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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님 나라의 새질서는 세상의 전복을 의미한다. ⓒGetty Images |
| 제자들 사이에서 그들 가운데 누가 더 큰 것 같으냐는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뭇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은인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 가운데서 더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시중드는(~섬기는) 사람 같이 되어야 한다.”(누가복음 22,24-26) |
이것은 24-30절 단락의 앞부분입니다. 이 사건은 최후의 만찬으로 일컬지는 마지막 유월절 식사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십자가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에서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한 식사입니다.
무거운 식사자리일 것 같은데, 제자들은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자들의 이같은 말다툼은 매우 부적절하고 참 눈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에게 그 식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은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없는 제자들이라고 욕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다툼을 하게 된 계기가 혹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예수가 말씀하시던 하나님 나리의 희망이 그들에게는 이땅의 권력질서를 기준으로 이해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 나라에서 어떤 자리가 누구에게 주어질까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것이 다툼의 이유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속적인 하나님 나라 이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다툼에 끼어드셔서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왕들은 뭇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고, 권력자들은 백성들의 힘으로 얻은 것을 쪼끔 나눠주고 큰 은혜를 베푸는 양 행세합니다. 권력의 본질과 행태를 간결하지만 적확하게 드러내십니다.
여기에 이미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지만, 비판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십니다. 큰 자는 왕처럼 군림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어린 자처럼 되어야 합니다. 어린 자는 묻고 배우고 존중하는 자입니다.
다스리는 자는 권력자처럼 남의 힘으로 얻은 것을 나눠주고 뽐내며 은인인척 하지 않고 손님들을 모시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들의 요구에 겸손하게 응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입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희망은 이 세상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이런 한담(?)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께서 그들을 시중들기 때문입니다. 바로 마지막 자리에서 예수는 자신이 시중드는 자로 그들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이를 하나님 나라의 질서로 가르치십니다. 교육적 감각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가르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약속이 주어집니다. 하나님 나라에서 그들은 이스라엘 12부족들을 심판하는 자리에 설 것입니다. 그때에 그들은 다툴 때처럼 누가 더 큰 가를 놓고 다투기 보다는 작은 자로 섬기는 자로 시중드는 자로 그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같은 영광이 주어지는 것은 그들이 예수와 함께 시련을 겪어 왔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그와 함께 하는 삶과 그를 이어가는 실천에 그렇게 응답하십니다.
우리는 예수와 동행하는 삶을 원하지만, 제자들처럼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한 기대를 교정하시고 하나님 나라에 걸맞는 모양으로 바꿔주시는 주님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광은 섬김에서 드러나고, 섬김은 예수의 길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 길에 시련이 있다고 해도 견딜 수 있고 작은 자처럼 섬기는 자처럼 시중드는 자처럼 자기 자리에서 살 수 있기를 빕니다. 그것은 비겁함도 비굴함도 아닙니다. 주의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의 표현입니다. 주님을 드러내는 당당함입니다.
|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우리 삶의 질서가 되는 오늘이기를. 의의 종이 되는 자유인으로 섬김의 삶을 사는 이날이기를. |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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