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9일 기후 헌법소원 최종 선고 후 한국 청소년기후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 의미를 밝혔다. ⓒ청소년기후행동 페이스북 갈무리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 행동을 촉구하는 중요한 날이다. 이 날의 역사는 수십 년에 걸친 환경 운동의 진화와 맞닿아 있으며, 특히 21세기 들어 청소년층과 청년층의 적극적인 참여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환경 운동의 태동과 기후 변화 대응의 시작

현대적 의미의 환경 운동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1962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은 환경 오염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고, 1970년 4월 22일 첫 ‘지구의 날’ 행사는 환경 보호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기의 환경 운동은 주로 공해와 야생동물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환경 운동은 더욱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산성비, 오존층 파괴, 열대우림 파괴 등 새로운 환경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환경 단체들의 활동 영역도 확대되었다. 특히 1985년 남극 상공의 오존층 구멍 발견은 전 지구적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였다.

기후변화의 전 세계적 대응의 첫 번째 국면은 1988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설립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체계화시킨 것이었다. 이후 1992년 리우 지구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되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 회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두 번째 국면은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를 통해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한 첫 번째 국제 협약을 마련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불참과 개발도상국 의무 부재 등의 한계로 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교토의정서는 2005년에 발효되어 2020년까지 적용되었다.

세 번째 국면은 2015년 등장한 파리협정이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수립한 것이었다. 이 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파리협정은 각국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파리협정 이후, 기후변화 대응은 더욱 긴급한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IPCC는 2018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과학적 경고는 전 세계적인 기후행동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레타 툰베리와 청소년, 청년 기후 운동의 부상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의 직접적인 기원은 2018년 8월, 당시 15세였던 스웨덴의 학생 그레타 툰베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툰베리는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피켓을 들고 홀로 시위를 시작했다. 그녀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는 전 세계 청소년들의 공감을 얻었고, 이는 곧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의 단독 시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는 곧 ‘Fridays for Future’(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 운동은 매주 금요일마다 전 세계 학생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요구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서는 형태로 확산됐다. ‘Fridays for Future’ 운동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 청소년들의 정치적 참여와 시민 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의 장이 되었다.

툰베리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커져갔다. 2019년 9월, 그녀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그녀는 “How dare you”(어떻게 감히)로 시작하는 열정적인 연설로 세계 지도자들의 행동을 촉구했고, 이는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툰베리의 연설은 기성 세대의 책임을 강력히 묻는 동시에,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순간이 되었다.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의 탄생과 발전

이러한 발전을 거듭해온 끝에 2019년 9월 20일, 역사적인 첫 번째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이 개최됐다. 이날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약 40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 시위로 기록됐다. 뉴욕에서만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고, 런던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날의 대규모 시위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우려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후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은 매년 3월과 9월에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가능케 했다. 온라인 행사를 통해 전 세계 시민들은 국경을 넘어 서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고, 이는 기후 행동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1년 9월의 세계 기후 행동의 날에는 전 세계 99개국에서 1,400개 이상의 시위가 조직되었다. 특히 이 해의 행사는 11월에 예정되어 있던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각국 정부에 더 강력한 기후 행동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압력은 COP26에서 각국 정부가 더 야심찬 기후 목표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밖에서 ‘기후학교 파업’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 중인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가 쏘아올린 공이 끼친 그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의 의미와 영향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의 의미는 단순히 인식 제고를 넘어선다. 이 날은 정부와 기업들에게 구체적인 기후 정책과 행동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플랫폼이 됐다.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이 날을 전후로 새로운 기후 정책이나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는 것은 이 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한 이 날은 언론의 주목을 받아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은 개인들에게도 일상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실천을 독려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을 기점으로 채식,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약 등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인적 실천은 작은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집단적으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운동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들의 참여는 기후 변화 대응에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불어넣고 있다. 또한 이들의 열정적인 참여는 기성 세대에게도 자극이 되어, 세대를 아우르는 기후 행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헌법소원의 기념비적 승리

한국에서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세계 기후 행동의 날 참여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화된 이 운동은 초기 소규모 활동에서 시작해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거리 시위, 온라인 캠페인, 교육 활동, 정책 제안 등 청소년들의 참여 방식이 다각화되고 있다.

주요 참여 단체로는 ‘청소년기후행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청소년 그룹’, 각 지역 청소년 환경 동아리 등이 있다. 이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도시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해시태그 운동과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활동으로는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제기한 기후변화대응 촉구 헌법소원이 있다.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국회와 대통령이었다. 이 헌법소원에서 청구인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흡해 청소년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첫 기후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5개월 만인 지난 8월 29일 정부의 기후 대응이 일부 헌법에 어긋난다는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탄소중립 기본법 제8조 제1항은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정부가 2030년 이후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러한 점에서 해당 조항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한다”라며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새로운 기후 대응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가장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따지는 소송으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교계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계도 이러한 기후변화의 대응에 누구보다 앞장서 행동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후 환경 운동을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시작하고 정착시킨 것은 에큐메니칼 교계라는 점은 자타가 인정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후 약자들의 편에 서서 이들과의 연대를 이어가는 것은 교계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럼에도 이곳저곳에서 교계 기후 환경 운동의 한계 드러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첫째로,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기후 환경 문제를 신앙적 차원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 환경 운동이 기독교인의 종교적 의무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둘째로, 기후 환경과 관련된 단편적인 행사들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셋째로 기후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신학적 성찰과 기후 환경 신학의 발전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후 환경 운동의 신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넷째로, 기후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여겨지면서, 일부 기독교인들은 참여를 꺼려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후 문제를 초정치적 신앙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계 기후 환경 운동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또한 교회 내 환경 관련 조직과 예산을 확충하며, 교회 간 그리고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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