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 K노회 소속 윤 모 목사가 지난 10여 년간 여성들을 갈취하고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공론화되었다. ⓒ박우섭

한국기독교장로회에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었다. 27일(목) 오후 2시 기장 총회가 위치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 주관으로 ‘그루밍 성폭력 기장 교단 소속 목사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자 기자회견’이 진행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인 윤 목사의 그루밍 성범죄를 고발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또다시 공론화된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을 공동체와 격리시키고 경제적으로 종속시킨 후 성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자신만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연대해서 힘을 모았다. 4명의 피해자들은 성폭력상담소를 찾았고 대응을 시작했다.

가해자인 윤 목사는 피해자들의 항의에 사과를 하고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수락하지 않자 10년 동안 진행한 경제적 종속을 활용해 도리어 자신이 피해자들에 소송을 걸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 이외에도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 보고 공론화를 시작했고, 윤 목사 사건은 지난 1월 17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영되었다.

가해자 윤 목사는 자신이 속한 기장 K노회에 자신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사직을 신청했다. 피해자들은 이 사건을 기장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신고했다. 총회를 통해 이 사안을 알게 된 K노회는 윤 목사의 사직처리를 정지시켰다.

피해자들 피해 양상과 악랄한 가해자의 행태

기자회견은 3명의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모여서 진행했다. 바른미디어 조믿음 목사는 연대 발언에서 “이 사건은 윤 목사가 약 10여 년간 여신도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랄한 범죄이며, 전형적인 종교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모습”이라며 “윤 목사는 자신의 종교적 권위를 악용해 피해자들의 상황과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해 심리적으로 조정하고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을 다윗 왕에 비유하며 일부다처의 사례를 드는 자의적인 종교적 해석을 늘어놓음며 자신의 범죄를 신앙적 행위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종교를 빙자해 권력을 남용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며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기관과 윤 목사의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이 사건을 엄중하게 살피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3명의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직접 피해 사실 증언

이어 3명의 피해자가 각자의 피해 사례와 기장 총회에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패턴으로 피해를 당했다. 관계적으로 단절되고, 경제적으로 종속된 뒤,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A씨는 윤목사가 목사의 권위를 내세우며 자신을 올바르지 않다고 꾸짖었다고 말했다.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게 만들고 오직 교회만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성추행과 성폭력 등 반복적인 성착취를 가했다.

헌금을 많이 내는 것을 믿음의 척도라 주장했고, 피해자들이 낸 헌금은 윤 목사 가족의 계좌로 흘러갔다. 윤 목사는 고급아파트와 명품 오토바이 등 신도들의 헌금으로 개인적 욕망을 채웠다. 그러나 A씨는 “마침내 저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직 두려움과 죄책감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추가 피해자 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저희도 같은 경험을 했기에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고, 우리는 함께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에 용기를 내어 연락해 주시길 바라며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기자회견을 마친 피해자들은 기장 총회를 방문하고 성폭력대책위원회와 면담을 가지고 이 자리에서 피해자 서한을 전달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박우섭

B씨는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예배자가 있는 교회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자기 개발과 신앙을 함께 추구하는 윤 목사의 태도에 참된 신앙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윤 목사는 교회 내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했다. 하나님께서 늘 보고 계신다는 말과 함께 교인들에게 강한 압박을 가했고, B씨 역시 그의 지시에 따라 전도, 헌금, 헌신에 힘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B씨는 점차 친구 및 가족과 단절되었고 윤 목사의 영향력 안에 정신적으로 종속되었다. 번 돈을 전부 헌금하였고 무급으로 교회 봉사를 이어갔다. 이후에 벌어진 것은 윤 목사의 성적 폭력이었다. “윤 목사는 성폭력을 가한 이후에도 자신 덕분에 피해자가 훌륭해 진 것”이라며 “가해를 신앙적으로 정당화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B씨는 “오늘 이러한 진실을 밝힘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 종교적 권위를 이용하여 신도들을 착취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정한 법적 조치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회견을 통해 윤 목사의 또 다른 피해자분이 계신다면 죄책감을 갖지 말고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같이 싸워 이겨 나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C씨는 윤 목사의 성적 착취에서 탈출한 이후에도 가압류 신청 등을 당해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를 떠난 이후에도 자립이 어렵고,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에서 쌓인 심리적 상처와 후유증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피해가 알려지는 것을 막는 구조를 만들었는데, 신도들은 서로 헌금을 신앙의 척도로 두고 경쟁했다. 서로를 감시하며 의심하거나 반발하는 사람이 있으면 배척당했다. 목사에 대한 비판은 곧 하나님을 배신하는 것이라 여겨졌다. C씨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두렵지만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교회와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가해자의 종교적 권위 남용과 경제적 착취

피해자를 조력한 ‘성교육상담센터 숨’의 정혜민 목사는 기자회견문에서 “윤 씨가 목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범죄는 불가능했다.”며 “그는 지금도 학원 사업을 하며 아이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대형 로펌을 고용해 자신이 피해자들을 역으로 고소했다.”고 비판했다. “성폭력이 아니라 불륜이라 주장하며 지금도 피해자들을 계속해서 모욕하고 있다.”며 “부디 기장 교단과 해당 노회와 총회는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교회 법대로 제대로 처벌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윤 목사의 목사직을 박탈해야 이런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기장 총회에 성폭력 가해자 윤 목사의 강력 처벌 요구 피해자 서한을 전달했다. 기장 109회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는 오후 3시에 면담 일정을 잡았다. 기장 교회법에 따라 성범죄는 노회나 총회에 고발할 수 있다. 노회에 고발할 경우 사회법정의 하급심과 상급심처럼 총회로 이어진다. 총회에 고발한 경우는 재심 역시 총회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기소 구조는 사회법으로 처벌받고 면직된 목회자를 노회에서 복직시키는 사례 때문에 만들어졌다. 몇 년간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을 마주하며 절차를 개정한 기장 총회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고 피해자의 구제를 이루어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기장 교단의 구조적 한계와 대응 실패

이번 사건은 구조적으로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장전국여교역자회 회장 이혜진 목사는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에큐메니안과의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이혜진 목사는 “기장이 오래 전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교육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을 마치 노회에서 한번만 하면 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에 놀랬다.”며 “교육에 참여하는 이들도 목회자가 되기 위해 교육이 의무화된 목사수련생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을 노회가 교육을 시행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노회의 교육은 목사와 장로 등 노회원 모두가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노회가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면 된다고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 총회에 헌의된 성윤리강령 준수 서약서가 3표 차이로 부결된 사례”를 언급하며 “목회자와 장로들이 각 개인이 교육을 받고 인식개선에 참여하고 있다는 서약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 진행된 109회 총회에서 이 안건을 두고 총대들은 ‘성폭력 관련 서류와 교육이 이미 너무 많고 과하다’, ‘목회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여기는 것이다’, ‘기장 교단이 성폭력 교단으로 낙인찍힌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반발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개별 목회자의 성범죄를 언론에 공표되기 전까지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여 다시 한번 성폭력 교단으로 낙인 찍힌 형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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