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오세제 박사의 정치칼럼이 '오세제의 정치평론'이라는 제목으로 월 1회 연재됩니다. 이번 칼럼은 지난 20대 총선에 대한 총 평가로, 분량을 고려해 지난주에 이어 2회에 거쳐 연재합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4. 선거평가

(6)여론조사의 예정된 실패

선거 초반 이번 선거가 영호남에서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국민의당이 출현함으로 전략(교차)투표가 예견된다는 사실 등 이번 선거의 이변이 모두 여론조사를 통하여 예고되었다. 여론조사의 기여다. 그러나 총선을 일주 앞두고 언론들은 새누리당이 157석에서 175석을 얻고, 더민주당은 83-100석, 국민의당은 25-32석, 정의당은 4-5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판세에 대해서 사실과 크게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바뀐 선거법에 따라 현재 모든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선관위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3월 1일부터 4월 14일까지 등록된 여론조사는 모두 934건이다. 작년 12월부터 4월 6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총 1570건이다.

하루 평균 12건 정도 여론조사가 나온 셈이다(조선일보 2016.4.8. 홍영림). 그러나 같은 날 한 같은 지역 결과도 상당히 다른 경우가 있고, 최종적으로 나타난 결과와 현격하게 다른 조사결과가 많다. 그런 결과를 나타낸 조사의 경우 회사별 분포도 특정 회사가 좀 많지만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일주일 간 공표 금지 기간이 있어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정상적인 조사였다면 급격한 변동은 있기 어렵다. 여기서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

먼저 샘플을 너무 적게 조사한다. 조사비는 샘플당 단가로 계산함으로 이것은 비용문제다. 500샘플 이하로 조사해서는 표본오차도 클 뿐 아니라 20대가 모자라 가중치를 주는 경우 확보한 샘플이 적으면 결과가 왜곡될 위험성이 크다. 응답률도 너무 적으면 응답을 선호하는 계층의 응답이 과대대표되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긴다.

국회의원 지역구 조사인 경우 1000개의 샘플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선거 시기에는 난무하는 조사 때문에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증대하니 응답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대도 비용과 신속성 때문에 응답률이 3% 이하인 ARS조사를 후보들이 선호하니 엉터리조사가 생기게 된다.

이 고유한 문제 외에 현재 논란의 초점은 전화번호 DB문제다. 전체 가구 중 유선전화 보유 가구수가 절반 밖에 안되고, 유선전화로만 조사할 경우 휴대폰만 사용하는 젊은이들의 여론이 과소대표된다는 것은 지난 2012년 총대선 때도 누누히 지적된 바 있다. 그래서 대표성 문제가 없는 정확한 조사가 되려면 적어도 휴대폰 조사를 반 정도는 해야한다는 것이 학계와 조사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언론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거의 모든 조사를 유선전화로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언론사가 조사회사에 유선전화조사 비용만 줬다.당연히 중장년층과 주부의 여론이 과대대표되는 결과를 만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를 넘었고, 이동통신회사는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선관위를 통해 팔고 있으나 오직 정당에게만 공급했다. 또 소요시간이 5일 정도 걸린다. 안심번호 가격도 조사비에 상당한 정도로 비싸다. 그래서 정당들은 당내에서 시비의 소지가 있는 경선 때는 거주지역과 성, 연령까지 표시된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구입해서 정확한 여론조사를 했다.

그러나 비싸고 시간이 걸렸고, 새누리당의 경우 경북같이 결과가 뻔한 지역은 그럴 필요를 못느껴 번호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한편 여론조사 회사는 그 번호를 돈주고라도 구할 수가 없었고, 경선 때 당에서 받았어도 일회용이라 다른 조사에 추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자체적인 휴대폰 번호 DB가 있는 경우도 그 수가 아주 많지 않으면 253개 지역별로는 활용할 수 없다. 결국 여론의 왜곡을 방치 내지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선전화 조사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여론조사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안심번호만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가구전화와 어느 정도의 비율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좀더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나아가 선거 직전 일주일 간 깜깜이로 방치하게 만드는 조사 공표 제한도 외국처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언론 여론조사에서는 ARS를 사용한 조사 결과는 공표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론의 발전을 적극 수용하고 제도의 개선을 한다면 여론조사가 틀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 근거의 하나로 이번 선거에 정확한 예측을 혼자 했다고 주장하는 회사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선일보 조사전문 기자인 홍영림기자가 2016년 4월 8일 조선일보 1면에 쓴 기사에 따르면 엠브레인이 자체 모집한 패널의 휴대전화 번호를 지역별로 20~30%가량 섞어서 쓴 결과와 다른 조사회사의 결과를 수도권 관심지역 5곳에서 대조해 보도하고 있다. 결과는 휴대전화를 혼용한 엠브레인 결과가 정확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홍기자는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양쪽 견해를 다 들어서 균형 있게 보도했지만, 학계와 업계에서 이것은 이미 평가가 끝난 지 오래된 얘기였다. 

