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astro)이 보이지 않는(dis) 재난(disaster)의 시대

오늘은 창조절 둘째주일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 행위는 태초뿐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초엽에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 숨결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도 여전히 덥지만, 올여름 정말 더웠죠? 그런데 가만히 보면, 더위로 인해 힘든 사람도 있지만, 더위 때문에 오히려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이나 기업, 혹은 국가도 있었습니다.

지난 2022년 9월 20일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 강연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1949~  ) 유엔 사무총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큰 이익을 얻은 화석연료 기업들에 ‘횡재 세’를 물려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난과 식량난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에 빠져 있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에너지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덕에, 또한 지구온난화와 폭발적인 무더위로 기록적인 이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이에게 기후 위기와 전쟁은 비극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횡재가 됩니다. 어떤 나라는 전쟁과 지구온난화가 고통이지만, 다른 나라는 사업과 돈벌이의 수단이 됩니다. 

일찍이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으로 이득을 취하는 자들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한 말이죠? “I don’t want to see a single war millionaire created in the United States as a result of this world disaster.” (이 세계적인 재난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백만장자가 미국에서 단 한 명도 나오질 않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인 재난으로 인해 백만장자가 되는 미국인, 아니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전쟁과 재난으로 횡재한 것이죠?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는 횡재가 없는 세상입니다. 따라서 횡재 맞았다면 횡재 세를 전액 물려야 한다는 것이 유엔 사무총장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세금은 고통받는 이웃과 지구를 위해서 써야 할 것입니다.

▲ 고대 지중해 항해 시 별이 보이지 않으면 방향을 찾지 못해 재난 상황이 됩니다

아무튼, 여기서 루스벨트가 한 말 가운데 ‘재난(disaster)’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별(Astro)’이 ‘없는(dis)’ 상태가 disaster, 곧 재난입니다. 곧 별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사실, 지중해와 에게해(Aegean Sea)를 항해하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별을 보고 항로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별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곧 배가 방향을 잃는다는 말이고, 더 나아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재난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 왔습니다. 죄악 된 이 세상에 희망으로 오신 예수님을 별을 보고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이 땅의 재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소망의 빛으로 이끄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늘 세본문 말씀도 이렇게 재난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창조주 하나님께서 역사 하시고, 또한 빛 되신 예수님께서 길을 보여주시고 성령께서 정의롭게 동행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복음서 말씀에서 하나님은 세례 요한이 감옥에 갇혔을 때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셨습니다. 요한은 이제 곧 죽을 운명입니다. 그는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은 요한이 보낸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일을 들려줍니다. 질병 걸린 자, 고통당하는 자, 악귀 들린 자가 나음을 입는 세상입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죽음 앞에 놓인 요한에게 별을 보여주십니다.

또한, 구약 말씀은 형과 아버지를 속인 도망자 야곱의 재난 가운데 임하신 하나님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꿈속에서 야곱을 만나 동행의 약속을 해주십니다. 그리고 사도행전 말씀은 바울이 탄 배가 유라굴로 광풍에 휩싸인 재난의 상황에서, 바울과 그의 일행과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소망을 들려줍니다. 이렇게 별이 없는 재난의 시대에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먼저 복음서 말씀부터 볼까요?

2. 그가 네 앞에서 네 길을 준비하리라

“요한의 제자들이 이 모든 일을 그에게 알리니, 요한이 그 제자 중 둘을 불러, 주께 보내어 이르되,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하라 하매, 그들이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세례 요한이 우리를 보내어 당신께 여쭈어보라고 하기를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하더이다 하니”(눅 7:18-20)

예수님께서 처음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셨을 때만 해도 예수님보다 세례 요한이 훨씬 유명했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 예수님과 같은 대단한 선지자가 등장하면, “제2의 세례 요한이 나타났다.”라고 유대인들은 생각하였습니다.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롯(헤로데 안티파스)도, 예수님의 소문에 혹시 죽은 세례 요한이 살아난 것은 아닌가 하고 두려워했습니다.

