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과 야당의 대통령 면담 요구에 20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청와대에서 유족들에게 “특별법은 만들어야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 21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각계 대표 170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에 종교계, 학계, 언론계 등 대표 170인은 유족들에게 했던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1일(목) 오후2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모인 각계 대표들은 “유족과 국민들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외쳐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기만적 상설특검안을 들이대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새정연, 과연 이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민주적 정당인가? 좌절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대참사의 최종적 책임은 자기에게 있고, 유족들을 만나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나설 것을 요구한다.”며 “희생자의 원혼을 달래고, 김영오 씨의 목숨을 구하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은 대통령이 직접 광화문에 나서 대화하고, 제대로 된 특별법을 결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계 대표 170인의 참여를 얻어 발표한 이번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행을 촉구하는 각계 대표 170인 기자회견’에서 개신교계 정태효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은 “유가족이 단식, 도보순례 등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청와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거짓 약속만 남발하는 것을 그만 두고, 이제 청와대가 응답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의평화불교연대 이도흠 교수도 “대통령이 책임지지 않고, 진상규명도 하지 않는다면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선출된 3명의 대표가 경찰들에 의해 막혀 있다. 경찰은 2명만 갈 수 있다고 고집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나성구 신부는 “128일 전,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책임을 떠넘겼다. 이제는 유민이 아빠마저 죽어가는데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며 “사람이 눈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애처롭고 안타깝게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각계 대표들은 청와대에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특별법 처리, 대통령의 약속을 즉각 이행할 것에 대한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에 모인 대표들 중 정태효 목사, 나성구 신부, 이도흠 교수(한양대)가 청와대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종로 경찰서는 청와대를 방문할 수 있는 것은 2명으로 축소할 것을 요구하며, 길을 막아섰다. 각계 대표들은 ‘3명과 2명의 차이가 무엇이냐?’, ‘다 함께 가겠다는 것도 아닌데, 막아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정태효 목사와 고 박성오 군의 이모인 정현숙 수녀가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경찰차에 올라야만 했다.

▲ 항의서한에는 유가족에 대한 마타도어식 공세를 중단할 것과 유가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에 청와대가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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