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신정 정치 및 하나님 아래서 직접성의 대용으로 나타났다. 정치가 종교를 대신한다.”(1)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의 세 번째 변질 형태는 국가이다.

국가,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의 변질

하나님의 무정부주의는 국가의 등장과 함께 잘못된 세상성에 빠졌다. 신정 정치의 세상성으로의 길은 종교로부터 정치로, 하나님의 통치로부터 국가의 통치로, 자유로부터 노예 상태로의 길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의 정치적 변질 형태는 라가츠의 성서 해석에 의하면 먼저 다윗의 업적에서 발생했으며, 그 후 솔로몬 때에 전제 정치를 통해서 절정에 이른다.

라가츠의 국가 이해는 매우 성서적이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또는 사회적) 경제적 전망을 간과하지 않는다. 국가는 우선 “필요악”,(3) 폭력과 이기심의 형태 속에서 강제 수단,(4) “노예화, 착취와 전쟁의 힘”(5) 이다. 국가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월권”(6)과 “하나님으로부터 타락의 열매”(7)이다.

국가, 민족과 인종은 하나님으로부터 타락 이후에 생긴 공허 속에서 타락의 변증법에 따라서 신격화되었다.(8) 국가는 신학과 성직 계급처럼 하나님과 인간의 자리를 차지한다. 국가는 하나님 아래서 자유 속에서 번영하는 하나님의 법과 민중의 법을 파괴한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직접성의 상실, 살아 있는 하나님 아래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라가츠는 신격화된 국가의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국가의 폐지, 성서의 목소리

라가츠의 국가 폐지에 대한 요구는 무정부주의적 영향의 결과로만 이해될 수 없다. 그것은 또한 예언자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전통 속에 있다. 후기 예언자들의 모든 사회적 증언은, 라가츠의 성서 해석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하나님 아래서 직접적으로 법과 사랑에 의해서 자유롭게 결합되어 있는 민족 공동체 또는 민족의 가족이라는 데에 기초한다.

▲ 기독교 정당과 국가가 과연 성서적인가 생각해 보어야 한다. ⓒGetty Image

그러므로 그들의 정치적 활동은 정치와 국가의 폐지를 목표로 한다.

그것이 예언자의 표지이다. 예수의 활동도, 이미 서술한 것처럼, 정치의 폐지를 목표로 한다. 예수는 이스라엘과 예언자들의 전통에 따라서 국가를 하나님으로부터 타락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예수는 국가의 폐지를 요구한다.

예수는 마태복음 20장 20-28절 말씀에서 분명히 공동체를 위하여 국가의 폐지를 변호한다. 봉사가 지배를 대신하고, 또한 그 자신의 희생이 폭력을 대신하는 것을 찬성한다. 이것이 예수의 역사 철학, 더 좋게 말하면, 동물의 나라가 인자의 나라를 통해서, 다르게 말하면, 세상 나라가 인간의 나라를 통해서, 폭력의 나라가 법의 나라를 통해서 대체되어지는(단 7장) 예수의 역사관이다.(10)

예수는 인간의 나라가 동물의 나라를, 하나님의 나라가 세상 나라를,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가 국가를 대신하기를 원했다. 따라서 예수는 모든 사회적 질서가 아니라 국가를 폐지한다.

라가츠는 이러한 정치와 국가에 대한 예수의 입장을 “예수의 무정부주의”라고 부른다.(11)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와 종교의 종말, 국가와 정치의 종말(12)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 대신에 어떤 백성이 되기를 원하는 민족의 폐지를(13) 보증한다.

신정정치 추구의 변질 위험

라가츠는 그레고리 7세의 의미에서, 쯔빙글리 식, 칼빈 식 그리고 크롬웰 식의 교회의 형태 또는 더욱 평신도적 신정 정치의 형태 속에서, 기독교적 정신을 통해서 자유롭게 각인된 정치적·사회적 질서의 형태 속에서 나타나는 기독교적 국가 또는 정치적 신정 정치를 거절한다. 라가츠는 그리스도를 정치적 세계의 주로 만들려는 시도를 인정한다. 이러한 시도들에는 하나님의 유일한 주권에 대한 경외와 그에게만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의지가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라가츠는 이러한 시도들의 배후에 감추어져 있는 위험을 지적한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세상의 정치적 수단 즉 권력과 폭력을 통해서 형성하려는 정치적 유혹이다. 다른 위험이 그로부터 발생한다.

“인간의 생각을 하나님의 생각과 혼동하고, 인간을 그렇게 밀어붙이는 위험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경우에 따라서 정치 정당과 동일화되어진다. …”(14) 기독교적 국가 또는 기독교적 정치는 라가츠에 의하면 기독교적 군대와 기독교적 강제 노동소처럼 그 자체 안에 모순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는 오직 그 자신의 수단을 통해서, 권력이 아니라 영을 통해서, 강요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 율법이 아니라 자유를 통해서, 명령이 아니라 희생을 통해서 건설되기 때문이다.”(15)

라가츠의 신격화된 국가의 폐지에 대한 생각은 살아 있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직접성 즉 하나님의 무정부주의에서 유래하며, 또한 라가츠의 살아 있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직접적 체험에 근거해서 형성되었다.

이러한 라가츠의 생각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대한 영광론적 고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의 생각은 하나님의 미래적 승리에 대한 신앙 및 하나님의 승리의 힘에 대한 신앙과 하나님 나라의 능력에 대한 신앙을 포함한다. 라가츠는 교회와 종교처럼 국가와 법률도 하나님의 통치가 세상에서 성취되어지는 곳에서 폐지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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