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njamin West, 「Death on a Pale Horse」 (1796) ⓒGetty Images

세상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동일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압니다. 좋은 것을 선택할 줄 알고 좋은 것을 바라는데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수수께끼 같고 인간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전쟁 특히 팔레스틴 전쟁에서 얼마의 사람들이 죽고 부상당하고 난민이 되어야 했는지 숫자로 표현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쌓이고 철천지원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고위당국자가 될 어떤 사람의 입에서 팔레스틴은 세상에 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절망스러운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일이 왜 있냐고 따지는 것이 혹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고 급박할 뿐입니다. 단순히 인간의 한계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잔인한 현실입니다. 그 속에서 좋은 현실로 좋은 미래로 바꿀 가능성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할 것입니다.

좋은 것을 바라고 생각한다고 하지만, 좋은 것의 기준이 무엇이냐가 문제입니다. 그 기준에 따라 나에게 좋은 것이 너에게 비극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남한과 북한, 미국과 기타 세계를 놓고 보면 곧 알 수 있습니다. 나에게, 우리에게 좋은 것이 너에게는, 상대에게는 좋은 것이 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합니다. 모두에게 좋은 것은 없을지 몰라도, 슬픔과 고통과 죽음과 같은 비극을 품은 것이 좋은 것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러한 것을 나에게, 우리에게 좋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선택하는 것이 우리 사람입니다. 정말 이런 이기적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요? 물론 정의 공정 평화 평등 등의 말들이 그런 것에서 벗어난 상태를 포함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우리 앞에 있는 목표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 목표를 향해 돌이킬 수 있을까요? 그것들이 우리 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 속에 내려오도록 할 수 있을까요?

황금률이 우리 삶의 원칙이 되고 ‘강제성’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게도 그 원칙이 적용되고 그에 따라 행동이 결정될 수 있다면, 저 꿈은 단순히 꿈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황금률은 참으로 오래된 원칙이지만, 오랫동안 잠들어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속에 모든 법이 다 들어있어도, 낱개의 법을 중시할망정 저 대원칙은 잊혀집니다. 그 원칙이 실현된 나라를 하나님 나라라고 한다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강자가 약자처럼 약자를 섬기고, 약자가 강자처럼 존중받는 하나님 나라를 사는 방법이 곧 황금률입니다. 내가 저 사람에게 하려고 하는 것을 저 사람이 나에게 해도 좋다고 하면 하십시오. 저 사람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십시오. 이렇게 할 때 여기에 악한 것이 들어설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집단과 집단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세상이기에 세상은 언제나 불안과 긴장과 폭력으로 가득 차있고, 고통과 죽음과 멸망으로 치닫기만 합니다. 그 결과 우리 사는 이 세상의 날들이 얼마나 남았을 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1972년 로마클럽의 선언이후에도 세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시계에 따르면 몇 초 남지 않은 지구 위에서 사람들은 마치 영원을 누리는 것처럼 멸망을 향한 삶의 태도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런 시대를 경고하고 삶을 돌이키도록 하는 일이 예언자의 일이고 교회의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예수 천당만을 내세우며 멸망의 현실에 무관심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 현실에 빌붙어 자기 이익을 얻으려고 합니다. 성서의 말을 따르면 거짓 예언자 거짓 교회라고 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런 것들이 다수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탄식하고 경고하고 투쟁하는 이들이 오히려 교회 밖에 있습니다.

예레미야는 이스라엘의 멸망이 눈앞에 있음을 보고 이를 돌이키기 위해 부단히 외쳤지만 그는 거짓 예언자들과 그들의 말을 좇는 권력자들과 백성들에게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거짓 예언자들과 거짓 교회들은 성서의 말과 그리스도의 이름을 도용하여 멸망의 길을 재촉합니다. 예수의 삶을 살지 않는 예수 천당은 없음에도 그렇게 선전하며 사람들을 미혹합니다. “...주의 말을 멸시하는 자들에게도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다”라고 하며, 제 고집대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도 “너희에게는 어떠한 재앙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멸망 앞에서 평화를 외치는 거짓 예언자들에게 “(그)들 가운데 누가 나 주의 회의에 들어와서, 나를 보았느냐? 누가 나의 말을 들었느냐? 누가 귀를 기울여 나의 말을 들었느냐?”고 하시면서 “그들이 나의 회의에 들어왔다면, 내 백성에게 나의 말을 들려주어, 내 백성을 악한 생활과 악한 행실에서 돌아서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멸망 앞에서도 백성을 쥐어짜며 고대광실을 짓고 호사를 누리는 권력 앞에 평화를 외치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던 하나님은 지금도 거짓 교회들과 거짓 예언자들에게 그리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돌이키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것일 수 없습니다. 불의한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다 질 수는 없어도 짊어질 때 돌이키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란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람이듯이 믿음의 실천은 언제나 타자를 향하고 사회를 향하는 실천입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않는 거짓 예언자들은 자기들의 욕심을 하나님의 이름과 그의 말씀으로 포장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악에 머물게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 마음 속에 뜻한 바를 시행하고 이룰 때까지, 분노를 풀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날이 오면, 너희가 이것을 분명히 깨달을 것”이라고 하시며 거짓 예언자와 거짓 교회와 그 시대에 진노를 선언하십니다.

정의와 공정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평화와 공존을 비웃는 이 시대 이 사회를 향해 하나님은 진노의 대접을 쏟을 것입니다. 그 시작은 장차 없어질 하늘의 성전입니다, 진노의 일곱 대접을 이 땅에 쏟으라는 명령이 그 성전에서 시작됩니다. 성전은 이제 중보의 자리가 아니라 심판의 자리입니다. 교회는 그러한 경고를 쏟아놓는 곳이어야 합니다. 질병과 전쟁이 들끓게 하심으로 이 세상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심판의 대접(퓌알례: bowl)들입니다.

위의 본문은 여섯 번째 대접에 대한 것입니다. 귀신의 영들과 왕들이 결탁하여 전쟁을 기획합니다. 귀신의 영들이란 오늘날 거짓 교회들의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귀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팔며 전쟁에 미친 권력자들을 찾아다니며 승리를 약속하며 그들을 부추기고 그들의 비위를 ��추며 이익을 챙깁니다.

그러나 그런 세력이 아무리 커도 하나님 앞에서는 벌거벗은 자들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를 알면 그들은 돌이키고 세상은 평온해질까요? 네 번째 재앙 끝에는 “그러나 그들은 이 재앙을 지배하는 권세를 가지신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였고, 회개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심판이 무려 일곱 차례나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이 처참한 심판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요? 예전에 이사야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선언하며 10분의 1이 남을지라도 그 남은 것마저 불타버릴 것이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선뜻 그러한 심판의 때가 지금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지구멸망의 시계는 그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더 큰 최종적인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의 자화상입니다.

이 시대에 공허한 평화를 외치며 악의 세력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행동을 하고 촉구하고 경고하며 악의 세력에 저항하는 것이 돌이킨 자의 삶입니다. 그러한 삶으로 우리 삶의 방향을 돌이킬 수 있을까요? 예수께서는 우리를 그러한 삶으로 부르십니다. 그러한 삶에 하나님 나라를 약속하십니다.

우리의 희망이 불의한 세력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거짓 교회들 때문에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이 땅에 머물지 않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숨쉬고 너에게서 나를 찾는 그 땅에 우리의 희망이 있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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