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hn Martin, 「Joshua Commanding the Sun to Stand Still upon Gibeon」 (1827) ⓒWikimediaCommons

1.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어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지도자가 됩니다. 모세가 누굽니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온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다윗과 함께 모세를 손꼽습니다. 모세는 하나님과 대면하여 만났던 유일한 사람이며, 하나님과 언쟁하며 담판을 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장 위대한 출애굽 사역을 앞장서서 수행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여호수아가 모세를 이어 지도자가 되었을 때 그 부담감이 얼마나 컸겠어요. 평화로울 때 한 집단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지금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 앞에 도착해서 강력한 적들을 맞아 전쟁을 해야 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담대했어요. 쫄지않았어요. 여호수아가 진짜로 모세에 비할만큼 엄청난 사람이어서 아무 문제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교만한 사람이어서 그랬나요?

오늘 함께 읽은 여호수아 말씀은 여호수아가 이제 그 모든 삶의 임무를 마치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입니다. 오늘 여호수아의 마지막 유언을 통해서 여호수아가 평생에 걸쳐서 담대할 수 있었던 것이 무슨 이유인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2.

신앙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하는데, 그 모습이 다 똑같지 않다는 말이지요. 사람들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모습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한 사람 안에게서도 신앙생활의 모습이 시시각각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 좋은 신앙이고 어느 것이 나쁜 신앙인가 하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그 장단점을 인지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다듬어가야 하는 것이지요.

저는 신앙의 유형을 두 가지로 종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확신하는 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의심하는 신앙입니다. 확신과 의심. 이 두 가지가 우리의 신앙의 모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논리학에서 변증법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한 가지 주장이 있으면, 그에 반대되는 다른 주장이 있고, 이 두 가지 주장이 서로 대립하고 조화를 이루고 교정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진리로 나아간다는 것이지요. 이를 정반합이라고도 말합니다.

하나의 논리, 하나의 주장만 옳다 하고, 다른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배제해 버리면, 그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결국 고인 물처럼 썩어버리고 맙니다. 반대로 어떤 논리나 주장에 대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면서 늘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으면, 혼란 속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이 두 가지가 건강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참된 발전이 온다는 것입니다.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믿는 믿음, 내가 체험한 은혜, 나에게 찾아오신 하나님, 내가 알게 된 진리, 우리는 이런 확신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확신하는 신앙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는 의심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믿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내가 경험한 것이, 내가 체험한 것이 정말 하나님이 주신 은혜 맞는가? 내가 만난 하나님이 하나님 맞는가? 내가 진리라고 깨달은 것이 진짜 진리인가? 우리에게는 이런 의심이 있어야 합니다. 정당한 의심입니다. 이것이 의심하는 신앙입니다. 진리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된 ‘나 자신’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지요.

확신하는 신앙이 없으면, 우리는 신앙인이 될 수조차 없습니다. 아예 신앙의 길에 들어서지 못합니다. 그러나 확신과 함께 의심하는 신앙이 없으면,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진리의 길에 바로 서지 못하고, 나의 신앙, 나의 종교, 나의 진리에만 머무르게 되어 부패하고 왜곡된 신앙 속에 머물게 됩니다.

3.

오늘 여호수아가 보여주는 것은 이 두 가지 신앙 중에서 확신하는 신앙의 모습입니다. 그것도 매우 강력한 확신입니다. 확고한 신앙입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보여주신 것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는 결단과 결의가 그의 삶에 가득합니다.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원래 그 이름을 ‘호세아’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를 모세가 여호수아라고 바꾸어 부릅니다. 호세아라는 말은 ‘구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여호수아는요? ‘하나님이 구원이시다’라는 말입니다. 막연히 구원을 갈망하고 소망하기만 하던 존재였어요. 구원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르고 구원을 주시는 분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구원을 소망하기만 했어요. 그런 그가 출애굽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깨닫습니다. ‘나를 구원하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구나, 나의 구원이 어디에서 오는지 몰랐더니, 이제 그 구원은 하나님에게서 오는 줄 알았다. 이제 나는 하나님만을 믿어야 겠다.’ 호세아가 여호수아로 바뀐 것입니다.

