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산속이지만 희망 없는 젊은이들은 마약으로... 

2월 5일 빠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전통시장으로 아침을 먹으로 갔다. 현지인들이 두터운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이들에게는 날씨가 무척 추운 모양이다. 어제 마사지를 해준 분을 식당에서 만났는데, 밍크코트를 입고 계신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그 분도 기억을 하는 모양. 식당 주인이 나보다 연세가 더 들어 늙수그레하게 보여서 인사를 하고 나이를 물으니 60세라고 한다. 여하간 그 나이에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좋아서 사진을 함께 찍었다. 손자를 자상하게 바라보는 모습도 참 좋았다.   

손자를 안고 아침장사를 하는 식당 할아버지 ⓒ최정의팔

태국 시장에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넉넉하다. ⓒ최정의팔

아침을 먹고 시장을 둘러보니 과일이 즐비하다. 이곳은 아직 과일철이 아닌데도 이렇게 많은 과일이 나온 것을 보니 부럽다. 나는 매일 아침을 과일로 때우면서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간식거리를 사다가 우연히 길가에서 종묘상을 발견했다. 정현석 님이 열대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씨앗을 구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씨앗봉투를 보니 이곳에서 부르는 이름과 다른 나라에서 부르는 명칭이 서로 다른 것을 알겠다. 이제부터 열대작물을 재배하려면 무엇보다도 사진과 이름을 동시에 아는 것이 필수적인 것 같다. 의사소통을 사진을 보면서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여하간 여러 가지 씨앗을 구입했다. 나도 경기도 이천에 열대작물을 재배할 생각이라 씨앗을 사려고 했더니 정현석 님이 본인이 산 것으로 충분하니 나누어주겠다고 하신다.

9시 경에 치앙라이로 가기 위해 봉고차에 탔다. 빠이에서 치앙라이로 직접 가는 길은 없고 다시 치앙마이를 거쳐 가야 했다. 치앙마이로 내려오는 길에 타-빠이 브릿지를 잠시 구경했다. 제 2 차 대전 시에 일본이 미얀마로 진격하기 위해 치앙마이와 메홍손을 연결하도록 주민들과 포로를 동원해 길을 만들었다. 치앙마이와 매홍쏜에서 각각 도로를 건설해오던 양측은 이곳 타-빠이 강에서 만났다. 일본군은 1941년 타-빠이 강에 코끼리를 동원해 원목을 비어다 이곳에 나무다리를 건설했다. 타-빠이 마을 타-빠이 강에 놓인 다리는 일본군이 패퇴하면서 불태워졌다. 그 후 마을 주민들이 나무로 복구했으나 1973년 대홍수로 모두 떠내려가고 1975년 태국정부에서 새로 강철로 다리를 건설하고 “Memorial Bridge"로 명명했다. 현재 옆에 새로 다리가 놓여 이 다리는 사용하지 않고 관광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 전쟁의 참혹성을 고발하는 다리를 촬영하면서 우리에게는 이런 곳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경제성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다리를 부셔버리는데…. 잠시 다리를 거닐며 강가를 촬영하고 가게에서 단체로 기념티셔츠를 구입했다.

일제에 의해 놓여졌던 다리를 전쟁기념다리로 명명하고 그 옆에 설명서가 있다 ⓒ최정의팔

전쟁기념다리 근처에서 1km 떨어진 곳에 타 빠이 온천이 있다. 유황온천으로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생략하니 아쉽다. 입장료가 200바트라고 하니 짧은 시간 동안 족욕만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충분히 쉴 수 있을 때 족욕도 하고 노천욕도 해야지. 12시 30분경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그레이스홈 트립티 까페 야외마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파파야 나무 밑 야외탁자에 앉아 시장에서 사 온 다양한 먹거리를 먹는 기분도 나름 재미있다. 찰밥, 과일, 구운 생선, 송땀 등을 준비해 와서 손으로 식사를 시도해보았다. 태국 시장에는 집에서 밥을 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음식을 구할 수 있다. 날씨가 더운 곳이라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와서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한다. 밥과 반찬이 손에 닿는 기분도 남다르다. 치앙마이 트립티 까페에서 내려온 커피를 마시면서….

