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mes Tissot, 「Moses and Joshua bowing before the Ark」 (c. 1900)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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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지금 신의 산 위에서 모세를 만나고 계시는 중입니다. 특별히 오늘 말씀에서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모시는 성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성전 뜰을 둘러싼 울타리에서부터 성소 건물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성소 안에 놓을 등잔대, 분향단, 상, 성소 뜰에 있을 번제단… 이런 것들을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일러주고 계십니다. 그런가 하면 성소를 지켜야 하는 제사장 어떤 예복을 입고 어떤 예식을 치러야 하는지도 일러주십니다. 이 모든 말씀이 25장에서부터 31장에 이르도록 매우 길고 매우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궤입니다. 하나님의 궤는 언약궤라고도 부르고, 법궤라고도 합니다. 증거판을 그 안에 담았다고 해서 증거궤라고도 부릅니다. 이 궤 안에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십계명 돌판이 들어있고, 만나가 담겨져 있는 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가 들어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언약궤를 성소 안에서도 가장 깊은 지성소에 모셔놓았습니다.

그 하나님의 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오늘 10절부터 21절까지의 말씀에서 알려주고 계십니다. 아카시아 나무로 궤를 만들고, 순금으로 두르고, 고리를 달고 채를 꿰도록 하고, 궤를 덮을 속죄판을 순금으로 만들고, 그 판 위에 그룹이라고 불리는 천사들의 모습을 장식하라고 하십니다. 천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되는지 포즈까지도 정해주십니다. 그리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오늘 함께 읽은 22절의 말씀입니다. “내가 거기에서 너를 만나겠다. 내가 거기에서 너를 만나겠다. 내가 속죄판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할 모든 말을 너에게 일러주겠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하나님을 만납니까? 주님을 만나는 장소가 어디십니까? 주님 만나러 지금 예배당에 오셨잖아요? 교회에서 하나님 만나십니까? 본당에서 만나십니까? 친교실에서 만나시나요? 교역실에서 만나십니까? 교육관 올라가서 만나십니까? 강대상 앞으로 올라와야 만나십니까? 성경 펴놓고 촛불 켜 놓은 제단 앞으로 가까이 가야 하나님 만나십니까? 그러면 화장실에서는 못 만나십니까? 주방에는 안 계시나요? 주차장에서는 하나님 못 만납니까?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가 도대체 어디입니까? 우리는 장소를 구별해서 거룩한 곳을 찾아서 주님 앞으로 나왔습니다만, 진짜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가 어디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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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하나님을 어디서 만났습니까? 미디안 광야 불타는 가시떨기 앞에서 만납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어디서 만났습니까? 요즘처럼 뜨거운 한낮, 마므레의 상수리 나무 옆에서 아브라함의 장막 어귀에서 만났습니다. 야곱은 어디서 하나님을 만납니까? 형을 피해 외삼촌의 집으로 도망가던 그 길에서 돌베개를 베고 누웠던 그 길가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모진 세월을 다 지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얍복강 나루터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요셉은 어디서 하나님을 만났습니까? 광야의 메마른 물구덩이 속에서 하나님 만났죠. 이집트의 감옥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죠. 요나는 어디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까?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커다란 물고기 뱃속에서 하나님을 만나죠.

사도 바울은 어떻습니까? 예수 믿는 사람들을 다 잡아 죽이겠노라고 눈의 살기가 등등해서 다메섹으로 가던 그 길가에서 하나님을 만나죠. 사도 요한은 하나님을 어디서 만납니까? 밧모 섬에 유배되어서 강제 노역을 하는 중에 하나님을 만납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창세기부터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곳은 지성소 앞이 아닙니다. 언약궤 앞이 아닙니다. 속죄판 위가 아니에요. 거룩한 그룹들이 날개 펴고 있는 그곳이 아니에요.

하나님이 하나님의 백성을 만나주시는 장소는 어딥니까 그들의 치열한 삶의 자리예요. 지극히 세속적인 삶의 자리에서 그들을 만나셨어요. 하나님과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속되고 속된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 주셔요. 심지어는 하나님께 반역하는 자리에도 하나님이 가셔서 그들을 만나주셔요.