사실, 세례 요한은 로마제국의 비호를 받는 권력자 헤롯 왕의 부정한 행동을 신랄하게 지적했습니다. 특히 동생의 아내를 취한 것에 관해 신랄하게 책망합니다. 그러자 헤롯의 아내였던 헤로디아(1)가 세례 요한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 헤롯은 세례 요한을 거룩한 사람으로 여겨 함부로 죽이지 못합니다. 그렇게 세례 요한이 옥에 갇혀 있을 때입니다.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세례 요한도 들었습니다. 따라서 옥에 있는 세례 요한이 자기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질문합니다. 메시아가 당신인지, 아닌지 말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답하십니다.

▲ 헤롯과 헤로디아를 비난하는 세례 요한

“마침 그 때에 예수께서 질병과 고통과 및 악귀 들린 자를 많이 고치시며 또 많은 맹인을 보게 하신지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먹은 사람이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하시니라.”(눅 7:21-23)

절망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예수님을 통한 희망의 복음입니다. 메시아가 와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소망의 말씀을 요한의 제자들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세례 요한에 대하여 이렇게 언급하십니다.

“요한이 보낸 자가 떠난 후에, 예수께서 무리에게 요한에 대하여 말씀하시되,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그러면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나갔더냐? 부드러운 옷 입은 사람이냐? 보라! 화려한 옷을 입고 사치하게 지내는 자는 왕궁에 있느니라. 그러면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나갔더냐? 선지자냐? 옳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선지자보다도 훌륭한 자니라.”(눅 7:24-26)

이후, 세례 요한은 헤롯의 생일잔치 날, 헤로디아와 딸(살로메)의 잔꾀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춤을 춰 헤롯으로부터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세례 요한의 목을 소반에 담아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악한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의로운 이들은 실패하고 재난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3. 재난은 왜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존 머터 교수의 책 『재난불평등: 재난은 왜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동녘, 초판 2016, 개정판 2020)는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장소와 시기에 따라 왜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답입니다. 머터 교수는 재해가 단순한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경제적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그것은 바로 ‘불평등의 민낯’입니다. 머터 교수의 말을 들어볼까요?

▲ 『재난불평등』 표지

“‘부자가 이기고, 가난한 사람이 진다.’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자연재해의 결과 또한 불공평할 것임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재난은 어떤 면에서는 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지만, 결코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지는 못한다. 재난은 모두가 서로를 끌어 주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각 집단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다르고, 각 집단이 대응할 방법도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재난은 각자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각 집단이 재난을 활용하는 방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부자는 이용하고, 가난한 사람은 못한다. 슘페터의 광풍은 부자의 요트에 바람을 불어넣지만 가난한 자의 부실한 탈 것은 가라앉게 만든다. 부자는 더 멀리 피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빈곤의 덫에 갇혀 있거나, 덫 안쪽으로 더욱 미끄러져 들어간다.”

머터 교수는 왜 재난 사망자의 다수가 빈민층인지, 그리고 재난 발생 당시와 그 전후의 극복 과정에서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재난에 투영되고 답습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머터 교수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스톡홀름 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형태가 동일한 지리 물리학적 사건이 발생할 때 부유한 나라의 사망자 수는 가난한 나라 사망자 수의 30%밖에 되지 않았다. 국가가 발전하면 재난의 위험과 사망률은 낮아진다. 부유할수록 더 안전해진다는 말이니, 최상의 재난위험감축 전략은 부유해지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왜 이런 연구 결과가 나오는지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가난한 나라에는 재난 대비나 피해 경감을 돕는 기관이 없거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사람들 대다수가 부실한 건물에서 산다. 그런 기관들은 대체로 부의 산물이며, 재난으로부터 부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재해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재난은 목숨을(때로는 비극적일 만큼 엄청난 목숨을) 앗아가는데,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수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2010년 아이티에서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힌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 수는 30만 명에 달했고, 손해액은 연간 GDP의 100%에 해당하는 액수보다도 훨씬 컸습니다. 반면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아이티 지진보다 더 큰 규모로 도시를 덮쳤지만, 사망자 수는 아이티 지진에 1할에도 못 미쳤고 복구는 고작 몇 달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재난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반대로 재난 피해의 크기는 재난의 크기와 무관하며 사회 구조와 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 불평등이 그 크기를 결정합니다. 머터 교수는 그것을 본 것입니다.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를 뒤흔든 지진, 아프리카 남부를 휩쓴 태풍 이다이, 일본과 파키스탄을 덮친 폭염 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등을 2020년 재판에서는 언급하며, 이러한 사태 이후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의 양상이 동일한 것에 한탄합니다. 머터 교수의 질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연재해’인가? 지진과 태풍처럼 바이러스는 부자와 빈자, 흑인과 백인, 기독교도와 힌두교도, 유대인과 모슬렘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질병’과 ‘재난’은 분명 다르지만 닮은 점이 너무나도 많다.”

