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류’는 1938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처음 추방된 고려인 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댓가는 무엇일까?

77세의 빅토르 안 씨는 거실의 서랍과 캐비닛 속에서 역사를 찾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타슈켄트의 외곽에 있는 소련 시대의 블록 건물 계단을 몇 걸음 오르면 그에 다소 정리되지 않은 낡은 아파트가 있다. 이곳은 중앙아시아의 한국 디아스포라 고려인을 촬영한 그의 평생 작품을 보관하고 있는 아카이브이다.

안 씨의 부모는 소련 시절 시베리아 극동에 위치한 연해주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19세기 후반부터 한반도 북부에서 온 많은 한국인들이 이주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세대는 또 다른데 이주의 시작을 알렸다.

증가하는 외국인 혐오 그리고 그들이 일본 제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1937년 소련 지도자 스탈린이 서명한 법령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 법령은 약 17만 2,000명의 한인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소련 공화국으로 추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안 씨는 2주 이후 약 10년 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났으며 수리 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30대가 되었어야 비로소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기반을 둔 한국어 신문이 레닝 기치에 사진 작가로서의 소명을 찾았다.

그 후 몇 년 동안 그는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수확, 명절, 민족 음악회 그리고 한인들의 일상 생활을 기록했다.

그는 1990년대 초에 찍은 사진 하나를 가리켰다. 두 남성이 떡을 만들기 위해 쌀을 치고 있는 모습으로 과거 시간에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그 순간 저는 과거가 어떠했는지를 저장한 겁니다.”라고 말한다.

소련 붕괴 이후 그의 신문은 ‘고려 일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신문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로도 신문을 개재하기 시작했다. 이는 많은 고려인 독자들이 현지 문화에 동화되어 한국어와 그들만의 독특한 사투리인 고려말을 잃어가고 있다.

“이 방언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사라지고 있습니다.”라고 알자지라에게 말한다. “이는 특히 노인 세대와 새로운 세대간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안 씨는 미술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과 유럽 전역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의 경력 전환은 1980년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승인한 자유화와 동시에 시작되었으며 이는 개인의 자유와 정부 비판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을 열어줬다. 1991년 기밀 역사 아카이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많은 잔학 행위들을 세상에 드러냈다. 결국 중앙 아시아로의 한국인 강제 이주의 전모가 밝혀졌다.

“물론 우리는 일부 사람들이 추방되었고 억압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지는 몰랐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안 씨는 한국어와 러시아어 이중언어로 된 그의 1988년 첫 작품 사진 접을 열어 본다. 이 작품에는 창가에 도인 삼각형 모양의 소련 시절의 편지들이 찍혀 있다. 빛이 먼지와 거미줄로 가득찬 어두운 방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안 씨에게 그것은 추방자들을 이야기처럼 잊혀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지금 남아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들이다.

‘한류’

현재 옛 소련에는 약 50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지만 안 씨의 옛 사진 속 주인공들은 거의 사라졌다.

시베리아에서 시작된 고려인의 문화적 동화는 그들의 새로운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고려말은 이후 우즈베 카자흐어 영향을 받아 1960년대 초부터 쇠퇴하기 시작해 현재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어는 고려인들 사이에서 교육, 일, 문학 심지어 가정 생활에서 아지 주요한 언어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고려의 문화는 노인을 존경하고 한국 음식을 준비하며 설날과 같은 명절을 기념하는 특정 관습을 통해서만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일부는 한국과도 크게 달라졌다. 추석은 한반도에서 즐거운 가을 수확 축제이지만 중앙 아시아에서는 비교적 우울한 행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사라져가는 전통은 새로운 트렌드인 이른바 “한류”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 타슈켄트의 곳곳의 카페에서는 “K-pop” 댄스 쇼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수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14세기 투르크-몽골 정복자 티무르 대제의 동상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푸드트럭에서 한국식 핫도그를 구매할 수 있다.

