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중에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의약품이나 음식료는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대중매체가 생산하여 유포하는 뉴스는 유통기한이 얼마나 될까? 대중매체는 우리 마음과 정신에 들어가는 “새 소식”이라는 소비재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이 공급하는 새로운 소식이라는 것도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이야기를 일정한 유통과정을 통해 얻어서 이를 다시 가공하여 전달하는 것이니, 비록 “긴급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더라도 신선도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일 것이다.
경제 뉴스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미국의 CNBC나 불룸버그(Bloomberg) 텔레비전을 보면 아나운서들이나 인터뷰를 하러 나온 증권전문가들과 사회자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도, 그들의 표정이 심각하고 긴장되어 있는데다 말의 속도까지 너무나 빨라 듣는 사람으로서는 지금 현재 무언가 우리가 모르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장면을 매일 보다가는 불안감이 커지고 나중에는 하루라도 뉴스를 보지 않고는 지낼 수 없게 되어 뉴스 중독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신선도가 떨어진 음식을 오래 먹다가 건강을 해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알려진 토머스 머턴(1915~1968)은 1968년 <신앙과 폭력>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신문에 나오는 열 개의 소식들 가운데 아홉은 거짓이거나 날조된 사건들이다. 어떤 날은 열 개 모두 거짓이다. 사람들은 아직 잠이 들깬 아침, 신문의 특별기고란을 훑어보며 거짓 현실에 대해 으레껏 거짓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들은 날마다 ‘현실’ 속으로 빠져든다. 이것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로 향하는 것이며, 자기는 뒤떨어져 있지 않다고 확신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곳에 있으며 여전히 계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뉴스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인용하면서도, 여기서 얼마 전에 나온 소식을 적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90년 1분기 209만 7826원에서 2014년에는 1분기 1001만 9071원으로 5배 늘었다. 반면에 하위 10% 소득은 24만 8027원에서 82만 449원으로 3.3배 증가하는 데 그쳐,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소득 격차는 같은 기간 8.5배에서 12배로 벌어졌다 한다.
OECD에 따르면 우리의 소득격차는 독일(6.7배)이나 프랑스(7.2배), 캐나다(8.9배)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욱 심각하다. 통계작성의 기준에 대한 비판도 있고, 올바른 자료에 대해서도 “통계적 착시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니 이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대응방안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결단이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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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도는 남는 데서 덜어 부족한 것을 보충해 준다. 세상의 도는 그와 같지 않으니 부족한 사람에게 덜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봉양한다. 누가 능히 여유가 있는 것으로 천하를 봉양할 수 있겠는가?”(도덕경:77장)
노자가 살던 나라와 그 시대에 할 수 있었던 말을 2500여년이나 지난 우리 시대에도 인용할 수 있는 것은 시대가 변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도 빈부격차는 더 큰 숙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여유 있는 사람들이 부족한 사람들을 골고루 부양하겠다는 국가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의회민주주의 체제 아래 있는 우리가 노자의 나라보다는 더 유리한 상황에 있다.
상대적으로 고용은 적게 하면서도 우리나라 기업매출총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감면의 효과는 “과도한 사내 유보금”이란 현상을 만들어 내었을 뿐이란 사실에서 과거에 정치적 선택의 대상이 되었던 “법인세 인하”나 “부자감세론”이 내세운 “낙수효과”(trickle-down)란 말이 실증적 근거 없는 집단적 환상 내지 최면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은 노자의 말대로 “부족한 사람의 것을 덜어 여유 있는 사람을 봉양”하는 세속의 법을 선호하고, 소득이 낮은 일반서민들은 하늘의 법을 따라 “남는 데서 덜어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기를 원할 것인데, 이런 상충되는 요구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벨 경제학자인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는 2015년 4월에 <거대한 불평등: The Great Devide> 이란 저서를 내어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극심한 부의 편중 원인과 대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람이 잘못 고안한 제도에 원인이 있으니,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바꾸자는 것이다. 출발점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제도개선이지만, 기득권자들은 결과의 평등을 주장한다고 사실을 왜곡한다. 대중매체가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독자나 시청자의 돈이 아니라 대기업의 광고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리스도교 역사가 서구에 비해 짧지만, 국민의 상당수가 그리스도인임을 자처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을 공경하는 불자들까지 포함시킨다면 민간신앙을 지키는 사람을 제외하고도 국민의 대다수가 종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선 노자가 알려준 소식을 근거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 신앙인들은 하늘의 도를 따르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의 도를 따르고 있는가?” 아마도 대답은 “우리는 하늘의 도를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것이 아닐까.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 것인가 다시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그것은 알 수 없다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앞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뉴스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을 하다보면 과연 매일매일 뉴스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통기한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소식보다 언제나 신선도를 처음과 같이 유지하는 “기쁜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 뉴스는 우리에게 세속의 법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하늘의 법을 추구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중동 어딘가에서 보도된 다음과 같은 뉴스를 알고 있다.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이 모든 말씀을 듣고 예수를 비웃었다.”(루카 16:13-14 공동번역) 스스로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은 사람들은 그분께서 비웃음을 당하셨다는 사실에 대해 나쁜 소식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서 나오는 뉴스는 이 글을 쓰는 사람과 같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하여 더욱 나쁜 뉴스라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옳은 체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마음보를 다 아신다. 사실 사람들에게 떠받들리는 것이 하느님께는 가증스럽게 보이는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루카 16:15)
몇 주 전에 나온 중국 증시폭락과 남북긴장 관계에 대한 뉴스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노자나 예수께 대한 오래된 뉴스, 끊임없이 우리의 결단을 촉구하는 뉴스, 우리가 몰랐다면 더 좋았을 뉴스가 아직도 유통기한이 경과되지 않고 당초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전파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예수님의 말씀은 내 목에 걸린 가시와 같다.”고 한 어떤 학자의 말대로 이 뉴스에 나온 그분의 말씀이 우리 목에 낚시 바늘과 같이 박혀 다시 끄집어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 하나하나를 국민투표에 붙여 지지여부를 묻고 찬성표가 많은 부분만 남긴다면 우리에게 더 기쁜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될까?
박상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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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