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K인권상에 ‘한국교회 인권상’으로 명칭이 변경된 첫 인권상 시상식의 수상자는 한국 교회 내에 만연한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수많은 활동을 이어간 고 임보라 목사와 4.16세월호참사의 진상을 알리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416세월호참사유가족협의회이다. ⓒ장성호

제38회 한국교회 인권상 시상식이 지난 12월 9일 오후 7시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이번 시상식은 NCCK 인권센터가 한국교회 인권센터로 이름을 변경한 후 처음 열린 행사로,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고(故) 임보라 목사와 (사)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협회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어 특별함을 더했다.

시상식의 시작은 박승렬 이사장(한국교회 인권센터)의 인사말로 장식됐다. 박 이사장은 서산대사의 시 ‘답설’을 인용하며, “오늘 우리가 가는 길이 뒷사람에게 이정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보라 목사와 세월호 가족들이 걸어온 길을 “눈길 위에 예수께서 남긴 발자국 같은 길”로 비유하며, 이들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음을 밝혔다.

축가 순서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 야코드가 ‘꽃피는 날’, ‘아름다운 나라’ 등을 선보이며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이어진 기도에서는 김민아 교수(한국교회 인권센터 전문위원)가 “인권은 절망 속에서 지켜낸 희망”이라며 배제 없는 민주주의를 위한 지혜를 간구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 목회자로 평가받아왔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보수적 장벽을 넘어 평등과 포용의 가치를 실천하며 인권 운동의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 수상 이유에 대해 황인근 소장은 “임보라 목사의 활동은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고 존엄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유가족은 “초록나무는 개인을 넘어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꾸던 사람”이라며 어머니의 삶을 기리며 눈물을 보였다.

4.16 세월호참사피해자가족협회는 재난 이후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김종기 대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지난 37회 인권상을 수상한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시상식에 참석해 축하하며 연대를 다짐했다. ⓒ장성호

이어진 축사 시간에 김재형 상임이사는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늘 그렇게 해온 바와 같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글을 지은 곳으로 내린 연대의 손으로 인권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호식 ‘인권재단 사람’ 이사장 역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하느님의 소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몽 스님은 “이번 수상이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마지막으로 김종생 NCCK 총무는 “민주와 인권,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때 한국교회 인권센터의 사명과 책무는 더 없이 귀히 쓰임 받을 것이며 소중히 빛나게 될 것”이라며 축사를 마무리 했다.

한국교회 인권상은 1987년 보안사 민간인 사찰을 고발한 윤석양 이병에게 첫 수여된 이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과 연대해왔다.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워온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보수적인 교회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와 인권,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지켜왔다.

이번 시상식은 단순히 수상자를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인권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임보라 목사가 남긴 사랑과 정의의 정신, 세월호 유가족들의 끈질긴 싸움은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되새기게 했다.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앞으로도 이 길 위에서 인권의 깃발을 높이 들 것으로 기대된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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