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은 극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Getty Images

위 구절과 관련된 공관복음서의 자료는 마가복음 13장 3-4절, 마태복음 24장 3절, 누가복음 21장 7절에 나온다. 마태는 “우리에게 이르소서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또 주의 임하심과 세상 끝에는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재림뿐만 아니라 ‘공관복음서의 계시록’이라고 부르는 종말에 대한 경고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종말이란 시간의 끝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한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새사람(참나)의 시작이요, 옛 사람(거짓 나)의 끝인 성령의 거듭남이며, 진리(참나) 깨달음이다.

성경의 오늘(세메론, 눅 23:43)과 날(헤메라, 눅 23:29)도 마찬가지로 시공간을 초월한 거듭남의 경지이며, 이원적인 육(肉)의 ‘나’(거짓 나)를 버리고, 하나인 영(靈)의 ‘나’(참나)를 찾는 깨달음이다(마 16:25). 시초는 만물의 근본이신 분에게서 비롯됨이요, 종말은 근본이신 분에게로 돌아감이다(萬法歸一, 롬 11:36). ‘둘이 아닌 한 분’(마 23:9)인 하나님에게는 태초, 종말, 먼저, 나중 등 상대시간(크로노스)이란 의미가 없으며(無始無終), 시초가 곧 종말이요, 종말이 곧 시초인 하나의 절대시간(카이로스)만 있다(눅 12:56). 이와 같이 시간의 어두움은 참 모습인 진리의 빛을 가리는 것이다.

“시초가 있는 곳에 종말이 있다”는 것은 시초(근본)와 종말의 이원성이 하나(One)라는 ‘영원한 현재’를 설명하며(無始無終), 생멸하는 마음(거짓 나)이 아닌 영원한 참 마음(참나)은 시간성을 부정한다(금강경). 성경은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벧후 3:8)고 하여, 시간은 오직 마음의 산물임을 설명하고 있다. 아인슈타인(Einst ein)도 상대성이론을 통하여 시간과 공간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시초에 담대하게 서는 자’가 행복한 것은 시작(창조)과 끝(종말), ‘먼저와 나중’(마 20:16)을 분별하는 제 목숨(ego)을 제거하고, 본래 내면에 있는 무분별의 참나(One)를 살렸기 때문이다(눅 17:33). 또한 진리의 자각으로 영원한 오늘에 담대하게 서는 자(One)로서, 시공간의 한계 속에 있는 육체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였기 때문이다(도덕경 16장). 죽음은 ‘나는 몸이다’고 하는 환상 때문에 하나의 비극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시작(탄생)과 끝(죽음)의 분별이 본래 없다는 진리(不二)의 말씀은 슬픔에 빠져 있는 죽은 자들의 가족들을 위로한다.

예수가 “나는 처음과 마지막인 하나(One)된 자”(계 22:13)라고 하신 말씀하심은 “모든 것이 나에게서 나오고,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며, 노자(老子)는 이를 두고 “결국 모든 것은 뿌리인 도(道)로 돌아간다”(도덕경 16장)고 하였다. 서양의 직선적 시간관이 아닌 동양의 원형적 시간관(成·住·壞·空)과 윤회사상은 처음과 끝이 만나는 하나이다. 하나 된 자, 즉 ‘성령으로 난 자’(요 3:8)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곳에 있으나 그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이며, 모든 현상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진리를 자각한 자이다(事事無碍, 화엄경).

지금 여기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이 곧 제자들이 문제를 삼는 종말의 실현이며, 사복음서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종말론적 계시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내적 깨달음의 상태이다. 요한이 기록한 “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알파와 오메가이다”(계 1:8)고 하는 의미는 눈에 보이는 현상계가 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하나의 의미이다(萬物之宗, 도덕경 4장) . ‘모든 것 중의 모든 것’ 이신 하나님(엡 4:6)과 ‘만유 안에 계신 예수그리스도’(골 3:11 )는 주객(主客)으로 나누어지는 예배의 대상이 아니라, 궁극적 근원으로, 시작과 끝이 없는 하나의 진리이다(一始無始一 一終無終一, 천부경).

따라서 만물은 잡다한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하나이며(도덕경 42장), 예수의 간절한 기도는 ‘모든 것이 하나이며’(All is One. 요 17:21), ‘오직 하나의 진리만이 존재할 뿐이다’고 하는 진리를 전하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종교도 그 근본되는 원리(뿌리)는 본래 하나이며, 순수한 진리(One)의 영역에는 음과 양, 시초와 종말의 분별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시초와 종말을 분별하는 헛된 마음의 문을 닫고(마 6:6), 불변하는 근본인 신성(참나)을 자각하여 변화하는 생사(生死)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生死解脫). 이 때 세속적인 상대 유한적인 행복이 아니라 절대 무한한 참된 행복(至福)을 체험하게 된다.

구자만 박사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