옥쇄파동 당시 김무성 의원. (사진출처: 뉴시스)

(7)새누리당 대세론 전략의 실패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 유선전화 여론조사를 용감하게 실행한 것은 두가지 추정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 비용과 무관심 때문이다. 유선전화 DB로 하지않고 RDD로 자동생성할 경우 없는 번호가 많고 시간 소요가 더 많다. 결과적으로 비용이 증가하는데다 광역이 아닌 경우 253개 해당지역 유권자와 일치 확률이 낮아 사용하기 어렵다. 몇 개의 조사회사는 자체 패널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 수가 수십만 이상이 안되면 지역별로는 소용이 없다. 그 대안으로 이동통신회사에서 안심번호를 만들었으나 정당에만 팔았다.

결국 언론사와 대부분의 여론조사 회사들은 결과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나올 줄 알면서 유선전화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특정 방향으로 대세를 몰고가려는 정부 여당의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박근혜 캠프는 2007년 이명박 캠프가 주요한 여론조사 회사들을 장악해 대세론을 만들었고, 한나라당 경선 여론조사 결과가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그 주역의 이름까지 밝히며 의혹설을 제기했었다. 이번에는 역으로 그 교훈을 활용해 총선에 대세론으로 승리하고 트라우마를 떨쳐버리려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전략의 측면에서 보면 신랄한 정책논쟁은 야당에겐 젊은층의 정치적 관심과 투표율도 높이고 정부여당의 실정과 독선을 공격하기도 좋지만, 여당에겐 유리할 것이 없다. 그 결과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야당은 혼자라도 나서서 신랄한 비판으로 정부여당의 반응을 끌어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야 모두 공천 파동에 휩싸여 정신이 없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공군이 공중폭격을 해 적의 예봉을 꺽어줘야 육군이 전진해 주요 공략목표를 점령할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당대표급의 지역 방문유세 외에는 정책 공방이 사라진 선거였다. 그런데도 야당이 이겼다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야당이 자력으로 이겼다고 평가할 수 없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야당 승리는 국민이 한 정부여당 심판의 반사이익인 것이다.

정책과 전략이 없는 선거는 지역 출마 후보자의 인지도와 조직력에 의존하는 지역별 난타전이 된다. 여당의 전략을 정리하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선거법을 교묘히 피해 관심지역을 방문해 지지를 동원하고, 정책 논쟁은 최대한 피했다.

안철수의 탈당을 계기로 한 야당의 분열을 부추키고 소금을 뿌렸다. 언론사의 가구전화 여론조사를 방치, 유도하여 대세론으로 끌고가려고 했다. 종편과 지상파 방송, 그리고 보수신문의 압도적 언론 우위 상황을 잘 활용하면서 새누리당 대승을 기정사실화하려고 했다. 이것은 대통령이 과거처럼 피해자 혹은 약자의 입장에서 동정심에 호소하기 어려운 정황의 반영이다.

그러나 그런 대단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오만의 극치를 여과 없이 국민에게 보여줬고,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야당 분열구도의 주체인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더민주당 반발표 외에도 예측을 넘어 전국에서 새누리당 반발표들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180석이나 200석은 막아야 한다는 야당의 읍소론이 먹히면서 야권표의 결집이 일어났다. 대세론이 갖는 위험성이 전면화된 것이다. 과거처럼 여당이라고 돈을 마구 풀기 어려운 선거환경이 되어서 조직선거의 위력도 과거보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조직선거는 돈이 안도는 순간 표를 깨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복잡한 변수들을 사전에 새누리당 전략가들이 시뮬레이션해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8)저질 선거운동