그런데 오늘 하나님께서는 왜 모세에게 증거궤 앞에서 너를 만나겠다고, 속죄판 위에서 만나겠다고 말씀하실까요? 실제로는 거기서 만나주시는 것 아니면서 왜 이렇게 말씀하실까요. 이 증거궤 앞 속죄판 위라고 하는 장소는 도대체 어디를 뜻하는 것일까요?

증거궤는 실제 장소가 아니라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우리가 성경 말씀을 읽으면서 문자 그대로 믿는 신앙도 아름다운 신앙입니다만. 우리는 항상 그 문자를 넘어선 말씀 속에 있는 깊은 뜻을 헤아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멋대로 상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멋대로 자기 좋을 대로 아무렇게나 해석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문자와 글자에 묶여있지 않도록 문자와 글자를 넘어선 깊은 뜻을 궁리하고 고민하고 헤아려 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들을 우리는 그냥 상상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거룩한 상상, 영적 상상이라고 부릅니다. 내 멋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에 입각해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만해져서,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거룩함을 가지고,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궁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상은 상상으로만 끝나버리면 안 됩니다. 그러면 이단 사이비들이 제멋대로 성경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우리가 상상한 거룩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 엎드려야 합니다. ‘하나님 이렇게 생각해도 됩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이렇게 궁리해 봤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이렇게 깨달아 보려고 고민해 봤어요. 나의 고민 어떻습니까? 하나님의 뜻과 일치합니까? 혹여 다른 점이 있다면 깨우쳐 주세요.’

하나님 앞에 내어놓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더 깊이 깨닫게 해달라고 응답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 기도의 시간이 우리에게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리 저리 깊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서는 그 고민가지고 하나님 앞에 다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의 거룩한 상상이 맞고 틀리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거룩한 상상을 끊임없이 해내 간다는 게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래,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 하고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이 무슨 뜻일지, 지금 나에게 이게 무슨 의미일지 끝없이 고민해 간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상상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기도의 자리에 나온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성경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성경 말씀대로만 하면 하나님 만난다’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성경 속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그 마음을 깨닫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거룩한 상상력을 통해 말씀을 묵상하고, 그 묵상한 것 가지고 다시 하나님께 매달리고... 그 과정이 바로 하나님 앞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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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증거궤 앞에서 속죄판 위에서 만나겠다 말씀하시는데, 이 증거궤 속죄판은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요? 증거궤와 속죄판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금 모든 정성을 다하여 바친 예물이 있는 곳입니다. 지금 백성들의 삶은 고달프고 자기 앞가림하기도 힘들어 죽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있는 것 없는 것 다 긁어모아서 정성으로 감사함으로 기쁨으로 하나님 앞에 바친 예물이 있는 곳입니다.

바로 거기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주신다는 것입니다. 예물 옆에 하나님 계시겠다는 것이 아니라, 예물에 깃든 마음을 하나님이 보신다는 것입니다. 내 모든 것을 다해 하나님께 정성껏 바친 바로 그곳, 그 정성이 모여있는 상징적인 곳, 바로 거기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신다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눅12:34).”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습니까?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에 내 마음이 가 있잖아요.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이 가 있잖아요. 항상 그것을 생각하고, 항상 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살잖아요?

하나님이 지금 우리를 언약궤 앞에서 만나주겠다고 하시는 것은, 하나님 만나는 장소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야기의 진짜 핵심은 ‘어디에 가야 하나님을 만나는가’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있습니까’ 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물러 있는 곳,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당신의 마음이 하나님께로 향해 있어요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언약궤 앞에 암만 나와 있어도 하나님 만나지 못합니다. 속죄판 위에 백날 엎드려 있어 봐야 하나님 만나지 못합니다. 내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고 있지 않으면, 1년 365일 언약궤 앞, 속죄판 위에 아무리 엎드려 있어도 하나님을 절대 만나지 못합니다.

내 마음이 하나님과 상관없는 곳에 가 있으면, 40일 금식기도, 100일 작정기도가 아니라 무슨 짓을 해도 하나님 그림자도 볼 수 없습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1년 365일 예배당 앞에 나와서 무릎 꿇고 있어도, 진짜 내 마음이 하나님께로 간절히 향하고 있지 않으면, 하나님께로부터 아무런 음성도 듣지 못 합니다. 내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야, 내 마음이 가득 하나님께로 집중되어 있어야! 그래야 하나님을 만납니다.

