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산업선교회관 지하 역사관. 2021년 11월 회관을 재단장하며 손은정 총무 등 실무자들과 김근태 선생의 딸 김병민 큐레이터가 기획한 공간이다. 영산 약사, 노동자 고 김진수 영결식 순서지, 노동자들이 쓴 책, 훈련생들의 노동일지, 대일화학 블랙리스트 국가상대 대법원 승소 판결문, 잡지 ‘노동자’, 영등포노동교회와 필자가 만든 성문밖교회 주보 등 옹골진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조지송 목사와 인명진 목사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도 시청할 수 있다.

일반 노동운동사에서는 산업선교가 민주노동운동의 그루터기였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숙경 박사의 ＜산업 선교, 그리고 70년대 노동운동＞(선인)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등포산업선교회는 군사정권 시대가 살벌하였고 교계에서 급진적이라는 선입견, 그리고 녹록치 않은 사역으로 인하여 인명진 목사의 후임을 찾는데 여의치 않았습니다. 이로 인하여 저와 손은하 전도사가 환영받으며 영산의 뜻 깊은 역사를 이어가는 영예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저는 군복무 후 1980년 복학한 장신대 신대원(76기) 초기에는 학교생활 적응에 애를 먹었습니다. 다행히 뜻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을 만나 동아리 ‘현대신학연구회’(현신)를 만들고 함께 공부하며 시대를 고민하면서 ‘5월의 봄’에 서울 시내 데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후배(77기) 1학년의 유사한 모임과 이듬해 통합하였습니다. 이후 현신은 후배들로 이어져 한 학년에 15-20여명으로 조직되었고 나중에 교단개혁과 민중교회운동에 큰 역할을 하며 제 사역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2학년 시절 한국교회사를 공부하여 학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학년 가을에 결혼한 아내에게 이 뜻을 밝히니 단호하게 반대했습니다. 신학교 졸업 후 노동선교를 하기로 한 초심을 버리면 안 된다고 하며, 자기가 간호사(서울대학병원)로서 가정경제를 책임질 터이니 당신은 하고 싶은 사역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일제와 싸운 독립운동가들 후손들이 빈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역사관 자료 중에 ‘영등포노동교회’ 주보 두 점이 있고 제가 가는 펜으로 써서 만든 성문밖교회 주보 겉표지가 여러 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985년 6월 16일 주보표지는 ‘해태제과 노동운동의 역사’라는 만화가 있는데, 이런 만화나 그림을 그려주던 대학생 교우들이 있었습니다. 1987년 7월 12일 주보표지는 이한열 열사와 시청 앞 장례행렬 사진, 그의 유고시가 적혀 있는데 지금 읽어도 뭉클합니다.

이근복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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