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 사태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응원봉 시위는 이웃사랑의 실천이었다. ⓒ연합뉴스

지난 토요일은 윤석열 탄핵이 가결된 역사적인 날이었고, 이로써 헌재의 결정까지 해방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시민들과 특히 젊은이들 그리고 민주당의 축제(?!)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청 앞 촛불이 오랫동안 작은 불을 밝혀온 숨은 결실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불이 커다란 빛의 축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촛불은 윤석열의 반민족성과 위험성과 폭력성을 계속 드러내고 고발해왔습니다. 자신과 김건희의 모든 것을 무력으로 덮기 위한 그의 친위쿠데타는 촛불에 의해 좌절되었고 탄핵은 빛의 축제에 의해 가결되었습니다. 민주와 자유를 압살할 쿠데타로부터 한국을 구해낸 촛불과 빛입니다. 이것은 또한 미래로 가는 길을 비출 것입니다.

신명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에 어둠이 드리우던 시기에 기록되고 이스라엘이 나라를 잃었을 때 표지가 되었던 책입니다. 역사를 설명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성서의 역사 해석에서 역사는 늘 하나님과의 상호작용과 이의 표현인 사람과 사람과의 상호관계가 실현되는 장입니다. 이 장을 이끌어가는 현실적인 장치가 바로 법입니다.

그러므로 이 법의 운용은 단순히 법조항들의 문자적 해석을 넘어 그 조항들을 뒷받침하는 법정신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법을 왜곡하거나 거부하거나 심지어 불의한 법령으로 대체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훼손시키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억압적이 됨을 뜻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일들이 상당히 자주 일어납니다. 윤석열 정권이 법과 질서를 운운하며 시행령으로 법을 무력화시키고 계엄을 선포하고 국민과 싸우겠다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의 본문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명령과 법이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우리가 들을 수 없다고 하거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없음을 한탄하는 그러한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하나님이 말씀을 회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둘러댈 수 있는 핑계들입니다. 말씀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 입에 있고 우리 마음에 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까요? 늘 우리가 하는 말 속에 하나님의 명령이 있고 우리의 마음이 원하는 것 가운데 하나님의 법이 들어있을 수 있을까요? 이 말들이 법조항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정신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법정신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선과 정의와 진실과 평화입니다. 이것들이 개념들로 되어 있어서 그렇지 그 내용은 보통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는 것들입니다. 착한 일을 해라, 올바르게 행동하라, 거짓말하면 못쓴다, 사이좋게 지내라 등입니다. 이것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설령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마음으로 원하고 늘 말하는 것들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이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표면적으로 전혀 다르게 보인다 할지라도 그 밑바닥에는 위와 같은 것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의 법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면 당연히 그의 법을 지킬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법을 지키지 않고는 그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의 법이란 신약성서가 말하는 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으로 총괄됩니다. 신명기의 요구를 따라 말한다면,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그에게서 받은 사랑 때문이라면, 그 사랑은 이웃에게 베풀어져야 하고 이웃을 통해 표현되어야 합니다.

사랑은 악과 짝할 수 없고 불의를 낳을 수 없으며 거짓을 모르고 다툼과 거리가 멉니다. 바꿔 말하면 선과 정의와 진실과 평화는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법정신입니다. 그 정신은 우리 속에 이미 어려서부터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멀리 가서 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 있다고 말할 것도 아닙니다. 우리 입에 붙어있고 우리 마음이 사실상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보통 법을 모르고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법을 어기지는 않습니다, 큰 틀에서는 대부분 법정신에 따라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법정신은 소극적으로 말하면 국가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타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입니다. 예컨대 십계명의 대부분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타인의 존재와 삶을 방해하거나 손해를 끼치는 등 침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꽤나 괜찮은 삶일 수 있습니다. 바울도 로마서 13장 위 본문에서 계명들을 열거하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사랑은 해를 끼치지 않기에 율법의 완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훨씬 적극적이어서 그렇게 하는 것에 머물 수 없습니다. 사랑은 도와주고 싶고 나누어주고 싶고 살리고 싶어 합니다, 사랑은 생명을 지향하며 기꺼이 높이고 섬깁니다. 함께 있고 싶고 함께 가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표현되고 실현된 것에서 사람들은 위로와 힘을 얻고 희망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우리 본문 앞에 권력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권력의 역할은 안전을 보장하고 악을 억제하고 ‘도덕적’ 인간을 양성하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권력은 이를 사랑이라는 말로 하지는 않지만, 뒤의 두 가지는 소극적 사랑과 적극적 사랑과 연관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권력자는 사랑을 촉진해야 하는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자는 하나님께서 세운 그의 일꾼(디아코노스 또는 라이투르고스)으로 불립니다. 선을 도모하고 선이 행해지도록 정치해야 할 의무가 그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거짓과 위협과 불법과 폭력으로 수행될 수 없습니다. 그가 그에게 맡겨진 일을 그러한 방식으로 거꾸로 실행한다면, 그는 하나님의 일꾼이 될 수 없고, 그에게 복종하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준 권력을 회수할 것입니다.

자유와 생명과 평화를 위한 민초들의 외침이 곧 하나님의 외침이며, 그들의 운동이 곧 하나님의 역사내 운동입니다. 권력자를 디아코노스 또는 라이투르고스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정치형태가 어떤 것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주인을 섬기는 종처럼 주인의 ‘선’을 위해 일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꾼’으로서의 권력자의 모습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하나님의 뜻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지배와 군림이 특징인 세상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하나님의 새질서입니다.

이 질서가 하나님의 법에 그려져 있습니다. 현실적인 권력과 그 담당자들의 모습과 매우 거리가 멀지만, 그 질서가 지배하는 새시대의 꿈을 하나님의 ‘낡은’(?) 오래된 법에서 볼 수 있기를 빕니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의 폭팔적인 힘에서 우리는 그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이 국민의 손을 빌어 준 권력을 자신을 위해 사유화하고 사욕을 추구하는 권력이 더 이상 이 땅에 들어설 수 없게 되기를 빕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사랑으로 ‘선’을 세워갈 수 있는 새시대를 만들 수 있기를 빕니다. 후세대에게 살만한 세상을 남겨주는 우리 시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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