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은 광야였습니다. 그 광야는 하나님의 장소였고, 이곳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배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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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은 좀처럼 뜻대로 되어지지 않습니다.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출발은 이렇습니다. ‘아, 힘들다. 너무 배고프다. 노예 생활하는 거 싫다.’ 그래서 그들이 원했던 결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노예생활 안 했으면 좋겠다. 속박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좀 배부르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성경을 읽어보니까 하나님이 주신 결말은 전혀 다른 결말입니다. 백성들이 속박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하나님은 백성들에게 새로운 속박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 완전히 붙들린 삶을 살아가라고 하시죠. 백성들은 배고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하나님은 엄청난 배고픔을 주십니다. 갈급함을 주십니다. 말씀에 대한 갈망,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갈급함을 주십니다. 그렇게 평생 영적배고픔에 처해야만 한다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겠다. 그렇게 원할 수밖에 없었던 너희의 마음 이해한다. 그런데 내가 너희에게 주려는 것은 너희가 원하는 그대로 해 주는 것이 아니다. 너희가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것이다.’ 우리가 원했던 결말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원하는 결말로 나아가는 삶, 그래서 우리의 인생이 매 순간순간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는 삶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인 줄 믿습니다.

이런 극적인 변화가 어디에서 올까요? 무엇을 통해 이런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요? 그것이 바로 광야의 삶입니다. 광야의 훈련입니다. 2024년의 신앙표어가 “광야의 백성, 하나님의 땅으로 가자”였습니다. ‘광야의 백성’이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이 백성들이 걸어간 길이 광야였다고 하는 사실보도가 아닙니다. 광야의 삶을 통해 훈련받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광야의 훈련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땅으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광야에서 하나님에게 훈련받지 않으면, 광야에서 우리의 삶이 변화하지 않으면, 내 삶의 목표와 목적이 바뀌지 않으면, 하나님의 땅에 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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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는 하나님의 공간입니다. 광야는 우리의 일상, 우리의 세속, 우리의 세상적인 것을 완전히 떠나고 분리되고 격리되어서 온전히 하나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입니다. 그렇게 온전히 하나님께 집중하는 삶, 하나님과 나 사이에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이 없는 시공간입니다. 하나님의 시선을 가지고, 하나님의 생각을 가지고, 하나님의 관점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공간입니다.

광야에서는 온전히 하나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내가 내 삶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나의 삶을 자기 스스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요즘 TV프로그램 중에 부부관계를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인공 부부들은 처음에 ‘남편이 이래서 문제다’ 아니다 ‘아내가 이래서 문제다’ 라고, 자기 주장만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부부의 일상을 촬영한 동영상을 같이 보게 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 자신이 저렇게 말하고 행동했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됩니다. 그리고는 부끄러워합니다.

삶 속에 파묻혀 있을 때에는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성찰하지 못합니다. 감정에 젖어 있고, 생각에 압도되어 있고, 세상에 휩쓸려 있습니다. ‘나’라고 하는 존재가 나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서 오히려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당시의 생각과 감정과 상황에서 벗어난 후에, 다시 나의 모습을 보게 되면 자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의 추함과 나의 못남을 적나라하게 발견하는 성찰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광야에서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로 그런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광야로 나와서 세상과 떨어져서 오직 하나님과 나만 존재하는 곳에 있어 보니까, 너무나도 부끄럽고 추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 보이는 것입니다. 세상 속에 파묻혀 살 때는, 나의 욕망이 정당한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부족하고 모자라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이런 원망은 해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나에게 미안해하시고 나를 위로하셔야만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광야로 나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위에 내려놓고 다시 바라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광야의 시간은 하나님의 은혜의 실체를 깨닫고, 그 앞에서 나의 욕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백성들에게 훈련의 시간이 됩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바뀌었습니다. 자신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결말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결말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훈련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출애굽기의 마지막 장면에 와서 보니, 하나님의 영광이 구름으로 그들에게 머물러 그 구름이 일어나면 움직이고 구름이 멈추면 다시 멈추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들의 뜻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속박당하기 싫었지만 하나님의 뜻에 철저하게 얽매여 살아가야 하는 오히려 더 어려운 속박된 삶을 그들에게 주셨습니다. 배부른 삶이 아니라 배고픈 삶, 항상 갈망하는 삶을 그들에게 주셨습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아서 항상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해야만 하는 삶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삶이 그들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이죠. 광야는 나의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나의 계획이 완전히 변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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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예배드리는 이 공간, 예배당, 성전은요, 내가 원했던 나의 삶을 확인받고 내가 원했던 나의 욕망을 하나님께 내어놓고 그 과연 그대로 이루어짐을 보장받고 돌아가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그런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이런 것 하나님께 원합니다.’ 하는 수많은 기도 제목을 가지고 이 자리에 모였으나 그 기도 제목들이 다 무너져 내리고 오히려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은혜를 붙들고 돌아가는 변화의 시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예배에 나오실 때 여러분들 수많은 계획과 목적과 소망을 가지고 오셨을 것입니다. 물론 그 기도들이 응답받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의 아름다운 한 측면이겠습니다만, 출애굽 광야를 통해 우리가 깨달은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가지고 나온 모든 것이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온전히 깨어지고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것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은혜입니다.

2024년에 여러분의 신앙생활은 어떠셨습니까? 늘상 똑같은 반복이었습니까? 아니면 특별히 광야로 들어간 시간들을 보내셨습니까? 내 삶의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오늘 허전하십니까? 원망스럽습니까? 아니면 나에게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것 나에게 허락해 주셔서 나의 삶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셨습니다.

이제 2025년이 시작되었는데, 어떤 삶을 새롭게 계획하십니까? 하나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지 않으셨던 것을 끝까지 붙들면서, 하나님이 주실 때까지 매달리는 그런 열심을 계획하십니까? 나의 욕망과 욕심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헛된 계획을 결심하고 결단하십니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고 상상도 못했던 하나님의 크고 은밀한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나를 새로운 사람 만들어주십시오. 내가 계획하지 못했던 그런 결말 그런 출발로 나를 새롭게 세워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십니까?

우리의 삶의 계획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새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와 여러분의 모든 삶이 하나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더 이상은 이런 모습으로 살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며 주님 앞에 눈물로 기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주님의 음성이 주님의 말씀이 우리를 꿰뚫고 들어오고 과연 그 말씀대로 살아가겠다고 결단하는 시간들이 되길 바랍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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