언론에서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사로 불린 최경환의원은 “내가 386조원의 예산을 만진 부총리 출신 아니냐? 100만 도시가 될 천안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집권여당 후보를 뽑아줘야 한다.” 선거 닷새 전에 충남지역 지원유세에서 한 말이다. 새누리당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는 “비록 경제부총리는 그만두었지만 그래도 전관예우라고, 제가 친한 공무원이 수두룩하다”며 “여기는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인데 돈 없이 뭐가 되겠나, 제가 전관예우를 발휘해서 확실히 예산을 보내주겠다”고 했다.(경향신문 2016.4.16. 이주영)

자기 사무실에서 일한 인턴의 취업을 공기업에 청탁했다고 검찰 수사까지 받은 인물이 전관예우를 과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기본 컨셉은 ‘발목잡는 야당심판’이었다. 그리고 김무성대표는 주로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도와달라”고 했지만, 대통령부터 최경환후보 등의 노골적인 친박 후보 지원이 국민의 눈에 그대로 보였다.

새누리당이 부른 반다송은 더 한심하다. 총선을 6일 앞두고 운동권 정당을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선거운동의 방향을 사죄로 바꿔서 김무성, 최경환, 원유철, 나경원, 오세훈 등 대표적 인물들이 “정신 차릴게요, 안싸울게요, 일할게요”라는 노래를 불렀다. 인터넷에는 패러디가 난무했다. 그리고는 지역별로 후보자들을 모아서 길바닥에서 유권자를 행해 잘못했다고 큰절을 했다. 심지어 삭발도 했다. 읍소하는 지지 호소 퍼포먼스는 이젠 식상할대로 식상한 방법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유권자의 마음이 돌아서기를 기대했다면 어리석다고 해야할 것 같다.

더구나 초기의 기조였던 ‘운동권 정당 심판’이나 ‘야당 심판’ 같은 아젠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운동이야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처음부터 운동의 컨셉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다. 스스로도 이렇게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경제난국에 일방통행, 거기에 공천대란을 치르고도 구도와 전략의 힘으로 낙승을 예상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미연합도하훈련(사진출처: 연합뉴스)

(9)실패한 북풍

북풍의 역사는 길다. 내가 얘기하는 북풍은 자유선거가 다시 실시된 민주화 이후 발생한 것이다. 가장 최초이자 대표적인 것이 1987년 6월 항쟁과 합의개헌으로 맞게 된 역사적인 제13대 대선 때이다. 선거를 보름 앞두고 KAL 858기 폭파 사건이 일어났고, 선거 하루 전날 폭파의 주범인 북한 공작원 김현희를 버마에서 서울로 압송하며 생중계했다.

이 사건은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이후에도 연거푸 북한과 관련된 사건이 선거에 임박해 터졌다. 1996년 15대 총선 때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무장시위를 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선거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마침내 1997년 제15대 대선 때는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측에서 북한에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벌여 달라는 요청을 하는 소위 ‘총풍사건’이 벌어진다. 관계자들이 재판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실형을 받아, 북풍 공작의 실체가 처음 밝혀진 사건이었다. 북풍은 실패했고, 선거 결과는 여당의 패배였다.  

야당이 집권한 후 처음 치른 2000년 제16대 총선에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선거용이라는 반발 속에 보수층과 영남표 결집을 가져와 선거는 여당의 패배로 끝난다. 이후 2008년 이명박정권 당시 치러진 제18대 총선 열흘 전에 북한은 개성공단 남측 요원의 전원 철수를 요청했다. 남북 긴장국면이 조성되면서 선거는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이때도 2007년 대선 승리로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었고 수도권에 뉴타운 등 여권에 유리한 이슈를 가지고 있어서 북풍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으나 정부 여당의 북풍 몰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승리했다. 북풍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과 함께 무상급식 등 생활의 이슈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면서 영향이 적어진 것이다. 2012년 제19대 총선 때는 이명박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져서 야당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거 사흘 전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선언하면서 여당의 승리에 기여하고 끝난다.

이번 제20대 총선이야말로 북풍을 만들기 위해 정부 여당이 대단히 노력한 경우이다. 북한과의 대결정책을 일관되게 실시해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주도하고 그에 반발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더욱 국제적 규제를 강화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더구나 박대통령의 개성공단 일방적 폐쇄에 이어 선거 한달 전에 한미연합 훈련을 실시해 전쟁 분위기를 만들었다.

