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황주석 선생은 지난 1971년 한국기독학생회 총연맹 부회장을 시작으로, 마산YMCA 간사를 거쳐 지난 84년 부천YMCA총무로 인연을 맺고 등대운동과 담배자판기추방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지난 96년 한국YMCA 전국연맹 협력사업국장을 역임한 뒤 암투병 끝에 2007년 2월 14일 소천했다. ⓒ황주석기념사업회

황주석, 주석아! 

우리가 서로 만난지 37년이 지났어. 처음 만난 그 때는 참으로 암담한 시절이었지만 너는 만날 때 마다 유모어를 섞어가며 우리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며 좌절하지 않고 다시금 일을 하게 해 주었지. 생각하면 그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
 
너는 조직의 대가였어. KSCF학사단을 조직하고, 창현교회대학생부, 기장청년회전국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등 끊임없이 조직해 나아갔지. 너의 열정은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만난 최순영 씨와 더불어 독재정권을 쓰러뜨린 YH사건으로 이어졌지.

너는 YMCA로 활동무대를 옮긴 후에도 지지치 않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넘어서, 노동형제단, 등대운동, 생협운동 등등 수없는 조직 활동을 전개했어. 그토록 사랑했던 부천 YMCA도 사실상 새로 조직한 거지. 그후 풀뿌리 자치운동, 교육운동 등등, 어찌 헤아릴 수 있겠나? 그 조직가적 기질은 투병 중에도 도져서, 투병하는 사람들을 모아 공동체의 꿈을 역설했다는 이야기는 나를 멍하게 만들었지.

네가 그동안 조직해 왔던 공동체들은 취미 활동만을 하는 것들이 아니었어. 어느 조직이건 처음부터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변화될 수 없다고 역설했지.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목적 하에서 조직을 하려면 처음부터 분명하게 그에 맞는 구성원을 모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일에 임하고, 말하는 모습은 성실 그 자체였지. 그 성실은 일영 집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나같으면 염두도 못낼텐데 너는 그 불편한 몸으로 아버님과 함께 흙벽돌 하나 하나 쌓고, 불안한 곳은 녹슬지 않는 철끈으로 묶으며 끝내 집을 완성했지. 그 집이 나중에 호화 전원 주택으로 둔갑한 것은 한마디로 코메디였다.

▲ 황주석 선생의 장례 예배 당시 ⓒ황주석기념사업회

황주석! 주석아!

우리에게 항상 꿈을 꾸게 해주는 친구. 만날 때에는 항상 호기심과 함께 주저함이 마음속에 동시에 일었어. 항상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새 일을 꾸미고 있었기 때문이지.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 열정이 있었지.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꿈,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도 떳떳한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꿈,
갈등과 분열이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서로가 신뢰하고, 정의롭게 살아가는 꿈.

주석아!  그동안의 활동과 운동 속에 너는 너 자신의 삶, 너 자신의 생명도 나누었지. 그래서 그 조직들이 살아 움직이게 했고, 그렇기에 그 활동과 운동들은 지금도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 믿어.

꾸어왔던 꿈에는 너의 혼신의 열정이 담겨있어 지금도 많은 사람이 같이 꾸고 있다고 나는 믿어. 그렇기에 너는 지금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는 곳곳에서 살아 있는 너의 그 생명을 만날 수 있어.

더욱이 여기 지금 30여년이 넘도록 같이 지내온 동지, 친구, 동반자인 아내 최순영 의원이 있지 않는가? 여기 네 모습을 볼 수 있는 민재도 있어 여기, 뜻과 삶을 나눈 동지들, 친구들, 가족들이 있네. 어디에서나 언제나 우리는 황주석을 계속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사실 더 답답해. 그 누구도 너처럼 차근 차근 다음 할 일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나 친구여! 어찌하겠는가?
어찌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다만 먼저 데리고 가신 뜻이 우리에 대한, 나에 대한 질책으로 생각되네. 정말 미안하네.

주석아! 너도 사람인지라 가슴속에 맺혀있던 한이 몇 덩어리가 있었지.
그러나 전번에 병원에 와 너의 마음속에는 그 한의 응어리가 이미 다 풀린 것을 나는 보았네.
그래, 잘 했네 친구야, 특히 동지, 선후배간에 맺혔던 것들은 다 훌훌 다 털어 버리게.
이 세상의 무겁고, 답답한, 아픈 기억들은 훌훌 털어 버리게.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기쁨 속에서, 다시는 아픔이 없는 평화의 하느님 나라에 먼저 가게.
거기서 우리 다시 만날 때 신명나게 춤을 추세.
잘 가게, 내 친구여!

2007. 2. 16. 성해용

성해용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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