시장에서 구입하여 트립티까페 앞에서 손으로 먹는 태국음식이 별미다. ⓒ최정의팔

식사 후 다시 치앙라이로 향했다. 3시 40분경 치앙라이에 못 미쳐 백색사원을 거쳐 큰 도로를 벗어났다. 산지를 올라가기 직전에 구면인 선교사님으로부터 산지까지 안내해줄 현직 목사님을 소개받고 차를 갈아탔다. 이곳은 경사가 급한 곳이라 봉고로는 올라갈 수 없고 사륜 구동차 픽업을 이용해야 했다. 앞좌석에 앉으라는 것을 일행과 함께 뒤의 짐칸에 올라탔다. 짐들이 많아서 편하게 앉을 수도 없었지만, 급경사에 차가 이리저리 쏠리다보니 오히려 많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마을에 도착하니 중심지에 교회당이 보인다. 교회당 건물 주춧돌 자리에 안내판 “팔라교회 후원 : 경북장로회 24.06.2008”이라고 적힌 것이 보인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픽업을 타고 신나게 웃었 있지만 ⓒ최정의팔

함께 탄 목사님 딸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최정의팔

이 지역은 주로 아카족이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목회하는 분은 라후족이라고 한다. 젊었을 때 신앙을 갖게 되어 목회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녹녹한 여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목사님이 라후족 언어로 이야기하면 딸이 태국말로 통역을 해준다. 그 딸은 아카족인데, 어렸을 때 목사님 가정에 입양되어 지금은 대학과정에 입학해서 간호사가 되고자 한다. 라후족은 타이에 1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6대 산악 민족 중의 하나이다. 라후 족은 티베트 고원에서 살다가 중국남부로 이주했다가 1백여년 전에 태국으로 이주했다는 설도 있고 고구려가 멸망한 후 끌려간 고구려 후예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목사님께서 간식으로 내놓은 것이 우리의 떡과 비슷하다.
 

평화로운 산속 마을이지만, 젊은이들이 마약을 하면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정의팔

목사님은 아카족을 위해 목회를 하는데 20여 년 동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아카족은 북부 타이지역에 거주하는 고산족 중 하나로 타이의 고산족 중에 가장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는다.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주로 사는 아카족은 원추형의 머리장식을 다양한 색의 구슬과 은으로 장식한다. 이들은 정령숭배 신앙을 갖고 있으며, 모든 아카족 마을의 양쪽 끝에는 외부의 영혼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문이 서 있다. 이러한 아카족을 대상으로 라후족 목사님이 선교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지금도 목사님은 생활이 어려워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는데, 겨우 수확이 일 년에 200kg이라고 하니…. 그렇게 단련을 해서 그런지 목사님 얼굴에 자비가 넘쳐흐른다.

손녀와 함께 자애롭게 웃고 있는 팔라교회 목사님 ⓒ최정의팔

저녁식사는 목사님 자택에서 부엌이 딸린 방에서 했다. 부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큰 방에 화덕을 놓고 음식을 장만하는 곳이다. 목사님 큰 아들이 음식 심부름을 하는데, 목사님은 이 아들로 인해 걱정이 많으시다. 대부분 산속의 젊은이들은 할 일이 없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어서 손쉽게 마약을 한다고 한다. 목사님 아들도 마약을 하다가 최근에 겨우 마음을 잡고 마약을 끊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약을 끊는 것은 쉽지 않아서 목사님께서 늘 하는 기도제목이라고 한다. 입양해서 기른 자녀는 대학생활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생기 넘치게 살고 있는데, 자신의 친 혈육은 마약을 하며 뒹굴고 있으니 얼마나 심적인 고통이 많을까….
 

방에 부엌과 화독이 있고 목사님 아들이 저녁을 차려주었다 ⓒ최정의팔

산속에서 해가 진후 하늘을 붉은 빛으로 요술을 부린다. 사진기로 촬영하니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태양광으로 발전하던 전기는 8시가 못되어 끊어졌다. 산속이라 온 마을이 캄캄하다. 촛불을 밝히고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한 밤중에 볼 일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밝다. 마치 우리에게 별들이 쏟아지는 기분이다. 카메라로 촬영하고 싶었으나 카메라 받침대를 갖고 오지 않아 장기간 노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교회당에서 잠을 자게 되어 해발 1,400미터 고지의 추위가 심했으나 쏟아지는 별빛은 산속의 적막함과 더불어 불편함을 충분히 보상해주었다.
 

황혼의 마술에 걸려 사진이 특별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최정의팔

최정의팔(사회적 기업 트립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