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인권연대,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 사랑방, 원불교인권위 등 전국 35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연석회의)는 2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울뿐인 경찰의 ‘인권진단’ 사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경찰은 인권을 말하기 전에 지금 자행하는 불법폭력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사업 요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 이철우

연석회의는 <경찰은 ‘인권’을 말하지 말라!>는 제목의 회견문에서 ▲평택 대추리 일대 경찰병력철수·인권침해중단 ▲민중 생존권 요구에 대한 경찰폭력 중단 ▲경찰의 과거 반인권 행위 전면조사 ▲자의적 법해석·집행 등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 ▲폭력경찰 직위해제·폭력방지 대책 수립 ▲경찰 감시·견제를 위한 독립기구 설립 등을 요구했다.

연석회의는 “이택순 신임 경찰청장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경찰의 불법과 폭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창원·군산·평택·서울에서 노동자·농민 집회에 경찰은 폭력으로 대응하고, 근거 없는 불심검문과 통행제한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송두리째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석회의는 또 “집회시위 현장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무죄추정주의 원칙을 벗어나 강압과 폭력, 유치장에서 인권침해가 여전하다”며 “경찰은 ‘수사권 조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권’이라는 수사를 활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인권을 말한 자격 있나?

▲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경찰의 인권 상실을 빗대 장례식을 진행했다.            ⓒ 이철우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주장하는 노동자에게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평생농사 짓고 살던 땅에서 계속 살겠다는 농민에게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이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냐?”고 말했다.

박진 활동가는 “경찰은 공권력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할 때 시민사회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안재경 경찰청 인권보호 센터장을 만나 경찰의 ‘인권진단’ 사업에 대한 거부의견서를 전달하고 “경찰이 진정으로 인권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참여하지 않겠다”며 “처음부터 재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일주일 전 인권단체들에 팩스로 공문을 보내 ‘NGO와 함께하는 경찰 ’인권진단‘사업’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국민의 입장에서 경찰의 직무활동 전반을 진단하고 문제점 개선을 목적으로 ‘인권진단’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경찰에 인권침해를 느꼈던 제도·규정·관련 절차 등에 대한 의견을 접수(1차 5월17~30일, 2차 6월12~30일)받고 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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