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교수와 김학철 교수를 향한 근본주의적 창조론과 창조과학론자들의 비판은 과학적 근거도 신학적 근거도 없다.

최근 서울신학대학교 박영식 교수를 둘러싼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11월,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창조과학 관련 강의가 개설되자 박 교수는 이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이는 창조과학이 사이비 과학이라고 주장하며, 유신진화론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비판한 것이다.

또한 어느 강연 자리에서 창조론을 비판한 연세대학교 김학철 교수가 비난이 대상이 되고 있다. 김 교수 강연의 핵심은 창조과학은 전혀 과학적 근거도 없는데 마치 과학적인양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담배 전략’이라고도 했다.

이 두 사건은 공통 문제는 바로 근본주의적 창조론 혹은 창조과학을 비판하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박 교수의 사건부터 따라가 보자.

창조론 비판이 이단이 되는 이상한 한국교회

이에 서울신대는 박 교수의 비판에 대해 신학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학교측은 2022년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 2023년 3월에는 교원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청했다. 결국 서울신대 법인이사회는 2024년 6월 4일 박영식 교수의 해임을 최종 확정했는데, 해임 사유는 신앙 선언문 위배와 교원 품위 손상으로 명시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 신학대학의 조직신학자들은 서울신대의 조치를 “21세기 갈릴레이 재판”으로 규탄하며, 박 교수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 교수도 학교측의 해임 처분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는 교원의 신분 보호와 권익 구제를 위해 설립된 행정심판 제도로, 교원이 징계처분이나 그 외 불리한 처분을 받았을 때 이를 불복하고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러한 법적 타툼 끝에 2024년 9월, 교원소청심사위는 박 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교원소청심사위는 “청구인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행위로 무엇을 위배한 것인지 알기 어려우며, 청구인의 징계 사유가 되는 비위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아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교수가 한 “‘공식적 의사 표명’과 ‘저작물 발표’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결국 창조과학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감정대립이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창조과학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신대는 박 교수의 비판을 교단의 창조론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단의 공식 입장도 없는 상태에서 학교측이 이러한 결정은 한 것은 이른바 정치적 의도가 그 밑에 깔려있었다는 것 외에는 다른 판단이 들어서지 않는다.

또한 최근에는 연세대 김학철 교수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김 교수는 “기독교교양학의 전망에서 창조 논란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창조과학이 공인되지 않은 지식을 주장하며 과학 부정론을 펼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창조과학이 과학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고 무신론, 세속화 등을 운운하며 진화론을 공격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강연이 있은 후 많은 이들은 박 교수에서 김 교수로 비판이 몰려가고 있다.

한 가진 분명한 점은 한국 신학계는 교단이나 비신학자들의 입김이 작용해 학문적 자유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창조론, 특히 근본주의적 경향을 띤 창조과학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한국 교계의 특징이 되어버렸다. 이는 현대 기독교 신학에서 끊임없이 논쟁의 중심이가도 하다.

또한 이 문제는 단순히 과학과 신앙의 충돌로만 볼 수 없다. 이는 신학적 해석의 본질, 성경의 권위, 그리고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제기한다. 근본주의적 창조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신학적 사유의 폭을 좁히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축소 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창조론 과도한 몰입의 신학적 문제: 성경 해석의 문자주의적 경직성

창조론의 근본주의적 해석은 성경의 창조 기사, 특히 창세기 1-2장을 문자 그대로의 역사적·과학적 기록으로 간주한다. 이는 지구의 나이를 6천 년으로 한정하고, 6일 창조를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며, 진화론을 배척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성서신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성경은 신학적 문헌이지 과학 교과서가 아니다. 창세기 1장은 고대 근동의 우주론적 맥락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창조의 질서를 선포하는 신학적 서사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하루”(히브리어: יוֹם, 욤)는 문자적 24시간을 의미하기보다는 창조 과정의 단계적 질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고대 교부들 사이에서도 공유된 해석적 유산이다. 오리겐(Origen)은 『원리들에 대하여』(De Principiis)에서 “하루”를 영적 또는 상징적 시간 개념으로 이해했으며, “창조의 날들은 하나님의 영원한 질서를 인간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았다(1.19). 이는 문자주의적 해석을 넘어 창세기를 알레고리적으로 읽는 전통을 열었다. 현대 신학에서 오리겐의 방법은 지나친 상징주의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의 통찰은 성경의 신학적 목적을 과학적 사실로 축소하는 오류를 경계한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글자 그대로 본 창세기』(De Genesi ad Litteram)에서 “창조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의 영원한 행위이며, 인간의 이해를 위해 나누어 설명된 것”이라고 주장하며(IV.33, VI.12), 시간 자체가 창조의 일부임을 강조했다. 이는 창조의 “순간성”이 인간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신비임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자주의적 해석은 성경의 문학적·신학적 다층성을 무시한다. 창세기 1-2장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창조 기사를 포함하며(1:1-2:3과 2:4-25), 이는 창조 순서의 차이, 인간 창조의 시점 등 상충되는 세부사항을 보여준다. 이는 고대 히브리 문학의 병렬 서술 기법의 전형이며, 하나님의 창조 활동을 다양한 신학적 관점에서 조망하기 위한 의도적 구성이다.

