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집 재산이 커져 부자가 되어도 두려워하지 말라(시편 49:17 참조)는 말씀이 있다. 의식주라는 세 가지 삶의 기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과 재산의 소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웃이 자신의 노력으로 또는 부모의 유산으로 또는 열심히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부자가 되면 예외는 있지만 대개의 주위 사람들이 그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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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게이츠(좌)와 워렌 버핏(우) | ||
최근에 유튜브(YOUTUBE)를 통해 미국의 큰 부자인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대학을 방문하여 즐거운 표정으로 학생들과 토론 하는 장면을 보았다. 일반 시민들이나 학생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갖가지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 모두 유머를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면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런 장면을 보는 중에 우리나라 큰 부자인 재벌 총수 중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민들이나 학생들과 토론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질문하게 된다. 겸손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일까?
한 나라에서 소문이 날 정도로 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경제적 권력이 그 사람에게 상당 수준 집중되었다는 의미다. 우리는 예수께서 당하신 유혹을 통해 권력을 세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은 경제적 권력, 정치적 권력, 종교적 내지 영적 권력을 포함한 문화적 권력이 아닐까 한다. 모든 권력은 다른 사람의 몫을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다. 사람들이 그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러한 권력을 어떻게 손에 쥐었던 권력을 남용할까 해서다.
우리의 빈부격차가 OECD 회원국 평균을 넘어선 10:1을 넘어섰지만, 미국의 16+:1보다는 적고, 미국은 소득격차가 심각하지만 여전히 잘 사는 나라이니 OECD 평균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우리의 모범인 미국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의 사정을 살펴보아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도 5년 전부터 이 문제가 경제를 넘어 정치적 공론의 주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소득 최상위층에 속하는 1%에 속하는 약 400여명이 미국 자산의 95%를 차지하고 새로운 상류사회 즉 귀족사회를 만들고 있어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제도와 체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세기는 인류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빼앗겼다. 또한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었다. 21세기 초입에 들어선 오늘도 여전히 전 세계 4억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들 중에는 우리나라에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데 남의 나라 걱정을 할 여유가 어디 있는가 하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을까?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우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어야 이웃을 사랑 할 수 있다는 말씀일 것이다.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이 이웃을 존중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가르침을 오해하여 우선 우리의 소득격차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마음을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집단이기주의가 모든 나라 모든 사람을 지배한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우리가 원하지 않는 국수주의나 극단적인 민족주의라는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선 우리보다 더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남의 나라 물건을 사기보다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운동을 벌일 것이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같은 나라가 제일 먼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최근에 미국에서 있었던 토론 장면이 생각난다. 주제는 <소득불평등은 미국의 꿈인 사회적 시위상승에 해를 끼친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였다. 토론은 누가 이기고 지는가를 판가름 하는 형식으로, 토론 시작 전에 발제자의 입장에 대한 참석자들의 지지율과 반대토론 후에 나타난 지지율의 격차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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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득불평등이 사회적 지위상승을 해친다는 말은 직감에 따른 것이지 증거가 없다.
2. 미국인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 부자들로 소득불평등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청중들이 모두 돈을 내고 참석했고, 가난한 사람은 없어 그런 결과가 나왔다 할 수도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 번째 논리는 반대자 스스로 직감이라 했으니, 양심에서 우러난 자신의 직감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를 속이는 궤변이라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두 번째는 논리나 증거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참석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것이다. 또한 반대토론자 중 나이든 사람이 발제자 측 젊은 학자를 보고 "저자"( that guy)니 하면서 무례한 호칭을 쓰지 않고, 어떻든 미국이 세계 최고라는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거꾸로 나왔을 것이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고 있다는 나라에서 이러한 국수주의적이고 선동적인 주장이 득세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기독교 문화를 자랑하고 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상대를 멸시하는 말을 예사로 한다면, 그 나라에 유학을 가는 우리 청소년들은 무엇을 배워올 것인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반대토론자는 왜 자기의 양심이 외치는 소리인 스스로의 직감을 거부하고 있을까? 실증주의를 신봉하여 너무나 과학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부자가 두려워서일까? 아마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자신의 직감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와 크루르그만(Paul R. Krugman),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한 라이시(Robert B. Reich) 교수, 원로 노벨경제학자인 솔로(Robert M. Solow) 교수와 같은 학자들은 미국의 심각한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10년 이상 제기하고 있고,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 빌 게이츠(Bill Gates) 같은 많은 미국 부자들도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4-5년 사이에 소득불평등이 사회적 공론의 주제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두고 매우 기뻐한다. 이들은 부자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낙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정권 어떤 우리 정부기관이 스티글리츠의 책을 금서목록에 올린 적이 있다. 당시에 부자 대통령이 있어 그랬을까 아니면 모든 부자들이 무서워서 그랬을까? 아마도 둘 다가 이유였을 것이다. 부자들로부터 정치자금 기부를 받는 정치인이나 광고를 받는 대중매체, 기업에서 일하는 임직원들만 아니라 종교단체에서도 은연중에 부자를 두려워하고, 우대하고 있지 않을까? 부자들이 큰돈을 교회에 기부하고, 교회에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해 준다고 하느님께서 따라하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말씀이 성경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 돈을 바친다고 죽을 목숨을 살려주시랴? 목숨 값은 엄청난 것, 그 값을 치르기는 감히 생각도 못할 일”(시편 49:7-8 공동번역) 사실이 그렇지 않다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까지 불안과 불만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다행히 예수께서도 “사람이 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루가 12:15 공동번역) 하시어 시편의 가르침을 확인하셨으니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박상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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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