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자가 인용한 본회펀 전집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time of a widespread persecution of Christians is coming, and that is actually the real meaning of all the movements and struggles of our time. Those opponents intent upon destroying the Christian church and Christian faith cannot live together with us, because they see in all of our words and all of our actions that their own words and deeds are condemned, even if ours are not directed against them. And they are not wrong in seeing this and feeling that we are indifferent to their condemnation of us.” Dietrich Bonhoeffer, ⟪Discipleship⟫, Dietrich Bonhoeffer Works, Volume 4, (trans.) Barbara Green and Reinhard Krauss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3), 142.
(2) 나치 독일 시기 고백교회(Confessing Church)의 목회자 양성 기관이었던 핑켄발데 신학교(Finkenwalde Seminary)는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주도한 독특한 신학 교육 실험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다. 1935년부터 1937년까지 운영된 이 신학교는 나치의 교회 조작에 맞서 신학적 정체성과 목회적 실천을 지키기 위해 설립되었다.
① 설립 배경과 목표
- 역사적 맥락: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고, 독일 교회가 “독일 기독교인”(German Christians) 운동을 통해 나치 이데올로기에 순응해 가자, 이에 반발한 고백교회는 바르멘 선언(1934)을 통해 “그리스도 외의 다른 권위”를 거부하며 신학적 저항을 시작했다.
- 교육적 필요성: 이러한 상황에서 고백교회는 나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바른 신학을 따르는 목회자를 양성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본회퍼는 “성경, 기도, 신학적 고백”을 핵심으로 한 새로운 신학교 모델을 제시하며 1935년 6월 포메라니아의 핑켄발데에 신학교를 설립했다.
② 교육 체계와 일상
- 3대 교육 기둥(성서 중심 교육, 기도 공동체, 신학적 정체성 훈련): 먼저 매일 시편과 구약/신약 본문을 읽는 렉티오 디비나(lectio divina) 실천과 헬라어와 히브리 성서 원문을 강독했다. 또한 새벽 5시 기상 후 기도회, 저녁 성서 묵상, 주간 개인 영성 지도를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 등 개혁주의 전통 교육으로 나치 이데올로기 대응 능력을 강화했다. 특히, 본회퍼는 “기도하는 공동체”를 강조하며, 학문 중심의 교육을 넘어선 실천적 신앙 훈련에 힘썼다.
- 실천적 훈련: 학생들은 인근 교회에서 설교와 구제 활동을 통해 목회 현장 경험을 쌓았다. 본회퍼는 “공동체 속의 개인”을 강조하며 식탁 교제와 토론을 통해 삶과 신학의 통합을 도모했다.
- 공동체 생활의 구체성: 핑켄발데에서는 단순한 동료애를 넘어선 “형제애(Brüderlichkeit)”가 강조되었다. 함께 식사하고, 찬양하고, 서로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하며, 서로의 영적 성장을 돕고 책임지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일상이었다.
③ 나치의 탄압과 저항
- 겉잡을 수 없는 영향력: 2년 간 5기 수강생(약 100명)을 배출했으나, 1937년 9월 게슈타포가 신학교를 강제 폐쇄하고 27명의 졸업생을 체포했다.
- 지하 신학교: 본회퍼는 1938년까지 그로스 슐뢴비츠(Groß Schlönwitz)와 지구르트스호프(Sigurdshof)에서 이동식 신학교를 운영하며 비밀 교육을 지속했다.
- 저항의 상징: 학생들은 체포 위험 속에서도 유대인을 위한 위조 문서 제작, 반체제 설교 등에 참여하며 신앙적 양심을 실천했다.
④ 신학적 유산
- 저서 탄생: 본회퍼는 핑켄발데 경험을 바탕으로 ⟪나를 따르라⟫(1937)와 ⟪신도의 공동생활⟫(1939)을 집필하며 “값비싼 은혜”와 공동체 영성을 강조했다. (⟪나를 따르라⟫는 본회퍼의 “값싼 은혜” 개념을 중심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대가와 희생을 강조했는데, 이는 당시 루터교 전통과의 차이점으로 인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현대 신학교육 모델: 학문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기도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실천적 신학교육의 초석을 마련했다. 현재도 개신교 신학교에서 이 모델을 참고한다.
- 영향의 확장: 핑켄발데에서의 경험은 본회퍼의 후기 저작, 특히 ⟪옥중서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해방 신학, 공동체 중심의 교회 운동 등 현대 신학의 다양한 흐름에도 영감을 주었다.
⑤ 역사적 평가
- 핑켄발데 신학교는 나치의 전체주의에 맞선 신학적 저항의 구체적 실현이었다. 본회퍼와 학생들의 행적은 “교회가 국가에 복종할 때 신학은 죽는다”는 교훈을 남겼으며, 오늘날 종교와 권력의 관계를 성찰하는 중요한 사례로 연구된다. 1945년 본회퍼의 순교와 함께 이 역사는 기독교 양심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