심지어 선거 닷새 전에 중국에 있는 북한식당 노동자들의 집단 탈출을 말레이시아를 거쳐 이틀 만에 인천공항까지 비행기로 데려와 이례적으로 전격 공개하고 선거 사흘 전인 일요일 통일부 외교부 고위당국자의 동시다발 백그라운드 브리핑, 총선 이틀 전 지난해 고위급 탈북자에 대한 사실 확인 등은 명백히 선거용 기획이라 볼 수 있다. 여러 정황과 증언은 이번 소동의 기획자로 청와대를 가리킨다(한겨레신문 2016.4.19. 김진철)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1997년 총풍 사건 때처럼 재판에 세우고 엄중히 공무원의 선거 개입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유권자의 수준이 높아져서 유치한 수준의 북풍기획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0)기울어진 언론 지형

2016년 현재 한국 언론의 공정성은 세계 60위라는 창피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의 불공정성은 도를 넘고 있다. 조중동조차도 가끔 사설에서 박근혜대통령 비판 기사를 쓰기는 한다. 그들이 보기에도 박대통령의 행태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가만두면 자기 진영에 피해가 오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편파보도는 여전하다. 보수신문들은 정권의 노골적인 북풍몰이를 연일 대서특필하며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려 했다. 윤상현 막말 사건에 대한 보도는 2004년 대선의 정동영 ‘노인폄훼 발언’이나 2012년 김용민 ‘막말 파동’ 때 선거의 물줄기를 바꾸려 맹렬한 비난을 쏟아붇던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기사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언론의 본령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이 없는 것 같다. 한겨레신문(2016.4.19.)의 정석구 칼럼은 이렇게 반성한다. “‘야권 분열은 필패’를 전제로 한 언론보도는 정반대 방향으로 증폭되기도 했다. 야권분열로 이득을 볼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언론은 야권분열을 부추겼고, 그 반대쪽에 서있던 진보언론은 야권단일화를 촉구하는 보도에 치중했다. 언론이 선거판에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뛰려할 경우 언론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라는 쓰라린 교훈을 남겼다”  

여러 면을 할애해 선거 보도를 할 때도 새누리당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당하고, 야당은 두 당을 의도적으로 옆에 배열해 경쟁 상황을 부풀린다. 더구나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아예 다루지 않는다. 보도지침을 내리는 시대도 아닌데 지면 배열이나 양이 비슷하다. 이 보수 편향은 한국 언론의 고질병이라 정치 지형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바꿀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여론조사가 크게 틀린 문제에 관한 한 언론도 책임이 크다. 이 오류 문제는 비용의 문제와 인과관계가 있다. 내가 아는 한 내일신문을 제외하고 정상적인 조사비용을 지불하는 언론사는 한국에 없다. 가구 유선전화 실비에 가까운 비용을 지급하는데 어떻게 비용이 더 드는 휴대폰 병행 조사를 할 수 있겠는가?

현재 한국에서 가구 유선전화로는 정확한 조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정도는 언론사의 조사 담당 기자는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선거 여론조사를 유선전화로 했다는 것은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이미 야권분열의 선거구도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대세론으로 더 확실하게 결정지어 버리려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엉터리 선거보도를 틀린 여론조사 탓만 할 수는 없다. 선거의 흐름을 바꾸는 몇 번의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히 FGI나 FGD 같은 방식으로 세대별로 몇 그룹 정도 바닥민심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했다면 계량적 데이터와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단일화 거부(광주,서울), 김종인 국보위 논란과 셀프공천(서울,광주), 대통령 대구,부산방문(서울,대구,부산), 유승민 탈당(대구,서울), 김무성 옥새파동(부산,서울), 문재인 광주발언(광주) 등이 그럴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언론은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기제를 활용하지 않고 기자는 어떻게 민심을 파악하고 기사를 쓴단 말인가?

(11)보수 3당 체제의 의미와 전망

4.13총선의 의미는 20년 만에 3당 체제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3당체제는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1988년 여소야대의 4당 체제가 1990년 3당 합당으로 소멸한 이후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정주영회장이 만든 통일국민당은 31석(지역구 24석, 전국구 7석)을 획득했으나, 같은 해 12월 대통령후보로 정회장이 출마했다 실패하자 정권의 탄압을 받으며 스스로 정당을 해산했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는 김종필총재가 민자당에서 내각제 추진이 불가능해지자 탈당해 자민련을 만들었고 총선에서 50석을 획득했다.

