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mes Tissot, 「The Two Priests Are Destroyed」 (c. 1896-1902) ⓒThe Jewish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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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의 처음 이야기는 인구조사입니다. 그냥 인구조사가 아니라 병적 조사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군대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명령하시는 대로 하나님의 일, 하나님의 전투, 하나님의 싸움에 명령대로 나서야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군대는 그 중심에 회막을 두어야 한다. 하나님을 중심에 모셔야 한다.’ 지금까지는 내 생각이 중심이 되었고 내가 주인공으로 살았습니다. 내 선택대로 결정했고. 내 주장대로 내 욕심을 채워가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하나님의 군대는 그 중심 자리를 하나님께 내어줘야 합니다. 내가 중심에 버티고 있고 하나님은 뒷전에 있어서, 내가 필요할 때만 ‘하나님, 나 이것 해주세요’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의 중심에 계시고 하나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에 따라서 내가 살아가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말씀대로 진(陣)을 치게 하십니다. 이 진은 세상살이에 유리한 진이 아닙니다. ‘이렇게 진을 치면 세상에서 이길 수 있다. 이렇게 진을 치면 유리하다. 이렇게 진을 쳐야 다른 사람들 이길 수 있다’ 하는 그런 진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진입니다. 세상살이의 유리함과는 아무 상관없이, 철저하게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진입니다. 한마디로 ‘복음대로 살아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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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특별히 가운데 중심에 모신 성막의 일꾼으로 레위 사람들을 부르시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을 모신 성막의 일을 아무나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한 사람들을 구별하고 선별해서 그 일을 맡기십니다. 그들이 바로 레위인들입니다.

오늘은 말씀을 5절부터 10절까지 읽었는데요. 그 앞 이야기를 보면 나답과 아비후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레위기 10장에 나오는데,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나답과 아비후는 아론의 아들들로 아론을 도와 제사장의 임무를 맡습니다. 그런데 출애굽기와 레위기를 읽어보면 제사장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 마음대로 드릴 수 없습니다. 복잡하게 명령하신 대로 해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세세하고 꼼꼼합니다.

나답과 아비후는 아마도 그런 마음에 사로잡혔던가 봅니다. 하나님께 올려야 하는 불을,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규정에 맞게 가져오지 않고, 제멋대로 가져옵니다. ‘아무렴 어때? 정성껏 드리기만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나 봅니다. 바로 여기에서 그들은 걸려 넘어집니다. 하나님은 진노하시고 나답과 아비후를 심판하여 죽이십니다. 심지어 이들을 애도하지도 못하게 하십니다.

나답과 아비후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잘못을 했나요? 불이면 불이지 거룩한 불이 따로 있나요? 예배를 정성껏 드리기만 하면 되지, 그 규칙과 법칙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요? 이런 불이면 어떻고 저런 불이면 어떻습니까?

오늘 우리는 바로 그것이 대단한 잘못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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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의 삶의 상황들은 다 다릅니다. 성경에 나와 있는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우리가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의 삶의 환경이 다르니까요. 삶의 조건이 삶의 여건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제사의 규정을 세세히 지키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우리들도 모두 나답과 아비후처럼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을 받아 마땅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율법은 ‘이대로 하지 않으면 안 돼!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해!’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내 마음대로 소홀히 하느냐? 하나님의 명령을 지킬 수 없는 나의 형편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고 주님 앞에 두려워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섬겨야 되기 때문에 주님 앞으로 나왔느냐? 이 마음의 차이 이야기입니다.

복음서의 말씀에 가진 것이 없어서 동전 두 닢만 바쳤던 여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자들은 엄청나게 대단한 예물을 가지고 와서는 다른 사람들 앞에 자랑해가면서 바칩니다. 그러나 여인은 주님께 감사하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만 엎드려 있습니다. 규정된 제사의 예물이 있지만, 그것을 드릴 길이 없어서, 부족하지만 가진 것 전부를 드리는 마음입니다. ‘주님, 나의 마음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나의 사랑이 여기 있습니다. 내 형편이 이것밖에 되지 않아 이것밖에 못 가져왔지만, 하나님, 내 마음 아시죠? 하나님 내 생각 아시죠?’ 하고 엎드렸습니다.

나답과 아비후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해주시는 말씀은 명확합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그 명령을 따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냐?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아’ 하고 하나님의 명령을 소홀히 여겨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자기 멋대로 판단하는 사람이냐? 하나님은 바로 그 마음을 보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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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백성들에게 환기시킨 다음에, 이제 레위 지파를 불러서 그들에게만 하나님을 섬기는 성막 일을 맡기시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나 성막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별히 구별된 사람들에게 맡기십니다.

우리는 질문합니다. ‘그러면 레위 지파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입니까? 이 사람들은 특별한 존재입니까? 60만이 넘는 사람들 중에 레위인들만 하나님을 섬길 만한 특별히 종교적인 사람입니까? 특별히 착한 사람입니까? 특별히 경건한 사람, 특별히 훌륭한 사람입니까?’

레위인의 특별함은 그 존재 자체의 특별함이 아닙니다. 레위인이라는 존재가 거룩하고, 뛰어나고, 훌륭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특별함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의 특별함입니다.

