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번 10.27 기도회를 정점으로 한국 기독교 보수 교단의 멸망을 예언한다. ⓒ에큐메니안DB

위장과 위선은 죄악이다. 솔직하라! 진정 신앙집회인가 정치집회인가?

2024년 10월 27일 오후, 주류세력이 한국 개신교 장로회의 보수교단들(예장 합동, 통합, 백석교단 등)과 순복음교단 및 침례교회, 그리고 태극기부대라는 호칭을 얻은 전광훈 씨의 자유통일당등 보수기독교 교단의 대형교회들이 ‘윤정권의 지지도가 20%미만 바닥을 치는 엄중 상황’에 공교롭게도 때를 맞추어 기획된 정치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있었다.

주최측 주장 100만명 신도들은 광화문광장에서부터 서울역 광장과 서울 시청앞 광장을 가득메우고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무효화시키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가 집회의 목적이고 명분이라고 강조하였다. 주최측 명칭은 ‘한국 교회연합’이라는 애매한 총칭이었고 당국에 신성한 공식 집회명칭은 <한국교회연합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였다.

교인 숫자 동원, 각종 교통통제와 시민 불편, 청각을 상하게 할만큼 큰 확성기를 통한 찬송가와 구호외침, 강연도 설교도 아닌 현정권 지지발언이 하루종일 서울시민을 정신나가게 한 기묘한 집회였다. 서울 오세훈 시장과 전직 장관을 앞세워 축사를 하게 했고, 내건 플랭카드 중에 <윤석렬 대통령 지키기 국민대회>라는 펼침막도 당당이 설치되었으니 종교신앙집회라는 껍질을 쓰고 기획되고 집행된 정치집회라는 꼬리표였던 셈이다.

마치 흙먼지 회리바람이 한바탕 불고 지나간 후의 씁씁한 여운만 남았지만, 공동대회장 이영훈 목사와 오정현목사 한교총회장 장종현목사 고문 김장환목사등 등 집행부 핵심 목회자들은 모처럼의 성공적인 대집회였고, 기독교교세를 정치계와 한국민에게 확실하게 보여준 집회였다고 자축하며 하나님 축복을 들먹이며 자화자찬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성공적 집회였다고 자축하고 충분할만큼 세과시 했다고 자화자찬 할 일이었을가? 손익계산서를 꼼꼼이 챙겨보면 그들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엄청나케 크고, 한국 보수교단과 한국 기독교의 앞날에 커다란 손상을 입힌 집회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잎으로 전도의 길은 막히고, 젊은 세대들은 기독교를 외면할 것이다.

▲ 한국을 새롭게 하겠다는 허울을 내세워 윤석열을 지키기 위한 정치집회로 전락한 10.27 기도회 ⓒ사진 제보

집회명칭 자체가 ‘예배와 기도회’를 더럽히고 길가의 상표 홍보로 속화(俗化)

때마침 한국 기독교가 동성혼과 차별금지법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모였던 10월 마지막 주일날 10월 27일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봉화를 들던 해(15017)로부터 507주년 되는 기념일이다. 20세기 신학적 거성 폴 틸리히에 의하면 종교개혁은 되찾은 좋은 점도 많지만 잃어버린 것도 많다고 했다. 되찾은 것 4가지만 든다면 성경 가치의 재발견, 긍휼과 자비가 풍성하신 하나님 은혜 사랑, 말구유 예수와 가시관 쓰신 예수의 십지가, 그리고 평신도들의 만인사제직분과 일상 직업이 소명이라는 노동의 신성성및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등이었다.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교회의 거룩성과 하나됨을 잃었다. 교파는 분열되고 교회는 교인들의 주식회사처럼 사유화 되었다. 성경 가치의 재발견은 성경문자무오설로 경직화 되어 갔고, 선혈로 물들들었던 예수의 가시관은 속죄설로 금관십자가로 변해갔다. 만인사제직은 약해지고 ‘일상의 성화’는 세속화 물결에 삼키워 졌다. 교회 교인들이 구하는 내용이 세상사람들이 구하는 것과 똑같아졌다. 삼박자축복신학과 무조건 크고 화려한 것이 성공이요 축복이라는 가짜 복음이 한국 기독교를 삼켜버렸다.

