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가 여성 안수 50주년을 맞아 기념예배를 드리고 여전히 험난한 여성 목회자들의 환경을 돌아보며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았다. ⓒ장성호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가 여성 목사 안수 50주년을 맞아 기념예배를 개최하고,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으로 여성 목회자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11일(월) 오후 1시,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념예배는 기장 전국여교역자회가 주최하고, 총회 여신도회전국연합회와 전국여장로회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풍물패 ‘한얼’의 흥겨운 가락으로 시작된 예배는 20대부터 8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사역자들이 촛불을 밝히는 순서로 이어졌다. 익산 지역회 전임 회장 김정분 목사의 50주년 기념 징 울림과 여교역자회 회장 이혜진 목사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채미라 목사(여교역자협의회 전임 회장)는 “목회는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붙들린 여성이 하는 것”이라며, 빌립보서 3:12을 본문으로 한 설교를 통해 여교역자에 대한 오랜 편견에 일침을 가했다. 또한 “긍휼을 뜻하는 히브리어 ‘라함’은 자궁을 의미하는 ‘라훔’에서 유래했다.”며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로서 목회자로 부름받았다.”고 여성 목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여성 안수 50년이 지났지만, 여교역자들의 사역 현장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무명의 시간을 개척해 온 선배들의 헌신과 시대적 사명에 투철했던 선배들의 의지를 기억하며, 주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무명, 소명, 공명”을 주제로 한 고백의 기도를 통해 각자의 신앙 여정을 되돌아보고, 침묵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 이날 기념예배 마지막은 1980년에 안수를 받은 정숙자 목사와 2024년에 안수를 받은 강선구, 조은선 목사가 함께 공동으로 축복의 기도를 드리며 마무리되었다. ⓒ장성호

특히 이날 예배에서는 기장 여성 안수 투쟁사를 담은 영상이 상영되어 눈길을 끌었다. 영상은 과거 여성 당회장권을 요구했던 여성들에게 “여편네가 피를 흘리면서 이 거룩한 자리에 서겠다는 말인가?”, “배가 남산만큼 불러서 어디로 오겠다는 말인가?” 등 몰지각한 발언으로 야유를 퍼부었던 당시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2021년 제106회 총회에서 김은경 목사(익산중앙교회)가 기장 최초의 여성 총회장으로 선출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조명하며, 여성 목회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을 강조했다. 김은경 목사는 영상을 통해 “수많은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여성 안수의 역사가 이어져 왔다.”며 “히브리서 말씀처럼 우리는 여성 안수 역사의 증인”이라고 강조했다.

제1부 회장 은성남 목사와 제2부 회장 김영선 목사의 집례로 진행된 성만찬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하나님 나라의 잔칫상에 여러분을 초대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생명과 평화, 정의를 위해 헌신해 온 여성 목회자들을 격려했다. 1980년 안수자인 정숙자 목사(전임 회장)와 2024년 안수자인 강선구 목사(서경남 지역회), 조은선 목사(서경북 지역회)는 참석자들과 함께 서로를 축복하며 예배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한편 기장은 1974년 제59회 총회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결의한 이후 50년 동안 499명의 여성 교역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예장 합동, 고신, 합신 등 보수 교단에서는 여전히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교계 내 여성의 역할 확대를 위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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