오늘 하나님의 말씀은 바로 이것입니다. ‘너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 있느냐?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해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있느냐? 있는 것 없는 것 다 모아서 하나님께 감사의 예물을 바치고, 하나님 말씀하신 그대로 똑같이 언약궤와 속죄판 잘 만들고, 그것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릴 수 있을 만큼 그 정도로 온 마음이 진짜로 하나님을 향해 있느냐? 과연 그렇다면 내가 바로 그 앞에서 너를 만나주겠다. 너의 마음이 가득 모여있는 곳, 너의 마음이 간절하게 집중되어 있는 곳, 그곳이 나를 향한 곳이라면 내가 그곳에서 너를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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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마음이 온통 하나님을 향하고 내 마음이 온통 하나님께로 집중되어 있더라도, 그 집중의 방향이 하나님을 통해서 내 욕심을 얻고자 하는 그런 집중이면 안 됩니다.

‘아카시아 나무로 길이가 두 자 반, 너비가 한 자 반, 높이가 한 자 반, 이렇게 만들라고 하셨는데… 가만 보자, 아카시아 나무는 구하기도 힘들고, 마침 여기 좋은 오동나무가 있네. 오동나무가 원래 옛날부터 좋은 가구 만드는 데 쓰는 고급 목재야. 그냥 오동나무로 만들어도 괜찮아. 두 자 반, 한 자 반… 이건 애매한 크기니까, 그냥 딱 요만하게 만들자. 십계명 증거판 넣기에도 이 사이즈가 딱 좋아. 순금? 요즘은 프라이팬도 티타늄 코팅한 게 제일 좋대. 하나님의 증거궤도 티타늄으로 덮자. 이게 더 멋있어.’

하나님을 만나는 언약궤가 어떤 언약궤입니까? 하나님이 일러주신 대로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토 달지 않고 그대로 순종해서 만든 언약궤입니다. 내 맘대로, 헛된 망상대로, 허탄한 지식 대로, 추한 욕망대로 만든 언약궤가 아닙니다.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헛된 망상을 그치고, 허탄한 지식들을 다 버리고, 추악한 욕심 다 포기하고, 한없이 투명하고 텅 빈 마음으로, 그 안에 오직 하나님으로 가득 채운 그런 순종의 신념으로 만든 언약궤입니다. 하나님은 바로 그 언약궤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하나님 앞에 나와 있더라도, 우리 심령이 내 욕심으로 가득 차 있어서 하나님을 모실 순종의 공간이 비어있지 않으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응답하실 수 없습니다. 주님 앞에 끊임없이 기도하지만, 한 순간도 내 하고 싶은 말만 끝없이 늘어놓고 있으면, 하나님은 응답하실 시간조차 없습니다. 내 말을 그치고 내 생각을 비우고 ‘하나님 나에게 말씀 주십시오. 이 공간에 하나님의 마음을 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명령해주시는 것을 내 삶의 자리에 담아보겠습니다’ 하고 순종하는 텅 빈 마음으로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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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 생명교회 생명재단 바로 여기도 중요하고 소중합니다만 우리에게는 하나님을 만나는 나만의 지성소가 있어야 합니다. 나만의 언약궤가 있어야 합니다. 나만의 속죄판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만나주시는 나만의 장소를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자리는 내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장소가 아닙니다. 앞서 하나님이 하나님의 백성 만나주시는 장소가 어디라고 했나요? 지극히 세속적인 삶의 자리, 하나님과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속되고 속된 자리, 심지어는 하나님께 반역하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그런 나의 부끄러운 자리일지라도, 하나님을 향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고 하나님께 듣고자 하는 순종의 마음으로 가득 차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나의 삶을 재단하고 하나님 명령하신 대로 따라 살아가겠다고 결단하고 주님만을 바라보고 있기만 하면, 바로 그곳에서 아브라함을 만나고 야곱을 만나고 모세를 만나고 요셉을 만나고 바울을 만나고 다니엘을 만나고 요나를 만나주셨던 것처럼 우리의 삶에 주님께서 뚫고 들어와 나를 만나주십니다.

하나님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일상의 평범한 자리를 거룩하고 복된 자리로 바꾸어라.’ 어떻게요?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내 삶을 가득 채워서, 하나님과 만나기 위해 내 삶을 텅 비워서! 나의 모든 삶의 자리를 하나님이 나를 만나주시는 지극히 거룩한 장소로 만들어 가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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