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eter Bruegel the Elder, 「Umkreis Werke der Barmherzigkeit」 ⓒWikimediaCommons

하나님은 그의 영원 어느 한 때에 우주를 창조하셨습니다. 그 시점이 언제이든 그 시간은 영원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창조와 더불어 시작된 시간은 영원 안에서 닫혀 있는 시간입니다. 우주의 시간이 아무리 길게 보여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영원 안의 시간으로 닫힌 시간입니다.

우주의 종말이 영원 안에 있습니다. 영원과 함께 할 시간은 종말과 함께 이루어질 새창조의 시간입니다. 하나님은 성서를 통해 우리를 바로 그 새창조의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그런 점에서 창조와 새창조는 한편으로는 단절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속입니다.

단절과 연속이 어떻게 가능할런지요? 이 물음에 답하는 마태복음 본문은 마지막 심판에 관한 것으로 성서 전체를 대표하는 본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반드시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할 본문입니다.

마지막 심판은 새창조의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사람들을 선발하는 길목입니다. 그런데 선발 기준이 너무나 소박해서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수에게 어떻게 했느냐가 심판의 기준입니다. 한가지 조심할 것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들의 반문에 알 수 있듯이, 주님께 이 말을 듣는 이들은 주님을 알고 믿는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본문을 로마서 1-3장, 특히 1,19-20; 2,9-15; 3,29-30에 비춰보면, 이 심판 기준은 믿는 자들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추론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심판자는 주님이시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는 이 정도에 머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와 주님의 관계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은 이들은 주님께서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사람들아, 와서, 창세 때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라”고 하신 판결보다 그 이유에 더 놀랍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언제 그리 했습니까? 누가 굶주린 주님, 목마른 주님, 헐벗은 주님, 병든 주님, 나그네 되신 주님, 옥에 갇힌 주님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주님을 만날 것이라고 꿈엔들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놀란 사람들에게 주님은 ‘나의 지극히 작은 이 형제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 놀랍니다. 굶주리거나 목마르거나 헐벗은 사람들, 병든 자들, 낯선 이방인들, 옥에 갇힌 자들에 관심을 갖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나아가 배척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들을 형제들, 그것도 자기의 지극히 작은 형제들이라고 하며 그들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오늘날 빈민, 노숙인, 난민, 병들었으나 치료받지 못하는 자, 양심범 등의 형태로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그들을 주님은 자신의 지극히 작은 형제들이라고 부릅니다. 주님의 형제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그들보다 큰 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마지막 심판에서 판결을 듣고 있는 이들은 그들 가운데 속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여하튼 주님께서 그의 지극히 작은 형제들이라고 말씀하시는 자들은 교회 안팎 어디에나 있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심판 이야기는 우리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것을 허락받은 이들은 주님이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형제들이 불쌍하고 안쓰럽고 애처로워서 그리고 미안해서 그리 했습니다. 이는 예수께서 불쌍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고치셨던 것과 닮았습니다.

마음을 따라 그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믿음이나 사랑 등을 말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처럼 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할 마음을 갖지 못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성서에 꼭 맞는 지침이 있습니다. 황금률로 일컬어지는 마태복음 7,12의 말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지 그들에게 그대로 하십시오’ 이 말씀을 따라 자신을 돌아보고 질문한다면 용기를 얻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저 사람과 같은 처지에 있어 누구라도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내 앞의 사람이 그냥 지나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도와주고 찾아주고 환대해주기를 바라는가? 여러분이 바라는 대로 행동을 결정하겠지만, 전자를 바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반성과 결정이 반복되면 마침내 마음도 그와 같이 바뀌지 않을까요? 본래 마음이 그렇든 자기훈련을 통해 마음이 그렇게 되든 불쌍한 마음을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우리가 되고 하나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기를 빕니다.

마지막 심판 이야기는 그렇게 살도록 권고하고 그렇게 사는 자에게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을 약속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약속을 듣고 읽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런지요?

하박국 본문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묵시의 형태로 주어진 약속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다루기 때문에 오늘의 마태복음 본문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4-5a절에서 사람들은 세 유형으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아예 관심이 없는 자(4a절), 둘째는 묵시 실현 약속을 믿고 그 실현을 기다리며 끝까지 신실하게 사는 사람, 셋째는 처음엔 둘째 유형의 사람과 같지만 도중에 세상의 유혹과 즐거움 때문에 믿음과 신실함을 저버리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구별은 마 13,1-9.18-23의 씨뿌리는 자의 비유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심판 이야기는 하나님의 나라가 오고 그에 따라 심판이 있을 것과 심판의 기준을 알리는 일종의 묵시요 약속입니다. 이 말씀을 깨닫고 이 땅에서 우리 삶의 태도와 방향을 결정하고 끝까지 그렇게 사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디에 있든 이 말씀을 따라 우리의 마음을 살피고 약자와 고통당하는 자들의 현실에 공감하며 행동하는 삶을 살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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