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화요일 오후, 수원역 광장에서 노숙인들에게 케밥을 제공하고 있다. ⓒ홍주민

난민과 노숙인의 만남이 1년의 고개를 넘어섰다. 어제로 2년차에 접어들고 두 번째였다. 그렇지만 지난 1년과 다른 모습이다. 함께 일하던 ‘예메니 람지’가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났다. ‘YD케밥하우스’의 형편은 그들의 경제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그들을 붙들 수 없었다. 난민 지원사업은 계속되겠지만, 일자리 제공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고 체제를 바꾸고자 한다. 케밥하우스가 그동안 담당해왔던 교육기능을 강화시키고자 하며, 이를 위해 알바하실 분을 찾고 있다(혹시 소개 추천을 하실  수 있으면 해주세요). 단순한 알바 자리가 아니라 디아코니아를 배우고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알바 자리를 제공하려고 한다.

어제는 홍주민 박사와 내가 수원역의 노숙인들 찾았다. 광장에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은 한편으론 고맙고 한편으론 안쓰럽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가 물러나 지금은 폐쇄된  식당에서 한 끼를 드실 수 있게 되기를 빈다.

수원역 후문쪽으로 옮겼다. 평시 같으면 휴게실에서 뵐 분들인데 밖에서 만났다. 세분인데 그중 한 사람에게 먼저 드리라고 한다. 연장자였다. 그들 속에 살아 있는 우리의 전통이다. 아름답다.

그런데 그 휴게실이 파란 비닐로 덮여있다. 웬일이지 하며 옆 휴게실로 가는데 두개가 모두 막혀 있었다.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케밥을 안 받겠다고 하신다. 김밥을 두 줄 드셨다고 하신다. 나중을 위해 받으실 법도 한데 지금 족하니 나중 일은 나중에 걱정하자는 것 같았다. 나중을 걱정하기 때문에 세상이 혼탁해지는 것 아닌가? 나중 걱정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그 걱정을 줄인다면 세상은 한결 나아질 것이다. 그것은 결국 사람들을 신뢰하고 신을 의지하는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물었다. 이게 어찌 된 것이냐고? 그는 파란색 비닐로 덮인 휴게실을 가리키며 천정이 무너져서 그렇다고 했다. 무슨 선인지 알 수 없으나 선들이 줄줄이 늘어져 있고 천정은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원인이 밝혀지고 수리가 끝날 때까지 휴게실들이 다 닫히는 것이 아니면 좋겠다.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이니 두개는 곧 다시 개방되기를 빈다.

평소 거기서 만났던 2~30명의 사람들이 뵈지 않는다. 대형 몰 앞의 광장에 있을까 했지만 없다. 노숙인들도 밀려난다. 자신들이 ‘거주하던’ 곳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떠날 수밖에 없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더 이상 밀려나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고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디아코니아의 희망사업이다.

류창진 집사님께서 노숙인들의 케밥을 싸는 일을 도우려 오셨다. 집사님이 계시지 않았으면 노숙인들과의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것 같다. 손이 가야할 것들을 다 챙겨주셔서 겨우 모든 준비를 끝냈다. 집사님, 고맙습니다.

‘YD케밥하우스’의 새로운 2년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의 힘 때문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참으로 많은 이들의 손길을 엮으시고 이끄신 결과이니 하나님과 그 모든 손길들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우리는 모르지만 그 일을 시작하신 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 될 것이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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