빌리 그래함의 1970년대 5.16 광장의 부흥대집회 이후, 처음으로 열린 100만 신도 가까운 숫자가 서울의 중심공간을 온통 점령한 집회요 대회였는데, 세상 언론들이 그다음날 10월 28일자 조간 신문에서 반응, 그리고  일반시민의 반응은 싸늘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볼수 없다는 논조요 분위기이다.

기독교 가치관으로서 정신적 양분을 먹고 자란 서구 선진국가들에서도 왜 “차별금지법과 동성혼의 법적 지위 보장 문제”를 가지고 고민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인간이 누릴 기본적 인권 곧 인간 개인의 ‘연약성과 존엄성’을 동시에 직시하고 그러한 법들을 받아 들이고 혐오가 아닌 이해와 상생과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사회에 품어안았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는 선진국의 그러한 행동이 ‘인간의 동물화’요 모든 ‘기존 가치에 반란’이라고 매도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10월27일 100만 신도대집회를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며, 일반인들은 교회가 화해, 평화, 포용, 사랑을 가르치기는 커녕 그 반대 분열, 증오, 배타, 혐오를 쏟아낸다고 엄중한 비판적 견해를 나타내었다.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진보적 기독교 각종 단체들이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창조질서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수만년 생물적 존재로서 진화해온 조상 혈통들의 DNA 구조가 동성애 지향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고 해서, 아파도 병원 치료도 못받게 하고 사회복지시설 접근도 못하게 하는 무정한 처사가 기독교의 사랑인가?

그것은 ‘사랑’의 문제이기 이전에 ‘정의’ 문제요, ‘약자배려’의 시혜가 아니라 ‘인간평등과 존엄성’ 문제인 것이다. “예배와 기도회라는 이름을 가장하고 있지만,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끔직하고 추악한 죄악이 현장이었다”라고 10월27일 대회모임의 감추인 속살을 들춰낸 진보적 기독교단체들도 있다.

100만 대집회 기도집회가 날씨분별보다 때의 분별이어야 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꾸중하시기를 “너희가 날씨는 분별 할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 할수 없느냐?”(마16:3)라고 말씀하셨다. 차별금지법제장반대나 동성결혼 반대 견해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 문제는 ‘날씨분별’ 범주에 속한 문화적-가족법적 문제일 뿐이다. 지금 인류와 한국 사회는 생존이냐 멸망이냐를 판가름할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조선인민공화국이 러시아에 용병 혹은 전투부대를 파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반도는 심각한 전쟁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내 정치 경제사회 면에선 빈부격차, 청장년실업, 자영업자 폐업, 대통령부인과 명태균 정치브로커와의 흑거래, 대통령 부인의 주식시세 조작투기, 해군 채상병 사고진상, 여야 정당의 이전투구와 정치실종 등 이루 말 할수 없는 긴박한 문제로 국민들은 시름이 한짐이다. 기독교 언어로 말한다면 아모스서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네 노랫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5:23-24)

상황이 이러한데, 서울 한복판에서 모처럼 회집한 한국 기독교 70%를 점유한 보수교단 100만명 대집회 기도주제가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난 동성부부 건강보험 지급명령을 백지화하라는 것이 ‘시대의 표적을 분별한’ 교회의 목소리란 말인가? “윤석렬 대통령지키기 국민대회”라는 그들의 펼침막 문장이 큰 기도회의 숨겨진 목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다가오는 역사적 시련과 비극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여 두렵기 그지없다. 독일 제3제국 힛틀러의 나치당 시절에, 아리안 백색인종 특별보존과 유대인 말살 정책을 앞에놓고 다수의 ‘독일교회’와 칼 바르트와 본회퍼를 중심으로한 소수의 ‘고백교회’가 맞서 대립하던 일이 눈앞에 떠오른다. 종교개혁주간에 많이 부르는 찬송가 가사가 생각난다:

“어느 민족 누구게나 결단 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편에 설건가…”(찬송 586장)

마지막 한마디 전광훈의 기독교통일당 현수만에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본회퍼의 명언 “미친자에게 운전대를 맡길수 없다!”는 명언은 당시 집권 독재자 히틀러를 두고서 한 말이다. 바로 알고서 인용하기 바란다. 지금 한국이라는 버스의 운전자는 윤석렬 씨이다. 그 대통령 지키자는 대집회에서 미친 운전자라는 말은 자가당착인줄 알고서 하는 소리인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보수 꼴통 교단이, 어느 신학자의 말이 멋있다고 느껴져서 함부로 가져다가 쓰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다.

김경재 명예교수(한신대)  soombat1940@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