이후 김대중 총재와 손잡고 1997년 12월 제15대 대선에서 집권한 후 공동정부를 만들었으나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17석(지역구 12석, 전국구 5석)을 얻었고,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4석을 얻어 결국 소멸하고 만다. 즉 보수양당제인 대한민국에서 현재 나타난 보수 3당 체제는 1996년 이후 20년 만의 일이라는 것이다. 정의당이 원내정당이지만 교섭단체에 못 미치면서 이뤄진 현실이다.

현재의 의석분포를 보면 어느당도 단독은 물론이고 캐스팅보트로 간주되는 국민의 당의 도움을 받아도 180석이 안된다. 새누리당 122석, 친여무소속 7석, 국민의 당 38석을 합쳐도 167석이고, 더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친야무소속 4석을 합쳐도 171석이다. 따라서 어느쪽도 쟁점법안을 신속 처리할 수 없다.

이런 정치적 환경은 어느 당도 대화와 타협 없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조중동을 비롯해 일방적으로 정부여당을 편들던 보수신문들조차 협상과 타협을 강조하고 박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을 준열하게 꾸짖는 사설을 쓰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국민이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다. 박대통령은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소위 4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싶을 것이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그간 박대통령이 추진한 일방적 행위를 바로잡고 싶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주관적인 정치적 욕망을 자제하면서 타협의 지혜를 발휘할 때인 것이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가진 국민의 당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만약 국민의 당이 더민주당과 손잡고 퇴행적인 세월호법과 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테러방지법, 고용노동부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지침을 원점으로 돌리는 대신 다당제적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고, 새누리당에게 선진화법과 은행법 개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일부 손질(보건 의료 제외)을 통한 통과에 동의하고 누리과정 예산배정과 선거법 개정을 요구한다면 어떨까? 더민주당에겐 총선 승리자로서 국민의 여망을 받들 정치적 명분을 주고 새누리당에겐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정현안 해결이라는 실리를 준다는 일차 빅딜이다.

자신의 주도로 쟁점이 된 현안을 해결하고 정치발전에 획을 그을 선거법 개정을 합의 통과시킨다면, 이것은 안철수의 정치력을 보여주는 업적으로 정치사에 남을 것이다. 그가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에 비례대표 100명으로 증가를 요구한다면 새누리당은 과연 반대할 것인가? 이런 정치적 타협의 전통을 만들 수 있다면 각 당은 본격적인 정책경쟁에 나서게 되고, 내년 대선을 의식한 9월 정기국회에서는 세제와 재정을 포함하여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한 획기적 진전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다음 정권에나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볼 때 김종인대표가 걱정스럽다. 그는 4월 1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선거 때 일은 다 잊고 국민의 당과 같이 할 일이 있을 것”이라 하더니, 4월 16일 세월호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15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의 당은 반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고 대통령제 아래서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협력하며 만들어 가야할 기회의 2016-2017년 정국을 흔드는 실망스러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점은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는 근본적으로 서민과 노동자, 진보적 시민들과 함께 하길 꺼려하는 이들의 사회정치적 의식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두 보수야당의 우클릭은 진보정당의 영역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진보정당은 간파해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12)진보정당의 딜레마

정의당은 제20대 총선에서 7.23%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였다면 300석 가운데 21석을 얻었을 것이다. 잘못된 제도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를 바꿀 힘이 없으면 교섭단체를 넘는 지지를 받고도 그 지지에 상응하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선거의 양상도 국민의 당 출현으로 3당의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진보정치 세력으로서는 아까운 기회를 놓친 셈이지만 방법이 없다.