성별된다는 것은, 그들이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따로 떼어 구별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거룩한 것이고 특별한 것입니다. 레위인의 존재가 특별해서 하나님이 그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구별하여 세웠기에 그들이 특별해진 것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특별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사람이 되게 해주셨다는 것이 특별함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요즘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들이 많아졌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기 보다는 함께 생활하는 가족으로 대합니다. 반려동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특별한 존재가 무엇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자기집 개가 특별한 개여서 특별히 사랑합니까? 수많은 개들 사이에서 특별히 뛰어난 개, 특별히 훌륭한 개, 특별히 좋은 개를 골라서 기르고 있습니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이 개나 저 개나 다 똑같습니다. 그냥 그런 개들입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집 내 강아지는 특별합니다. 이 강아지가 나의 강아지가 되었다는 그 사실이 이 강아지를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 존재가 특별하게 구별되었기 때문에 그 존재가 특별해져 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택함을 하나님께 받았다는 것입니다. 강아지에 비유하니까 이상하십니까?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 인간의 행위보다 그 이전에 나를 사랑해 주셔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나를 선택해 주신 하나님의 선택이 우선하고 있습니다. 이 선택의 특별함이 우리에게 먼저 존재합니다. 이 특별함을 우리가 입어서 우리가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현재 인구가 70억이 넘는다고 하는데, 70억 인구를 잘난 순서대로, 거룩한 순서대로 일렬로 세워놓고 순서를 매긴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는 몇 등 정도 될까요? 하나님이 그 잘난 순서대로 사랑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과연 나는 하나님께 선택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네가 특별해서, 네가 훌륭해서, 네가 나를 잘 섬겨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냥 너를 사랑한다. 너 자체를 사랑한다. 그렇게 사랑하기로 너를 선택했다.” 하나님이 이 말씀을 해주시잖아요. 우리는 이 말씀에 힘입어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선택하시고 사랑하시는 순간 그냥 특별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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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특별히 사랑했으니 너도 나를 특별히 사랑해라.”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특별히 사랑하는 것이냐? 그 구체적인 이야기 속에 하나님 사랑의 진짜 핵심이 있습니다.

‘너 가진 것, 나한테 다 바쳐야 해. 매일매일 나만 바라보고 나만 예배해야 해.’ 하나님은 그런 식의 사랑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시는 ‘하나님을 특별히 사랑하는 법’은 참 독특합니다. ‘내가 너를 특별히 사랑하는 만큼, 너는 너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너 자신을 특별히 사랑해라’ 하십니다. ‘내가 너를 특별하게 사랑하는 만큼 너 스스로를 특별하게 구별하고 특별히 구별된 사람으로 살아라. 사랑받을 만한 사람 되어라’ 하십니다.

이게 하나님의 사랑의 신비입니다. 다른 수많은 신들은, 가짜 신들, 우상들은 뭐라고 이야기 합니까? “내가 너를 사랑했으니까 너는 나만 사랑해야 돼!”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진짜 신이신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내가 너를 사랑했으니까 너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스스로를 사랑해 봐. 서로를 사랑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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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바로 오늘 레위 지파 사람들을 이스라엘 족속 사이에서 선택하여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나를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구별된 존재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야! 나 구원받은 사람이야! 나 사랑받는 사람이야! 나 하나님의 아들이야! 나 하나님의 딸이야! 나 하나님 섬기는 사람이야!’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내 존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사회에서 성공하고, 재산을 늘리고, 대단한 업적을 세우고 하는 그런 노력에 헛되이 살지 말고, 선택된 사람으로서의 특별함으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수많은 사람들 중에 레위인을 따로 선택해서 하나님을 섬기라 하신 것처럼, 내 존재의 수많은 측면 가운데 특별한 부분을 따로 구별하여, 하나님을 섬기는 거룩한 시간을 구별하고, 거룩한 장소를 구별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거룩한 행동을 구별하고, 거룩한 마음을 구별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거룩한 시선을 구별하고, 세상에 건네는 거룩한 말을 구별하고, 세상속에 숨쉬는 거룩한 숨을 구별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 존재의 한 부분이 마치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에 레위 지파인 것처럼 하나님만을 생각하고 하나님만을 섬기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멋대로 살다가 어쩌다가 예배드리고, 내 맘대로 살다가 어쩌다가 하나님 섬기고, 어쩌다 아쉬울 때 기도하고, 생각날 때 찬양하는 그런 식의 하나님과의 관계가 아니라, 온전한 내 전부는 나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되 내 삶의 한 부분에 성별되어 있는 특별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은 한시도 쉼 없이 하나님과 관계하라는 것입니다. 레위인은 완전히 맡겨진 사람들입니다. 오직 하나님 생각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전쟁터에 나가지 않습니다.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닥쳐와도 그런 일들은 다른 이들에게 맡깁니다. 그저 하나님만 섬깁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섬기는 일이 그들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내 존재의 중심에, 나에게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그 일은 나의 다른 부분들에게 맡겨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오직 하나님만 생각하고 하나님만 바라보는 특별히 구별된 내 존재의 부분, 내 존재의 레위인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은 우리에게 그걸 묻고 계십니다. 오늘 예배를 드리면서 나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하나님을 온전히 내 중심에 모셨는가? 하나님만을 온전히 모시고 하나님만 온전히 만나는 나의 구별된 성별된 부분이 있는가? 하나님은 나를 그렇게 특별히 구별하고 사랑해 주시는데, 나는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결심하고 결단할 수 있는 귀한 예배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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