이를 과학적 연대기로 강제하면, 성경의 신학적 메시지—하나님의 창조주 되심과 인간의 피조물성—이 왜곡된다. 성경을 과학 논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문자주의는 신학적 상상력과 해석의 다양성을 억압하며, 성서를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경험하기보다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증거로 고착시킨다.

신앙의 본질 왜곡: 하나님의 계시를 인간 이해로 축소

창조론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태도는 신앙의 본질을 왜곡한다. 신앙은 하나님의 신비를 신뢰하는 행위이며, 이는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해명될 수 없는 영역을 포괄한다. 그러나 창조과학과 같은 접근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과학적 증거로 입증하려는 시도를 통해, 신앙을 이성적 확실성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이는 신학적으로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

전통적인 신학적 입장은 하나님의 창조는 피조물의 범주를 초월하는 사건으로 파악한다. 칼 바르트(Karl Barth)는 『교회 교의학』(Church Dogmatics) III/1에서 창조를 “하나님의 자유로운 결단”이라 명명하며, “창조는 인간의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 자유 행위이며, 오직 계시와 신앙을 통해 수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94쪽).

바르트는 문자주의를 비판하며 창조의 신비를 인간의 과학적 틀에 가두는 것을 경계했지만, 동시에 진화론에 대해서도 신학적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진화론이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자연적 과정으로 환원할 위험을 우려했으며, 이는 창조론 논쟁에서 균형 잡힌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히브리서 11:3은 “믿음으로 우리가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아노라”고 선언하며, 창조의 근거를 신앙적 신뢰에 둔다.

이와 같은 전통은 동서양 교회 모두에서 발견된다. 동방 정교회의 신학자 블라디미르 로스키(Vladimir Lossky)는 『신비신학』(The Mystical Theology of the Eastern Church)에서 창조를 “성부의 뜻, 성자의 말씀, 성령의 에너지의 결과”로 보며, 삼위일체적 신비로 접근한다(91쪽). 로스키는 창조의 초월성을 강조하며, 이를 과학적 설명으로 환원하려는 시도가 신앙의 본질을 손상한다고 보았다. 이런 시각에서 창조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는 신앙의 초월성과 계시의 본질을 협소화한다.

동시에, 현대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광대함—138억 년의 역사, 수십억 개의 은하, 진화의 복잡한 과정—은 하나님의 창조의 웅장함을 드러내는 증거로도 해석될 수 있다. 루터(Martin Luther)는 창조 질서 안에서 하나님을 인식하는 방식을 “하나님의 가면”(larva Dei)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며, 자연을 통한 계시의 간접적 매개를 강조했다(『창세기 강해』, WA 42:11).

그러나 루터는 자연을 하나님의 본질을 직접 드러내는 증거로 보지 않고, 죄로 왜곡된 피조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로운 섭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로 간주했다. 따라서 이 개념은 자연과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신앙의 궁극적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 학문적 토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교계와 신학계는 분명히 잘못되었다. ⓒGetty Images

공동체적 파괴: 신앙의 분열과 반지성주의

창조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신앙 공동체에도 해를 끼친다. 이는 신학적 입장의 차이를 신앙의 정통성 문제로 확대하며, 교회 내 분열을 초래한다. 특히 한국 교회 내에서는 앞서 언급한 박영식 교수와 같이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신학자나 설교자들은 “이단” 또는 “불신자”로 낙인찍히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진화론을 수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앙의 본질을 의심하는 풍토로 이어진다.

