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겔과 그의 제자들에게 주어진 일은 악인에게 그들의 죄를 끊임 없이 외치는 것이었다. ⓒGetty Images

에스겔은 이스라엘이 망하기 10년쯤 전에 1차 포로로 잡혀간 제사장으로 포로지에서 예언자로 부름받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그의 입은 닫혔습니다(3,26-27). 하나님은 이를 통해 이스라엘에게 그들이 하나님을 얼마나 거역하고 배반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하십니다.

말 못하는 예언자! 이스라엘은 그에게서 지금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어떤 입장인지를 보고 깨달아야 했을 것입니다. 위의 본문 바로 다음에 이스라엘의 멸망 소식이 전해지는데, 바로 그때 그의 입이 다시 열립니다(33,21-22).

그렇다고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그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들이 그의 침묵기간동안 어떻게 전해지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는 가늠하기는 어렵겠지만, 여러차례 있었던 그의 상징적 행위들은 하나님이 그의 말씀을 들을 귀 없는 자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거부하고 그에게서 돌아서는 이스라엘을 끝까지 붙들고 계신 것은 그들이 다시금 그에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 가지 희망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태도 유추해볼 수 있는 내용의 본문들이 그의 입이 닫히고 열리는 것에 대한 보도 바로 앞에 있는데, 모두 의인과 악인의 문제를 동일한 방식으로 다룬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러한 본문이 18장에도 또한번 나온다는 사실은 의인과 악인의 문제가 에스겔과 그의 ‘제자들’(?!)에게 또 그 시대 사람들에게 참으로 중요한 관심사였음을 시사합니다. 의인은 시편 1편이 말하는 것처럼 악인과 삶을 섞지 않지만, 에스겔 본문은 의인에게 악인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악인에게 심판을 경고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의인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입니다. 경고했어도 악인이 듣지 않고 악인의 길에서 떠나지 않은 탓에 악인이 죽는다면, 이것은 악인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의인이 경고하지 않은 탓에 악인이 그의 길에서 죽는다면, 의인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악인조차도 죄의 길에서 죽기를 바라지 않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의인이 끝까지 의인의 길을 가고 악인이 악인의 길에서 돌이키기를 원하십니다.

이것은 악인만 위한 것일 수 없습니다. 그의 돌이킴은 악의 길에서 떠나 정의와 공의의  길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의와 공의의 구체적인 예들을 18,6-8은 보여줍니다. 이것들은 레 18-19장을 마치 요약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에스겔 18,7은 잠언 25,21-22와 함께 마태복음 25,31-46 마지막 심판 기준의 한 부분으로 채택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악인이 정의와 공의의 길로 바꿔 타면 그의 불의와 억압과 학대로 고통당하던 자들도 그로부터 해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꼭 같지는 않겠지만 삭개오의 변화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의와 공의를 짓밟는 자들에게 죽음과 멸망을 선포하는 경고는 그만큼 중요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저항입니다. 이 저항이 의인에게 힘든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저항이 그를 하나님 앞에서 계속 살게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오히려 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실 것입니다. 이에 비춰보면 복음과 믿음과 용서 등의 말로 교회가 악인이 계속 악의 길을 가도록 부추기는 것이 얼마나 큰 위선이고 하나님에 대한 범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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