재난이 약자에게, 빈곤한 국가에 더 가혹하다는 것입니다. 하박국의 외침처럼, “악인이 득세하는데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의인의 최후 승리를 노래합니다. 시편 기자는 이것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 주께서 참으로 그들을 미끄러운 곳에 두시며 파멸에 던지시니, 그들이 어찌하여 그리 갑자기 황폐되었는가 놀랄 정도로 그들은 전멸하였나이다(시 73:17-19).”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감옥에서 세례 요한은 헤롯과 헤로디아의 몰락은 물론, 역사의 궁극적 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담대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새로운 세상, 곧 하나님 나라를 여는 예비자, 곧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는 이가 됩니다. 따라서 복음서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하는 세례 요한을,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는 없다고 극찬합니다.

“기록된바,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앞에서 네 길을 준비하리라 한 것이 이 사람에 대한 말씀이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도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니라 하시니”(눅 7:27-28)

4. 이제는 안심하라!

바울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 황제로부터 직접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를 향해 출발한 바울 일행은 항해 도중, 미항에서 겨울을 지나도록 권고하는 바울의 말을 무시하고 무리한 항해를 하다가, 유라굴로 광풍을 만나게 됩니다(이 여행, 곧 바울의 로마 행을 4차 전도여행으로 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별이 보이지 않는 재난의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이렇게 의인에게 고난과 재난은 끊임없습니다. 사도행전 말씀을 볼까요?

“남풍이 순하게 불매, 그들이 뜻을 이룬 줄 알고 닻을 감아 그레데(크레타) 해변을 끼고 항해하더니, 얼마 안 되어 섬 가운데로부터 유라굴로라는 광풍이 크게 일어나니, 배가 밀려 바람을 맞추어 갈 수 없어 가는 대로 두고 쫓겨가다가, 가우다라는 작은 섬 아래로 지나 간신히 거루를 잡아끌어 올리고 줄을 가지고 선체를 둘러 감고 스르디스에 걸릴까 두려워하여 연장을 내리고 그냥 쫓겨가더니, 우리가 풍랑으로 심히 애쓰다가 이튿날 사공들이 짐을 바다에 풀어 버리고, 사흘째 되는 날에 배의 기구를 그들의 손으로 내버리니라.”(행 27:13-19)

▲ 바울의 4차 전도여행, 난파라 쓰인 곳에서 유라굴로 광풍을 만남

사도 바울이 타고 가던 배가 그레데 해역에서 풍랑을 만났습니다. 이 배에 바울을 포함하여 276명의 선원과 승객이 타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죄수의 신분으로 가이사에게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로 압송되는 중이었습니다. 총독 베스도의 명을 받은 백부장 율리오가 바울을 호송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이 탄 배의 이름은 알렉산드리아 호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지중해 연안의 여러 항구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운항하는 호화 여객선입니다. 그러나 풍랑을 만나 파선의 위기에 직면하였습니다. 구원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쳤습니다. 이때 바울이 사람들 앞에 나섭니다. 말씀을 볼까요?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아니하고 큰 풍랑이 그대로 있으매, 구원의 여망마저 없어졌더라. 여러 사람이 오래 먹지 못하였으매, 바울이 가운데 서서 말하되, 여러분이여! 내 말을 듣고 그레데에서 떠나지 아니하여 이 타격과 손상을 면하였더라면 좋을 뻔하였느니라.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이제는 안심하라. 너희 중 아무도 생명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겠고 오직 배뿐이리라.”(행 27:20-22)

담대한 바울의 말입니다. 바울은 재난 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계속해서 바울의 말을 들어볼까요?

