 매달리기만 하면 하나님은 들어주시고 응답하십니다.

그렇게 구원으로 인도하신 후에 우리를 변화시키십니다. 어리석게 부르짖는 자에서 현명하게 부르짖는 자로 바꿔 주십니다. 그게 거듭남입니다. 은혜로, 가르침으로, 성령의 감동으로 우리의 삶을 뿌리에서부터 바꿔주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어쨌든 부르짖기 시작하면,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에 붙잡혀서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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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명한 부르짖음, 그 진실된 부르짖음이 바로 예배입니다. 예배는 참되게 부르짖는 것입니다. 지난 주간에 교육부 어린이 청소년들이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이들이 빠짐없이 참석하고, 친구들까지 데려온다고 해서 급하게 노회 목사님들 단톡방에 ‘차량 급히 구합니다. 도와주십시오’ 하고 문자를 올렸더니, 이웃 새샘교회 목사님께서 곧바로 흔쾌히 승합차량을 빌려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과 도움으로 복되고 즐거운 수련회를 했습니다. 그렇게 불어온 바람이 아마 성령의 바람인 줄 믿습니다.

수련회의 주제가 바로 예배였습니다. ‘예배한다는 게 뭐냐? 하나님께 어떻게 예배해야 하느냐?’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예배가 뭘까요? 창세기 4장을 보면 맨 마지막 절에 셋이 에노스를 낳았을 때, 그 때 사람들이 비로소 하나님을 예배하기 시작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겁니다. 그 예배가 도대체 뭐였느냐? 예배 앞에 특별한 표현이 적혀져 있는데, 바로 ‘주님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름을 부르면 관계가 맺어집니다. 의미 없는 사이에서 의미 있는 사이가 됩니다. 나와 함께하는 존재가 됩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하나님과 내가 서로의 삶이 간절하게 얽히고 설키고 관계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간절함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 요한복음서에 나와 있습니다.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입니다. 물 길으러 온 여인에게 물 한 바가지를 얻어 마시면서, 예수님은 뜬금없이 예배 이야기를 합니다. ‘하나님께 예배하는 사람은 영과 진리로 예배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요4:24).

영이라고 번역한 단어는 ‘프뉴마’인데, 프뉴마는 호흡이라는 말입니다. 숨 쉬는 것입니다. 숨 쉬는 모습으로 예배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모습을 예배로 드리라는 것입니다. 진리는 ‘알레테이아’라고 하는데, 진실함을 뜻합니다. 참됨, 진실성입니다. 겉으로만 가짜로 꾸며서 그럴듯하게 예배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간절하게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 예배라는 것입니다.

손가락질당하는 여인, 따돌림당하는 여인, 마음이 힘든 여인을 위로하시는 것입니다. ‘괜찮아요. 힘들어하지 마세요. 세상은 당신을 손가락질하지만 당신 마음의 진실은 하나님을 간절하게 찾고 있잖아요. 그걸로 됐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지 마세요. 하나님과 온전히 하나 되어 긴밀하게 하나님과 소통하는 삶, 그것으로 위로받으세요. 그것이 가장 귀한 예배입니다.’

바울 사도 역시 같은 말로 우리를 위로하고 권면합니다. ‘당신의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그것이 합당한 예배입니다(롬12:10).’ 내 삶을, 내 살아가는 모습을, 내 사는 꼴을 하나님께 드리라는 것입니다. 모든 순간 순간들을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서 살라는 것입니다.

이제 드디어 예배의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예배가 뭡니까? 하나님과 만나서 하나님 앞에 나의 간절함을 내어놓는 겁니다. 간절함을 내어놓음을 통해서 하나님과 내가 밀접하게 결합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관계있는 존재가 되어서 내 사는 꼴이 하나님 기뻐하시는 모습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예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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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은 뭡니까? 그걸 알아야 그렇게 살아가지요. 우리가 출애굽기를 읽어가는 중인데, 하나님께서는 그 뜻을 지금 율법으로 말씀해 주시는 중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하나하나 말씀하시면서, ‘이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이 이것이다’ 하고 말씀해 주시는 중입니다.

그 말씀 중에 오늘은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 이야기를 하십니다. 성경에서 약한 사람들, 핍박받는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을 뜻하는 관용어가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입니다. 우리가 손 내밀어 잡아 줘야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사정을 헤아려 주고, 핍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내 울타리 안에 있는 나를 사랑해주는 친구들끼리 서로 사랑하는 그런 사랑 아니고, 내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사람들, 내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관계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하나 되어 주는 사랑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 사랑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하나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지 말아라 하는 말씀 뒤에 무서운 말씀이 나옵니다. 그들의 부르짖음을 듣고 하나님께서 너희를 징계하면, 네 자식이 고아가 되고 네 아내가 과부가 된다고 하십니다. 단순히 너에게 벌을 내린다는 경고의 말씀이 아닙니다.

고아와 과부가 누굽니까? 그들을 돕느냐 핍박하느냐는 나중 문제이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의 삶과는 멀리 떨어진, 내 집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그들은 바로 내 가족이고 내 혈육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괴롭히는 사람, 내가 아프게 하는 사람, 내가 눈물 나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내 혈육이요 내 가족이요, 나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그걸 모르고서, 나만 좋자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를 괴롭히고 학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을 짓밟고 쟁취하면, 승리하고 이기고 물리치고 우뚝 서면, 내가 잘 살 것 같나요?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하나이고 한 식구, 한 몸, 한 생명이기 때문이죠. 사람들끼리만 그렇습니까? 모든 생명들이 다 그렇습니다. 온 세계, 온 우주가 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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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의 제목은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라는 것입니다. 이 부르짖음의 정체는 뭡니까? 누가 부르짖습니까? 핍박받던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가 부르짖습니다. 왜 부르짖습니까? 우리가 핍박해서 그렇습니다. 이 부르짖음의 정체는 다름 아닌 ‘나’에 대한 고발입니다.

나에 대한 고발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고발입니다. 예배하라 했는데 제대로 예배하지 못한 우리 삶에 대한 고발입니다. 영과 진리로 살지 않고 있는 우리에 대한 고발입니다. 삶을 거룩한 산 제물로 하나님께 드리지 못하는 우리에 대한 고발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는 있지만 헛되이 부르고 있는 우리에 대한 고발입니다. 제대로 부르짖지 못하고 헛된 것만 아뢰고 있는 우리에게 대한 고발입니다. 참된 구원을 받아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 대한 고발입니다. 오늘 온 세상에 이 고발의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 소리를 제대로 듣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제대로 살고 있느냐? 하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느냐? 거룩한 산 제물로 매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느냐?’ 이 고발의 음성이 오늘 우리의 가슴속에 울려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이 소리를 내가 듣고 노하면 너희의 삶은 다 끝난다. 이 소리를 듣고 내가 노하기 전에 너희가 먼저 듣고, 너희의 삶을 돌이켜라. 너희가 먼저 듣고, 진실되게 살아라. 너희가 먼저 듣고, 영과 진리로 살아라. 너희가 먼저 듣고, 간절하게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라.’ 하나님은 오늘 율법의 말씀을 통해 생명의 길을 일러주고 계십니다.

우리는 지금 예배의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무슨 마음으로 앉아계십니까? 어떤 간절함으로 앉아계십니까? 하나님 앞에 무엇을 부르짖고 계십니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주님의 율법 앞에 내 삶을 펼쳐놓고, 나를 고발하는 그 음성 앞에 나의 삶을 내려놓고, 영과 진리로 산 제물로 아름답게 살아가겠다고 매 순간을 결심하고 결단하는 저와 여러분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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