한국 문화 수출에 대한 갑작스러운 열광은 토착 민족인 우즈베크인 사이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러 한류는 고려인들의 정체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는 두 가지 매우 다른 한국 문화를 조화롭게 할 수 있는 반가운 기회로 여긴다. 반면에 또 다른 이들은 한국의 정체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체시켜 정체성 소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어느 따스한 저녁 타슈켄트의 세종학당에 있는 중앙 한 뜰에 배치된 여러 교실에는 한국어 교과서에 몰두한 수십명의 10대들로 가득차 있다.

불과 6년 전 한국에서 지원하는이 문화 센터에는 약 300명의 학생이 있었다. 이제 그 숫자는 두 배로 늘었다. 또한 이 기관은 이미 또 다른 센터를 설립했으며 세 번째 센터까지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일반 사립학교와 지역 캠퍼스들 있는 훨씬 더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불과 면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한국어 학습 학생이 고려인 혈통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종학당 학생의 약 40%가 한국 음식과 영화의 매료된 우즈베크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한국어 열풍의 또 다른 이유는 한국으로 이주에 일하거나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매력도 크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의 평균 월급은 395달러로 한국의 최저 임금인 1,544달러에 비해 매우 적다.

카 유진은 16세의 타슈켄트의 고려인 가정 출신이다. 그는 조부모의 유산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한국 문화에 매료되어서이기도 하다.

깔끔한 모습에 카 씨는 얼마 전까지 케팝 댄스 그룹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이젠 학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서울의 한국종합 예술 학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이미 한국을 방문한 바 있으며 자신의 유산과 다시 연결하기 위해 디아스포라 한국인을 위한 어린이 여름 캠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바 있다.

그는 “저는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한국 문화와 한국 생활이 정말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많은 친구들도 그와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리우드밀라 칸은 조부모가 북한 출신이지만 부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현재 세종학당의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가족은 집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했지만 한국어 고유에 격식 있는 표현도 섞었다. 그녀는 15세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저는 저 자신을 민족적으로 한국인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한국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기도 했죠.”

“그런데 저는 우즈벡에서 태어났지만 우즈벡어를 할 수 없다는 걸 발견하고 매우 이상했습니다. 저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할 수 없다는 게 매우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렸을 때 그녀는 한국인을 무시하는 일부 우즈벡 이들로 인해 소외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또한 나중에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에서 3개월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무시하고 무례하게 대하는 한국인들에 의해 비슷하게 “타자화 되었다”고 말한다.

우즈벡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새롭게 인삭하게 된 것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그년 말한다. 예전에는 자신이 조국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지만. 이제는 우즈벡 사람들이 그녀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친근하게 대해준다. 심지어 택시 기사나 은행 직원들도 더 예의 바르게 대하고, 최신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예전에는, 우즈베키스탄은 항상 떠나고 싶었던 나라였어요. 이제는 살고 싶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간첩 혐의와 추방

19세기 후반, 기근과 자연재해로 인해 국경을 넘어 러시아 제국의 동쪽 끝에 정착한 고려인들은 그곳에서 독특한 고려인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이주한 사람들은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받았다. 그러나 1910년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 강제적으로 '일본화' 정책을 시행하자 이후 이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토지 없이 농업에 종사하거나 블라디보스토크와 같은 도시 중심지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 도시는 고려인 학교, 신문사, 극장을 갖추고 있었다.

1917년 러시아 혁명과 그 이후의 내전 동안 수천 명의 고려인들은 볼셰비키 측에 합류하여 토지 개혁을 약속받았다. 그때까지 많은 이들은 소련 시민으로 통합되었고, 종종 러시아식 이름을 채택하면서도 김이나 최 같은 고려인 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고려인에 대한 외국인 혐오와 소련 당국의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러일 전쟁이 이미 깊은 경쟁 관계를 형성했으며, 일본이 1931년 만주를 침략하면서 이러한 적대감은 더욱 심화되었다.

1937년 추방령은 “극동 지역으로의 일본 간첩의 침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었다.

스탈린이 특정 민족 전체를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려인 이주의 규모는 1944년 크림 타타르족에 대한 인종 청소와 같은 이후 박해의 선례가 되었다.