여호수아의 확신, 그 확고함은 그의 인생의 주요 사건들에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광야를 지나서 가나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모세는 12명의 정탐꾼들을 먼저 가나안 땅에 보냅니다. 그 정탐꾼들이 돌아와서 보고를 하는데, 백성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저 땅은 살기 좋은 땅이긴 한데, 우리가 들어가서 점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저 땅에 사는 사람들은 기골이 장대한 거인들이어서 우리는 메뚜기 같다. 우리는 저 사람들 밥이다.’ 백성들이 울며 한탄합니다. ‘이럴 거였으면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가면서 하나님을 따라왔는가?’

그런 백성들 앞에 나선 게 누굽니까? 바로 여호수아와 갈렙입니다. 여호수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맞습니다. 저 땅에 사는 사람들은 거인 같습니다. 기골이 장대하고 우리와 비교할 수도 없이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판단입니다.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믿습니까? 우리의 눈을 믿습니까? 우리의 판단을 믿습니까? 아니면, 하나님의 눈을 믿고 하나님의 판단을 믿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습니까? 나는 하나님을 믿을랍니다. 내 눈에도 저들이 강해 보입니다. 그래서 두렵고 떨립니다. 그렇지만 나는 하나님을 믿기에, 마음으로는 두려워도 우리가 이기리라고 확신합니다.’

모세가 그 명을 다하고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웠을 때도 여호수아가 보여주는 모습은 확고한 확신입니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모세와 함께 했던 것처럼, 너와 함께 하고 너를 떠나지 않고 너를 버리지 않겠다. 굳세고 용감해라. 그러면 너는 어디를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 여호수아 1장의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믿고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건너고,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고, 가나안 온 땅을 점령하게 됩니다.

여호수아 21장 45절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사람에게 약속하신 모든 선한 말씀이, 하나도 어긋남이 없이 그대로 다 이루어졌다.’ 하나님의 약속이 그대로 성취되는 일이 여호수아의 손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던 것이 바로, 여호수아의 확고한 신앙입니다.

4.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여호수아의 진짜 마음을 생각해 봅시다. 그 내밀한 속을 들여다 봅시다. 여호수아가 아무런 고뇌 없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아무런 마음의 혼란이나 동요함이 없이 이 모든 일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여호수아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확신의 신앙만을 지켜왔을까요?

오늘 본문 말씀에서 여호수아는 지금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중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두 세겜에 불러 모으고, 장로들과 우두머리들과 재판관들과 모든 공직자들을 불러냅니다. 그리고는 긴 유언을 합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 하나님이 되셨는지,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셨는지, 그 구원의 길에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던집니다. ‘자, 이제 결단하십시오. 하나님을 믿던지, 다른 신을 믿던지 하시오. 오직 나와 내 집은 주님을 섬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백성들은 당연히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대답합니다. 여호수아가 그런 백성들을 칭찬하고 ‘그래 잘 생각했다. 앞으로 하나님을 잘 섬겨라’ 하고 격려하고 끝나면 좋겠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여호수아가 말합니다. ‘아니다. 당신들은 하나님을 섬기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을 배반할 것이다. 하나님에게 등 돌릴 것이다.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당신들에게 하나님이 심판을 내릴 것이다. 당신들을 멸망시켜 버릴 것이다!’ 백성들을 당황합니다. ‘아닙니다.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정말로 하나님만 섬기겠습니다.’