“내가 속한바, 곧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사자가 어젯밤에 내 곁에 서서 말하되,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가이사 앞에 서야 하겠고 또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항해하는 자를 다 네게 주셨다 하였으니, 그러므로 여러분이여! 안심하라.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 그런즉 우리가 반드시 한 섬에 걸리리라 하더라.”(행 27:23-26)

이렇게 별이 보이지 않는 재난의 상황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믿고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알렉산드리아 호의 사람들은 바울의 말대로 배만 손상을 입고 모든 사람이 살아남게 됩니다. 재난의 상황이 복음 전도의 상황, 믿음의 사람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망의 순간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구약 말씀은 또 다른 재난을 만난 사람을 보여줍니다. 바로 야곱입니다. 그의 재난은 사실, 그가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물론, 어머니 리브가와 함께,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하나님의 예언 말씀에서 시작되었죠?). 먼저 말씀을 볼까요?

5. 하나님의 집, 벧엘

▲ 도메니코 페티, <야곱의 꿈에 나타난 하늘 사닥다리>(1620)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창 28:10-12)

잘 아시다시피, 아버지와 형을 속인 야곱은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밧단아람으로 도피하던 중이었습니다. 가는 도중, 벧엘에서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꿈속에서 사닥다리를 보고 하나님을 만난 것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어디로 가든지 함께 하시고 도와주시겠다고 언약하셨습니다. 놀라운 말씀입니다. 이렇게 창세기 족장사는 아브라함에게서 이삭으로, 이삭에게서 야곱으로 계승됩니다.

사실, 야곱과 에서는 쌍둥이였는데, 야곱이 동생이죠? 이들이 어머니 리브가의 배 속에 있을 때, 하나님은 리브가에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리라 하셨더라(창 25:23)” 어머니 리브가는 이 말씀을 이루기 위해 남편 이삭을 속여 야곱에게 장자의 축복을 받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에서는 야곱을 죽이려고 했고 야곱은 집을 떠나 외삼촌이 있는 밧단아람으로 도망갑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야곱이 벧엘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잘 때, 꿈에서 하나님을 만난 말씀입니다. 계속 말씀을 볼까요?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 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 지라.”(창 28:13-15)

고난의 자리가 하나님의 집(벧엘)이 됩니다. 아버지와 형을 속인 야곱이지만, 그래서 도망자 신세지만, 그는 꿈속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재난의 현장에서 꿈을 꾸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재난의 자리가 하나님을 만나는 성소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이렇게 고백합니다.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이에 두려워하여 이르되, 두렵도다. 이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하고, 야곱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 하였더라. 이 성의 옛 이름은 루스더라.”(창 28:16-19)

이후 야곱은 외삼촌 라반에게 속죠? 온갖 고초를 겪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나님께서 약속한 언약의 백성을 잊지 않으시는 것이겠죠? 그리고 야곱은 마침내 형 에서를 다시 만나 화해합니다. 이렇게 재난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난 이들은 별이 없는 재난의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집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창조주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은 재난을 통해 자기 이익을 구하는 이들은 반드시 그 재난으로 자신이 그대로 당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재난 가운데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망망대해에서 길 잃은 배가 발견한 저 하늘의 밝은 별처럼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을 꿈꾸시고 살아가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오늘이 교회연합주일인데, 이 땅의 교회들이 서로 연합하여 서로에게 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미주

(1) 헤로디아는 헤롯 대왕의 손녀이며, 헤롯 대왕과 마리암네 1세(유대왕조의 혈통, 사두개파) 사이에서 태어난 헤롯 아리스토불루스의 딸이며 헤로데 아그리파 1세는 그녀의 남자 형제이다. 삼촌인 헤로데 2세(헤로데 빌립보1세)와 결혼해서 딸 살로메를 낳았다. 그러나 23년경, 이혼하고, 또 다른 삼촌인 분봉왕 헤로데 안티파스와 결혼했다. 이 결혼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았지만, 서로에게 유리한 조건의 결합이었다. 장차 왕위를 노리는 헤로데 안티파스의 입장에서는 하스몬 왕조 후손인 헤로디아의 결합이 왕위 계승에 큰 도움이 되었고, 헤로디아도 이 결혼으로 사회적 지위를 한 단계 높여 왕비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결혼은 모세의 율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여겨져 신앙심 깊은 많은 유대인의 반감을 샀고, 특히 세례 요한은 헤로데와 헤로디아의 결혼이 옳지 못하다고 비난했으며 이 일로 인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최병학 목사(종교인문학연구소 소장)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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