“모든 민족 구성원이 추방된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라고 타슈켄트에 위치한 세계 경제외교대학교의 역사 교수인 발레리 칸은 말한다. 그 자신도 고려인 출신이다.

약 6,000km(3,700마일) 떨어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수송된 열악한 열차 속에서 수백 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더욱이 수천 명은 도착한 후 새로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말라리아와 장티푸스와 같은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비옥한 중앙아시아의 계곡에서 집단 농장에 배정되어 쌀과 다른 작물 재배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타슈켄트와 같은 다민족 도시로 이주했으며, 이곳에서 그들의 독특한 문화, 언어, 종교 전통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성공

한국 미디어에서는 고려인들의 이야기가 종종 비극으로만 그려진다고 칸은 말한다. 그는 이러한 서술을 단순화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에 정착한 한인 디아스포라보다도 고려인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강조한다.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후, 소련 내에서 한국인에 대한 박해는 해제되었다. 일부 고려인들은 사법부, 학계, 당직자 등 상위 계층에 진입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는 카자흐스탄 출신 작가 아나톨리 김과 소련의 상징적인 록스타이자 고려인 후손인 빅토르 최가 명성을 얻었다.

소련 시기 동안 고려인들과 한국 간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추방의 진실이 공식적으로 억압되었기 때문에 많은 가정에서 자녀들과 이러한 역사를 논의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일부는 고려인들이 원래부터 중앙아시아에 살았다고 믿고 자라났다.

“고려인들의 진화와 발전은 고립된 다른 민족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그들의 문화, 정체성, 언어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라고 칸은 설명한다.

소련 말기까지 고려인은 중앙아시아 민족보다 평균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잘 살았고,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도 두 배나 높았다. 농업 시장화 경험은 자본주의로의 전환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많은 고려인이 컴퓨터 기술 사업, 개인 의료 클리닉, 식당 운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광산 재벌인 블라디미르 김이 고려인 최초의 억만장자가 되었으며, 현재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은 또한 한국과 새로운 외교적, 경제적 관계로 이어졌다. 1992년 양국이 무역 관계를 수립한 직후 자동차 제조업체인 대우가 우즈베키스탄에 제조 시설을 열었고, 삼성과 LG 같은 기업들이 뒤를 이었다. 2023년에는 한국의 대 우즈베키스탄 투자액이 75억 달러를 넘어섰다.  고려인의 역사가 이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었지만,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고려인을 한국인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공장에는 주로 우즈베크인이 고용되어 있다고 칸은 말한다.

한국으로의 회귀?

우즈베키스탄과는 달리, 한국은 오랜 기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어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이미 8만 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교육 및 일자리 기회를 찾아 한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한국 내 외국인 학생 수에서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광주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Koryoin Village)과 같은 곳에서는 중앙아시아 요리인 샤슬릭(꼬치구이)과 플로프(쌀과 고기로 만든 요리)를 제공하는 고려인 레스토랑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있는 고려인들은 주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아직 뚜렷한 사회적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한적인 취업 비자는 한국 내에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고용 기회도 제한한다. 많은 고려인들이 칸처럼 한국에서 기대했던 만큼 환영받지 못하고, 직장이나 사회 전반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는 보고가 많다.

“한국은 이들에게 역사적 정의를 제공하지 않고, 그들을 시민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지 않으며, 대신 저임금 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일시적 노동자로 여깁니다.”라고 오슬로 대학교 한국학과 박노자 교수가 썼다.

한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안 씨가 기록한 고려인의 전통 감소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에 있는 고려인의 수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더 많은 이들이 한국으로 떠나면서 미래 세대는 또다시 새로운 이주 후 동화될 것이다. 이는 150여 년간 이어진 원형 이주 여정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하는 셈이다.

칸은 젊은 고려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의 정체성으로 바꾸려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민족이 역사적으로 독특하며, 반복적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긴 회복력과 세계 시민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형성되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우리가 한국적 정체성을 잃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전통 문화의 많은 것을 잃었지만, 세계 문화 속에 통합되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