그러자 여호수아가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그래? 그러면 여기 세겜에서 지금 한 이 모든 약속을 잘 기록하고, 하나님의 성소 옆에 상수리나무 아래에다가 큰 돌을 놓고, 이 돌을 증거로 삼자. 이 돌이 우리가 한 모든 말을 들었다. 이 돌이 증인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돌아보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창세기 족장시대를 거쳐 출애굽 사사 시대를 거쳐 이스라엘 왕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 패턴은 계속 반복됩니다. 바로 이런 것입니다. ‘고난을 만난 백성들이 하나님께 호소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구원하십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러나 곧 다시 하나님을 배신하고 그들에게 고난이 닥칩니다.’ [고난 중에 하나님께 호소하고, 구원받고, 감사하고, 배신하여 다시 고난받는] 이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성서는 어쩌면 이렇게 어이없는 인생들의 반복을 증언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그런 어이없는 삶에서 뛰쳐나오라고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호수아의 시대에도 이런 패턴은 반복되었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런 백성들의 어리석은 순환의 굴레를 평생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호수아는 특별히 그런 패턴 사이에 증인과 증언이라고 하는 새로운 단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성찰 없는 구원과 성찰 없는 감사 앞에 구원과 감사에 대한 철저한 성찰의 단계를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신이라고 하는 결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구원을 철저하게 받아들이고 그 구원에 대한 감사와 찬양의 삶을 철저하게 살아가면, 하나님의 구원을 배반하고 하나님께 등 돌리는 그 악의 고리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호수아의 확신의 신앙은 바로 여기에 근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호수아는 인성 자체가 뛰어나서 강한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여호수아의 신앙심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서 결코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여호수아의 신앙 패턴에는 하나님의 구원,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상고하는 단계가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배신으로 배반으로 나아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5.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잊고 살면, 기억하지 못하면, 하나님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혼자는 힘들다면 서로서로 그 기억을 되새겨 주라는 것입니다. 잊지 않도록 서로 증언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구원을 말하지 않고 그 구원을 증언하지 않고 입 닫고 있으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구원을 말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증거하지 않으면, 하나님에게서 돌아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힘으로 기억하기 어려우면 돌이라도 무더기로 쌓아놓고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사회가 나라가 국가가 역사가,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하나님의 구원을 기억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정의에서 돌아서고, 하나님의 공의를 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평화에서 눈돌려 버리면, 그런 사회는 그런 나라는 그런 역사는 썩어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스라엘이 온 역사를 통해 증언합니다. 여호수아가 오늘 돌무더기를 세워놓고 ‘우리가 증언하지 않으면 이 돌을 봐서라도 기억하자’ 하고 약속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간들은 그 증언을 회피하고 그 증거를 무시하고 하나님께 등 돌려버렸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온 성서의 증거입니다. 이스라엘의 부끄러운 역사가 오늘날 성경이 되어 있는 것은 그 안에서 성령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증거가 있는 것입니다.

증언하자는 겁니다. 증거하자는 겁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을 목격한 하나님의 섭리의 증인인데 지금 이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예수의 구원에 증인이 되어서 증거자가 되어서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걸어라’ 하니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난 것처럼, 우리 모두가 세상에 나가서 예수를 증거 하면, 하나님의 구원을 증거 하면, 이 세상이 이 역사가 벌떡 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구원을 증거하지는 않으면서, ‘세상이 요지경이다. 역사가 거꾸로 간다’ 하고 한탄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가 그저 부적처럼 바라보면서, 납작 엎드려서 ‘우리를 구원하시니 감사합니다’ 하고 주문이나 외우는 그런 상징물이 아닙니다. 그 십자가는 엎드려 있는 우리를 잡아 일으켜주는 손입니다. 이미 구원받은 우리를 증거자로 일으켜 세우는 힘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 하나님의 자녀들아, 이제 그 구원을 증거하고 증언해라. 세상에 널리 외쳐라.’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방식으로! 십자가의 방식으로!

여호수아는 돌이라도 쌓아놓고 절대 잊지 말자고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하나님만을 붙드는 확신의 신앙이 공고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확신이 우리에게 임한 하나님의 구원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 구원에 대한 확신은 어디 먼데서 다른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이 그 구원에 대한 증인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가 증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구원을 증언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모습이, 우리가 살아온 이 삶이, 우리가 누려온 이 역사가 하나님의 구원의 증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몸소 보여주십니다. 그 증언하는 법을 보여주십니다. 아버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보혜사 성령 진리의 영이 우리와 함께 있어서 그 증언을 할 수 있도록 힘주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있었고,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 증언의 길에 앞장서십니다.

오늘 우리는 이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어떻게 하나님의 구원을 증언할 것인가?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세상에 하나님의 구원에 대해 어떤 증거를 하고 있는가? 고민하기 바랍니다.

증언자로 살아갑시다.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구원의 증거가 되게 살아갑시다. 이 사회 앞에서 역사 앞에서 하나님의 진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구원의 증거자가 됩시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