정의당은 고양갑의 심상정 후보와 창원 성산의 노회찬 후보를 진보정당 첫 삼선 의원으로 탄생시켰다. 정의당 대표인 심후보는 더민주당과의 단일화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인 힘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된 것이다. 문재인 대표 당시 대선까지 이어지는 연대를 논의하다가 김종인 대표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된 뒤 진보정당의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이로서 정의당은 두 대중적 정치인을 확보함으로서 진보세력의 국회 첫 상임위원장 감을 확보한 셈이다.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면 현재 한국 진보정치의 메카는 단연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 창원 지역이다. 여기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창원 성산)와 무소속 김종훈 후보(울산 동구), 무소속 윤종오 후보(울산 북구)가 당선됐다. 창원 성산은 노동자 밀집지역으로 17,18대 때 민노당 권영길 전의원이 당선된 바 있고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 북구에서도 18대 때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이 재선거로 당선된 바 있으나, 동구는 현대중공업이 위치하고 있고 정몽준 전 의원의 아성으로서 총선에서 진보적인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19대 때 후보 난립 속에 전멸했던 진보적인 후보를 당선시킨 것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관련이 있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대량해고에 대한 우려가 최소한의 보호장치로서 이들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문제의식에서 경남 거제는 다른 경우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하고 있어서 수년째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추가 수주도 여의치 않아서 하반기에는 대량실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더민주당 변광용 후보가 43.47%의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후보와 근소한 접전을 펼치다 730표차로 패했다.

문재인 대표 당시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던 더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김종인 대표가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협상대표의 지역구에 보류했던 더민주당 후보를 발표함으로서 일방적으로 중단됐다. 정치적 이해득실 이전에 예의가 없는 행위였다. 김종인 대표의 이념적 편향이 가져온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지역 차원에서 단일화를 성사시켜 경선을 치르고 후보를 결정한다. 정의당이 두 곳에서 승리해 후보를 냈으나 본선에서 새누리당에게 패배한다.

노후보는 19대 총선에 당선된 서울 노원병을 떠나 창원 성산으로 내려와,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주관으로 통진당 출신 무소속 손석형 후보와 더민주당 박준 후보와 차례로 단일화 경선을 치르고 힘겹게 승리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난립해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로 당선된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훈, 윤종오후보도 무소속이지만 민노총 울산본부가 선정한 노동후보이고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했으며 각각 민노당 소속으로 울산시의원을 거쳐 북구청장과 동구청장을 역임했고 지역에서는 이미 인지도도 상당한 편이었다. 단일화 중재를 위해 문재인 대표의 울산 방문 후 더민주당 후보가 자진사퇴해 야권단일후보임을 적극 내세웠다. 당은 없지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해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했다.

윤종오 후보는 북구청장 재직 시 미국계 대형매장인 코스트코 입점 저지를 위해 건축허가 반려조치를 하는 등 서민 위주의 정책을 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조승수 후보와의 경선에 이겨 본선에 나왔다. 김종훈 후보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지지하기로 결의하였고,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면서 노동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김후보는 “재벌정치를 바꾸고, 새로운 노동자 정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 녹색당과 노동당, 민중연합당, 복지국가당 등이 후보를 내고 전력을 다했으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녹색당은 광화문에 천막 사무실을 만들고 이천만원 이하의 적은 돈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모두 3% 정당득표를 하지 못했다. 아직도 생각의 차이라는 이유로 따로 당을 하려는 좌파가 너무 많다. 아무 준비도 없이 당의 명령으로 출마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소모도 없다. 그리고 정의당까지 포함해 진보정치의 시작은 총선이 아니라 지방선거임을 유념해야 한다. 패기 있는 젊은 당원들을 지역에서 충분히 준비시켜 대거 기초의회에 도전하는데서 대한민국의 진보정치가 시작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13)박대통령의 대응