이러한 태도는 신학적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으며, 공동체의 내적 통합을 파괴한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10에서 “너희가 다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하며, 신앙의 일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창조론 논쟁은 “같은 말”의 내용을 문자주의적 해석으로 고정시키며, 신앙의 일치를 신학적 획일성으로 오인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더 나아가, 창조과학의 반지성주의적 태도는 기독교 신앙의 공적 신뢰성을 손상시킨다. 창조과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외면하며, 이를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창조과학 내에서도 헨리 모리스(Henry Morris)와 같은 이들은 『홍수 지질학』(The Genesis Flood, 1961)에서 지질학적 증거를 동원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학문적 시도를 했다. 이들의 방법론은 과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를 단순히 반지성주의로만 치부하기보다는 그 한계—가설 검증의 부재와 신앙적 전제의 우선성—를 분석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에서 “신앙이 이성과의 조화를 거부할 때, 그것은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의 비도덕성 사이에서 방향성을 잃는다”고 경고했다(45쪽). 신앙은 이성과 갈등을 빚기보다, 하나님의 진리를 향한 공동 탐구의 여정 속에 있어야 한다.

대안적 신학적 제안: 유신진화론과 창조의 신비

창조론의 과도한 몰입에 대한 대안으로, 유신진화론(theistic evolution)이 신학적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는 진화를 하나님의 창조 도구로 이해하며, 과학과 신앙의 조화를 모색한다. 성서신학적으로, 창세기 1,11-12에서 “땅이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과실을 맺는 나무를 내라”는 명령은 자연의 자율적 생산성을 암시한다. 이 구절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가 단회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창조 질서 안에 내재된 창조성의 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 준다. 더 나아가, 시편 104,13-15는 하나님께서 “땅에 물을 주시고 열매를 맺게 하심”을 찬양하며, 창조의 지속적 과정을 묘사한다.

독일의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은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God in Creation)에서 창조를 “지속적 창조”(creatio continua)로 이해하며, “창조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희망의 과정이며, 인간의 자유와 자연의 변화 가능성을 포함한 역사적 현실이다”라고 설명한다(145-146쪽). 몰트만은 진화를 하나님의 창조적 의지의 표현으로 볼 여지를 남기며, 자연의 고난과 죽음을 신정론적으로 다룬다. 그는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The Crucified God)에서 “창조 세계의 고통은 하나님의 자기제한과 연대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278쪽), 진화 과정의 고난을 하나님의 구속 섭리와 연결한다.

유신진화론은 신정론 문제—고통과 죽음의 기원—를 동반한다. 이에 대해 존 폴킹혼(John Polkinghorne)은 『과학과 섭리』(Science and Providence)에서 “하나님은 창조의 자유를 허락하셨고, 진화는 그 자유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본다(67쪽). 그는 고난을 창조의 필연적 비용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기제한적 사랑의 표현으로 해석하며, 원죄 문제를 아담의 역사성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의 보편적 죄성으로 재구성한다. 이는 유신진화론이 문자주의적 창조론과 달리 신학적 유연성을 제공함을 보여준다.

신앙의 회복과 신학의 과제

창조론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성경의 신학적 깊이를 얕게 만들고, 신앙을 이성으로 대체하며, 공동체를 분열시킨다. 신학은 이를 넘어,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신비와 경이로움의 차원에서 재발견해야 한다. 과학은 창조의 “어떻게”(how)를 탐구하고, 신앙은 창조의 “왜”(why)를 묻는다. 이 둘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기독교 신학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에 얽매이기보다, 그 안에 담긴 신학적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초월적 권능으로 창조하셨으며, 이는 과학적 탐구로도, 신앙적 묵상으로도 온전히 파악될 수 없는 신비다. 이러한 신비를 오히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히 증명하겠다는 것은 비신앙과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창조과학은 성경의 증언을 문자 그대로 증명하겠다는 의도 하에 모든 과학적 성과를 무시하는 비과학이다. 창조과학에 대한 과도한 몰입뿐만 아니라 그것을 과학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고, 그것을 신학적으로 미화시켜 창조과학이라고 할 가치도 없다. 이는 무속에 빠진 기독교만큼이나 터무니 없고 기독교를 왜곡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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