청와대는 선거 다음날인 14일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두 줄짜리 논평을 발표했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박대통령은 전혀 반응이 없다가 18일 선거가 끝난지 닷새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도 아니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 생각하는 계기가 됬다.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민생에 두고 사명감으로 경제발전과 경제혁신을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총 50초가 소요됐다. 그동안 즐겨 사용했던 유체이탈화법의 연장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참패의 원인은 대통령 자신이다. 배신자는 빼고 충성파들로 새누리당을 구성하려고 무리하게 공천에 개입한 것이 이렇게 엄청난 국민의 반발과 정치적 반전을 가져왔다는 이 엄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국민의 뜻을 거스른 잘못을 반성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국민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죄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잘못은 배신자와 새누리당 김무성대표에게 있다는 기존 인식의 연장이고, 변화된 상황에 맞게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밀고나갈 것임을 밝힌 것이다. 여전히 국회는 행정부의 뜻을 통과시키는 부차적 존재라는 전근대적 관념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퇴임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오만한 정치적 욕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대통령은 이제 야당 우위의 국회는 물론이고 여당 장악도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레임덕은 박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것이다. 갤럽조사는 박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한주전인 4월1주(39.6%)에 비해 8%나 떨어져 취임 이래 최하인 31.5%(4월2주)임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경북은 7.5% 떨어졌으나 48.8%이다. 정당 지지도는 더민주당이 30.4%로 창당 이후 최초로 1위에 올라섰다. 박대통령의 50초 발언 이후 4월 3주 조사는 취임 후 최초로 국정운영지지도가 29%로 떨어진다.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았던 대통령은 없었겠지만 그것이 가능한 경우는 없었다. 대표적으로 일해재단을 준비하면서 수렴청정 할 준비를 했던 전두환은 퇴임 이후 바로 자기 친구 노태우에 의해 백담사로 쫓겨 갔다가 내란수괴로 구속된다. 자신은 모면하리라 기대했던 노태우는 역시 내란죄로 사형이 선고된다.

정치적 경쟁자에게 다음 정권을 넘기고 불평불만으로 세간의 빈축을 받던 김영삼은 어땠는가? 남북화해의 거보를 내딛었던 김대중은 노무현에 의해 대북송금 특검을 당하고 그가 만든 민주당은 사라진다. 이명박 정권의 검찰에 의해 자살로 내몰린 노무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의 친이계는 박근혜에게 공천학살을 당했고 임기 중 부정은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눈앞의 역사를 보면서도 어리석게 퇴임 이후의 정치적 영향력을 생각한단 말인가? 오만함의 극치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어쨌든 그가 취할 것이라 예상되는 몇 가지 수순이 있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 것이 선거법 위반자의 증가(입건 1451명(19대 1096명), 구속 31명, 수사 대상 당선자 98명)와 그들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압수수색이다. 당선무효 처리된 경우가 19대 10명, 18대 15명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당선무효가 최소 10-20명 선은 예상된다. 마치 공권력을 통해 총선 결과를 뒤집어보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법원이 밝힌 것처럼 선거법 사범의 경우 1,2심은 2달 이내에 처리하는 신속한 재판을 진행한다고 하여도 대법원 판결까지 가려면 결국 내년까지 갈 것이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도 일부 경우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일당이 바뀌는 등의 사태가 예상된다.

통치권 차원의 획기적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개헌이나 국민투표같이 자신의 신임을 걸고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는 최악의 수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이라면 먼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평소 언행으로 보아 대화의 형식만 갖추고 계속 보수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많다. 

5. 결론

이번 제20대 총선은 이 땅의 국민들이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지노선을 확인한 선거라고 본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하여 되찾은 민주공화국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되는 상황을 맞아 국민들이 정부 여당 주도의 흐름을 중단시킨 것이다. 아울러 야당에게도 기회와 함께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번에도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산산이 부서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국민에는 젊은이들도 포함된다. 실제로 그들이 주역이다. 젊은 세대가 자신의 생존과 미래를 통째로 뒤흔드는 이 사회의 횡포 앞에 있는 힘껏 저항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부모세대가 답할 차례다.

더민주당이 호남의 완전한 이탈에도 불구하고 진보적인 젊은 세대의 참여를 통해 수도권에서 압승하고 영남 교두보를 확보해 1당이 된 것은 항후 지역주의와 진보의 미래에 관해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더구나 호남정치세력이 중도정치세력과 손잡고 호남 밖의 개혁세력과 대립하는 현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다수유권자연합을 구성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 해결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중도와 친노에 대한 판단은 당면한 과제 해결을 위한 전술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자유주의와 사민주의 세력의 연합을 통한 대선 승리를 위해 해결해야할 핵심적 전략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또한 안철수 대표가 대선에서 다자 경쟁구도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결선투표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선거전략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과제를 진보진영에 던진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제 전면적으로 민생을 위한 정책경쟁의 장에 뛰어들어 수권 능력이 있는 대안정당임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더민주당은 제3당을 통해 보내는 국민의 메시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대량 해고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 한창 나이에 명퇴 위기에 몰린 회사원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월세값에 도시 변두리와 중소도시로 내몰린 중산층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은 더욱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시대착오적 환상과 집착에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명령을 과연 이루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세제(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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